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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재명의 현실 정치 조기 복귀와 민주당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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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민 정치평론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5월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여만이다. 낙선한 대선 후보로서는 가장 이르게 현장에 복귀했다. 대선이 초박빙으로 끝났고, 물러나는 대통령과 곧 취임할 당선인의 긍정평가율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국면이다. 거기에 이재명 고문 특유의 캐릭터까지 겹쳐 ‘그대로 달리는’ 정국이 연출되고 있다. 

‘이재명 고문이 민주당을 위해 희생하러 출마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인천 계양을은 2000년 이래 딱 2년(2010년 보궐선거~2012년 총선)만 빼고 국회의원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번 보궐선거에는 이 고문이 시장을 지냈던 성남의 분당갑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고문은 이를 지나쳐 무리 없이 입성할 만한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성남 분당갑은 2000년 이래 민주당 소속 의원이 한 번(2016~2020년, 김병관 의원)만 배출된 곳이다. 대선에서 이재명 고문은 성남 분당구에서 42.34%를 득표해 55%를 득표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밀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고문의 출마가 민주당에게 도움이 될까? 양면을 짚자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을 재동원하는 효과는 낼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을 동원할 동력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굳이 이 고문의 등판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후 민주당의 1인자 이미지는 어차피 이 고문의 것이고, 대선이 끝난 지 오래 되지 않았으므로 이재명의 잔상이 남아 있다. 이재명이 움직이지 않아도 지지층은 결집하게 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재명 고문의 확장성이 민주당을 웃돈다는 보장은 없다. 이 고문의 대선 득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도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한동안 지지율이 문 대통령 긍정평가율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이재명 고문을 대선에서 찍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감안하면, 이 고문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민주당에 썩 이롭지 못하다. 

인천엔 도움될 수 있으나, 경기엔 실망감 줄 수도… 

지역별로는 효과가 엇갈릴 것이다. 이 고문이 인천에 출마하는 만큼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예비후보에게는 플러스 효과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은 인천에서  1.86%포인트 차이로 윤 당선인을 제쳤다. 경기도에서는 이 고문이 5%포인트 이상으로 윤 당선인을 제쳤다. 여기에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기존 민주당의 이미지에 엮이지 않아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도는 민주당 승산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 고문이 경기를 떠나 인천으로 가는 것은 도민들 사이의 실망감을 자아낼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어야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고문이 선전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 고문은 출마 선언에서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 및 특별단체장 17군데 중 9곳 미만을 얻는다고 해서 민주당이나 이 고문의 패배로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 결과를 지방선거에 맞춰 환산하면 국민의힘은 10군데, 민주당은 7군데에서 승리하게 된다. 대선 직후의 지방선거가 여당에게 유리하다는 법칙을 감안하면, 10 대 7 그대로만 결과가 나와도 민주당은 ‘지지 않은 것’이 된다. 고로 이재명의 커트라인은 8 대 9가 아니라 10 대 7이다. 그 이상으로만 나오면 “과반이 나오지 않았으니 이재명은 졌다”는 말이 설 자리는 없다. “이재명이 나오지 않았으면 더 크게 졌을 것”이라는 말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민주당이 7군데 이상에서 이기면 이재명에게는 ‘남는 장사’다. 이것이 그의 출마를 추동했을 것이다. 

국회 입성 성공한 이재명이 택할 진로는? 

이재명 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수준은 되지 못한다. 성남 분당갑에 나가거나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맞붙어서 이긴다면 대선 구도를 조기에 확정짓는 셈이 되지만, 인천 계양을이라는 쉬운 지역에서 이기는 것이니 큰 감흥을 줄 수 없다. 업무추진비 유용, 대장동 개발 특혜 등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될까. 그가 의원직을 활용해 ‘방탄’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게 되면, 사법적 방어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손실이 더 클 것이다. 의원직을 달고도 겸허하고 정직하게 임해야만 다음 관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고문의 국회 입성은 민주당의 질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보다 카리스마가 약한 이 고문이 민주당을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민주당내 구도가 이 고문을 흔들 정도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고문은 김용민, 김남국 의원 같은 강성 지지층 대변자와 박지현, 조응천, 이소영 등 소신파형 인사들 사이에 걸쳐져 있다. 둘 중 한쪽을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둘을 이래저래 활용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것이다. 출마하기까지의 흐름이 이미 그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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