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맞춰 증거인멸하느라 바빴던 '고발사주' 검사들
'실명 판결문'전달 보도하자, 판결문 검색 검사 메신저 삭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총선개입 사건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의 증거 인멸 정황을 보면, 공수처는 굼뜨게 움직이는 반면 수사 대상이 됐던 검사들은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해당되는 관련 증거들을 없앴다. 검사로서 축적한 수사 전문성을 증거 인멸에 활용한 것이다.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는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정치 공작'>이라는 대제목으로 '[단독]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 등 8개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뉴스버스는 고발사주 사건을 '윤석열 검찰의 총선 개입', '검찰권 사유화'로 규정한 바 있다.
뉴스버스의 첫 보도가 나오자 당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임모 검사는 불과 10일 전 교체했던 PC의 하드디스크를 다시 교체했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에 통지한 윤 당선인 등의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임 검사는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지모씨의 판결문을 수차례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씨는 "채널A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하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했다"는 내용의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다.
뉴스버스는 2021년 9월 6일 고발사주 사건의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방을 공개했다. 이 대화방은 2020년 4월 3일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과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채팅방으로, 김 의원은 이 대화방에서 '손준성 보냄'으로 고발장과 증거자료로 쓰일 캡처파일 등을 전달했다.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였다.
뉴스버스는 2021년 9월 7일에는 조씨가 공익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추가 보도했다. 또 같은날 KBS는 김 의원이 2020년 4월 8일 조씨에게 전달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과 '판박이'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이 2020년 8월 실제 검찰에 접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버스 보도로 김웅 의원이 '손준성 보냄'으로 조씨에게 보낸 캡처파일 등의 내용이 드러나고, KBS보도로 실제 고발이 실행된 사실까지 나오자 자료 수집에 관여했던 임 검사는 당일인 2021년 9월 7일 텔레그램,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삭제했다. 수집한 자료 등을 직속 상관인 손준성 검사에게 전달할 때 텔레그램 또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 흔적을 없앤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2021년 9월 9일 고발사주 사건 수사에 착수, 9월 10일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손 검사와 김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그러나 보안성이 높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손 검사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의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했지만, 김 의원은 공수처가 압수를 진행하러 이동하는 사이 블랙박스의 영상을 삭제했다.
2021년 9월 12일 조성은씨는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고발장 발송자가 손준성 검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조씨는 9월 12일 새벽 뉴스버스 기자와 텔레그램 프로필 대조를 통해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검사의 프로필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JTBC도 이 같은 사실을 조씨로부터 취재해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자 2021년 9월 13일 새벽 손 검사는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했다.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하면 프로필 사진 등이 사라져, 그 이후엔 확인이 어렵게 된다. 9월 14일에는 김 의원이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삭제했다.
2021년 9월 15일에는 대검 감찰부가 고발사주 사건을 감찰 사안에서 '수사'로 전환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됐고, 검찰은 9월 17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는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임 검사는 수사로 전환되자 바로 다음날인 2021년 9월 16일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내역을 다시 삭제했다. 또 9월 17일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모 검사와 오간 통화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다. 9월 21일에는 삭제정보 복구를 방해하기 위해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성 검사도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하고, 수사관에게 지씨에 대한 판결문 검색·조회·열람을 지시했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28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성 검사의 사무실과 집, 임 검사에 대해서도 강제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성 검사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휴대전화 포렌식은 실패했다.
2021년 10월 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성은씨에 대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시작했다. 그러자 10월 초순 김웅 의원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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