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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윤석열 '주말 나들이'와 '프리스타일회의'의 지속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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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민 정치평론가 
대통령의 구두 구입은 소통과 현장행보 주문 메시지


대통령의 독주 극복은 각료 중심 국정구조로 변화해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에는 무지개가 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환하는 양산에서는 햇무리가 나타났다. 양측 지지자들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감탄했다. 그러나 서울과 양산의 하늘을 찍은 사진이 돌자 인터넷에서는 서로 무지개와 햇무리를 가리켜 ‘흉조’라고 우기는 모습이 보였다.

조선시대 천문학자 이순지가 쓴 <천문류초>는 무지개와 햇무리를 모두 흉조로 여겼다. 결국 ‘길조냐 흉조냐’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무지개와 햇무리는 볕을 맞으며 지지 정치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뜬 좋은 구경거리였다고 보면 그만이다. 반면 정치 성향에 따라 자연 현상까지 ‘내길남흉’식으로 재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흉조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한 신발매장에서 구두를 신어보고 있다. (사진=뉴스1 / 독자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토요일인 5월 14일 장 보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편안한 검정색 구두 한 켤레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5월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방 저 방 다니며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통과 현장 행보를 주문했다. 구두를 구입한 것은 자신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떡볶이, 순대, 만두를 사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대통령의 과로는 대통령 독주와 청와대 정부의 현상

‘토요일 나들이’는 중대한 문제다. 대통령이 과로한다면 앞으로 이런 풍경은 보기 힘들어진다. ‘대통령의 과로’는 국정의 무게가 대통령실로 쏠렸다는 의미이며, 내각과 각 정부 부처, 정당과 의회가 솔선해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여러 치아를 빼야 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같은 운명을 물려주고 말았다. 잘잘못과 호불호를 떠나 이들이 몹시 고생했을 것이라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국정이 더 잘 되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은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14일 남산 한옥마을을 산책중인 윤 대통령 부부. ​​​​​​​​​​​​​​(사진=뉴스1 / 독자제공)

‘대통령의 과로’는 ‘청와대 정부’의 대표적 현상이다.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 비서조직이 의회와 정당, 내각보다 우위에 선 정부다. 정부조직법으로 규정된 대통령 비서실 직책은 ‘비서실장’ 한 명뿐이다. 그외 직책과 부서는 모두 임의적인 것이며, 이 자리에 배치되는 인사들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는다. 책임정치의 중심에 설 수 없는 대통령비서실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의회와 정부 부처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청와대 정부의 핵심 문제였다. 그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것이 대통령과 그 비서의 과로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프리스타일’로 진행하고 ‘대통령 모두 발언’도 없애기로 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수보회의(수석보좌관회의)는 국무회의보다 위상이 더 높았다. 기자회견이 드물었던 두 대통령은 거기서 주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그 자리는 국무회의에서 펼쳐져야 한다. 대통령실 회의는 국무회의를 준비하고 뒷바라지하는 회의로 족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회의의 형식으로써 저러한 ‘대통령 비서 중심의 정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길조’다. 

대통령의 독주 극복하려면

그렇지만 ‘대통령 비서 중심의 정부’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통령실만 달라져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시민사회수석실을 강화할 방침이다. 불길한 조짐이다. 귀와 입이 컸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닮아갈 것이다. 앞장서 여론을 청취하고 대화해나가는 기능과 역할은 정당이 주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정부가 아닌 국민의힘 정부”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당선 직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었다. 정당이 강화되지 않는 정부는 대통령 비서조직으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점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 윤석열 1기 내각 구성에서 집권당 국민의힘이 도대체 무엇을 시도하고 책임졌는지 알 수 없다. ‘검수완박’ 국면에서도 민주당과 덜컥 합의를 했다가 파기를 하는 혼란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프리스타일의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독주를 극복하려면 각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리고 국민 여론을 자극시킨 관료 또는 학계 출신 장관(후보자)들을 보라. 정치인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대북정책은 이어달리기다. ‘Anything But 문재인’은 안 된다”라며 윤 정부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정치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윤석열 1기 내각에는 이러한 인사가 흔치 않고, 윤 대통령의 ‘정치인 기피 기조’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무게중심 역시 대통령실로 쏠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변화는 전체 국정 구조의 변화에 뒤따라 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과 함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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