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동 기자
신자용은 인사·예산 총괄 검찰국장…손준성은 고발사주 피고인
신자용·손준성, 한동훈 정책기획과장시절 '사수-부사수' 관계
고발사주 직전 한동훈-손준성 카톡 급증…'사적 지휘' 받은 듯
손준성 검사 징계청구되면, 징계위 위원장은 한동훈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단행한 첫 검찰 간부 인사 이후 한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두 검사의 엇갈린 운명이 대조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사람은 검찰국장에 오른 신자용 검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 공수처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손준성 검사다.
한 장관은 특수수사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기획통 검사 출신이기도 했다. 특히 검찰국 검사로 검찰 중간 간부들 인사 실무 업무를 한 탓에 검찰내 인사에도 빠삭한 편이다.
기획통 검사로 한 장관의 맥을 잇는 검사가 바로 검찰국장에 임명된 신 검사와 대검 전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였다. 신 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와 검찰과장을 지내 기획 및 인사 업무에 두루 밝은 편이다. 손 검사 역시 법무부 검찰국 검사를 지내는 등 대표적 기획통 검사로 꼽혀왔다.
한 장관 신 검사, 손 검사 모두 법무부 검찰국 검사를 거쳤고 특히 한 장관-신 검사- 손 검사 순으로 차례대로 대검 정책기획과장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 장관은 사법연수원 27기이고, 신 검사는 28기, 손 검사는 29기이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사 인사 및 국회 대응 등을 비롯한 각종 기획 업무를 총괄하면서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핵심 보직으로 검찰총장의 측근이 배치된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함께 기획통 검사들이 선망하는 요직이다.
한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채동욱 검찰총장과 김진태 검찰총장 시절인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년 가까이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냈다. 이 때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처럼 휘하에 데리고 있던 대검의 기획 연구관이 신 검사와 손 검사다. 한 장관은 정책기획과장 전반부 1년 가량은 신 검사와, 후반부 1년 가량은 손 검사와 일했다.
신 검사의 이동 경로만 보더라도 한 장관 핵심 라인임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 특검 때도 윤석열 수사팀장 아래서 파견 검사로 함께 일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금의환향하자 한 장관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을 맡았고, 신 검사는 3차장 산하 핵심 요직인 특수1부장에 발탁됐다. 신 검사는 이후에도 검찰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의 형사부서를 지휘하는 1차장에 기용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들어선 뒤 2020년 1월 한 장관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될 당시 신 검사는 부산동부지청장으로 밀려났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한 장관은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맡고 있던 신 검사를 청문회 준비단에 합류시켜 실무 총괄팀장을 맡겼다. 한 장관과 신 검사의 ‘끈끈한 관계’가 드러난 장면 가운데 하나다.
검찰 장악은 인사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틀어쥔 곳이다. ‘사수-부사수’에 비유되는 관계에다 기획통이면서 특수 수사 경험이 있고 검찰 인사 업무까지 잘 아는 신 검사의 경력 등에 비춰보면 한 장관은 신 검사를 일찌감치 검찰국장으로 점찍고 있었을 법하다.
소위 검찰내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 한 장관 이기 때문에 윤석열 사단과 한동훈 라인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신 검사 역시 윤 사단이면서 한 장관의 핵심 라인으로 분류된다.
한 장관의 핵심 라인 두 명중 한명인 신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 빅2로 꼽히는 검찰국장에 발탁된 반면, 손 검사는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앞둔 피고인 신분이다.
더욱이 고발사주 사건에서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는 규명하지 못했지만, 고발장 전달자는 손 검사로 특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손 검사는 재판과 별도로 징계 청구될 상황에도 놓였다.
손 검사가 국민의힘에 전달한 ‘고발사주 고발장’에는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한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고발장에서 MBC 기자들에게 명예훼손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로 적시된 인물 가운데 한명이 한 장관이다. 또 MBC 검언유착보도에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도 한 장관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를 보면 손 검사는 스스로 알아서 한 장관을 위해 언론 보도로 한 장관에게 피해를 입힌 기자와, 관련된 여권 정치인을 수사할 수 있도록 고발해달라고 야당에 고발장을 전달한 것이 된다.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을 ‘총선개입’으로 규정한 만큼, 국민의힘 측에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 위반으로 징계 청구 대상이다. 인정이 되면 중징계가 예상되는 사안이다. 검사의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하고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에서 결정이 이뤄진다.
손 검사에 대한 실제 징계 청구가 이뤄질지 여부와, 징계 청구가 됐을 경우 한 장관의 입장 등도 주목해 봐야할 사안이다.
고발사주 직전 한 장관-손준성 카톡의 의미
대검 정책기획과에서 사수-부사수 관계였던 한 장관과 신자용 검사의 관계를 보면, 한 장관과 손준성 검사의 관계도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는 2020년 4월 3일 당시 여권 정치인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하는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냈는데, 그 직전인 4월 2일까지 3일간 한 장관과 손 검사 두 사람의 카톡 대화방의 대화는 169회였다. 특히 고발사주 전날인 4월 2일에는 108회나 됐다.
이외에도 당시 대검 대변인 권순정 검사까지 포함된 3자 카톡 대화방의 대화 횟수도 128회에 달했다.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 한 장관 등에 대한 공수처의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MBC가 검언유착의혹 사건을 보도한 직후인 2020년 3월 31일부터 고발사주 고발장이 국민의힘측에 전달되기 전날인 4월 2일까지 한 장관과 손 검사의 대화방, 한 장관-손 검사-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의 카카오톡 대화가 급증했다.
한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이 같은 카톡대화에 대해 “동료 검사로 일상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다”고 해명했지만, 하필 고발사주 직전 3일에 한해 카톡 대화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다.
반면 공수처는 불기소 이유서에 손 검사와 한 장관의 카톡 대화 횟수 등을 ‘인정되는 사실’로 기재했다. 공수처가 비록 한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이는 당시 한 장관과 손 검사의 카톡 대화나 한 장관이 포함된 3인의 카톡 대화방이 MBC ‘검언유착 의혹’보도의 대응 및 ‘고발사주’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했다는 뜻이다.
한 장관과 손 검사 두 사람 모두 아이폰 잠금 해제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공수처는 카톡 대화 횟수만 확인했을 뿐, 카톡 대화 내용은 접근하지 못했다.
손 검사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MBC ‘검언유착’ 보도에서 의혹의 당사자는 당시 부산고검 차장인 한 장관이었는데, 검찰총장의 눈귀 역할을 하는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가 검찰총장도 아닌, 검찰 간부와 관련한 보도 대응과 방어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손 검사가 한 장관 라인 인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대검 대변인, 한 장관이 포함된 카톡 대화방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를 통해 정보 수집이 이뤄지고, 검찰총장의 입인 대변인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구도였음을 시사한다.
한 장관-손 검사-대검 대변인 등 3인의 카톡 대화방이 갖는 의미는 한 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리인’이 아니었다면 설명이 어렵다. 손 검사가 국민의힘 측에 전달한 고발사주 고발장에서 고발대상자들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자를 한 장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로 적시하고 있는 점 역시도 한 장관이 그 당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을 대리해 손 검사와 권 검사를 '사적 지휘'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 가운데 하나다.
손 검사와 사법연수원 같은 기수로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검사는 한 장관이 짠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임명됐다. 고발사주 사건만 없었다면, 손 검사도 이번 인사에서 십중팔구 검사장으로 승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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