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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민주당 겹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 안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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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겹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 안 오르는 이유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해결 능력 못 보여주고 '남탓'과 '자화자찬'만

’경제 민주화' ’복지‘와 담 쌓고 시늉조차 안 해

'도덕적 우위' 착각한 尹 대통령 ’겁 없는 폭주‘

지난주 이 칼럼에서, ‘민주당이 더 도덕적’이라고 평가하는 국민들이 21.3%밖에 안 된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거대양당이 ‘별 차이 없다’ 41.1%, ’국민의힘이 더 도덕적‘ 37.6%) 민주당의 현실을 진단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제를 더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사진=뉴스1)

최근 민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너끈하게 앞서 나가고 있지는 못한다.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이기는 게 나을지를 물어보면, 응답자들의 답변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갈린다. 두 당의 도덕성에 별 차이가 없다는 국민들 중에 그래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중이 더 큰 셈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크게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능력, 정책 그리고 도덕성. 

첫째, '국민의힘이 더 능력 있다'는 통념이 크게 허물어졌다. 국민의힘은 1990년대 민자당과 단절되었다. 준비된 통치자가 아니라 일종의 '운동가', '선동가'였음을 박근혜 정권보다도 더 강하고 더 빨리 드러낸 게 지금 윤석열 정권이다. 대선 기간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던 '윤석열 후보'의 이미지는 '이재명보다 약간 덜 부도덕한 듯하지만 어쨌든 그리 도덕적이지 않다'이면서, '능력과 식견에서 이재명보다 크게 뒤진다'였다.

후보 시절 TV 토론을 보면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에도 팔 걷고 나서는 경향이 있더니, 집권하고 나서도 '만 5세 취학'이나 '주69시간(또는 80시간) 노동' 문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다 논란만 불렀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용 지침이 담긴 국무회의 대통령 모두 발언은 '남 탓'(전 정부, 야당, 민주노총) 강공과 자화자찬이 가득하다. 윤 대통령은 마치 뉴라이트 운동권의 집회시위에서 선창하는 사람 같다. 마치 신조어인 ‘방구석 여포’의 초상 같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최우선순위 정책을 시행령이나 예비비로 추진했다. 스스로는 과감하다고 자부하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눈으로 보면 국회 담벼락을 피해 돌아가는 비겁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야당을 설득하거나 다수 여론을 동원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주요 정책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야당 대표와 만나지도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담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상대가 피의자 내지 피고라서 못만난다'는 건 비겁함을 둘러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둘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정책 노선 때문에 민주당 악재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 지지율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2010년대 들어 '복지와 분배는 그래도 민주당이 낫다'는 평가가 자리잡았다. 집권하고 나서 그 이미지가 퇴색되기도 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보다 더 못하다'는 세평이 짙다. 민주당이 근래 추진해온 양곡관리법 개정, 간호법 제정,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지도부의 이미지와는 별개로, 적어도 특권층의 사익을 추구하는 법안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의힘이라고 딱히 경제적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대중도 알게됐다. 게다가 윤 정부는 이·박 정부가 한때 시늉이라도 했던 '경제 민주화', '복지국가' 부근에도 가지 않는다. 경세 능력은 고사하고 포장조차도 없다. 부모급여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대통령이 앞뒤 덮어놓고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말을 무슨 봇(bot)처럼 반복하고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복지 확대에 일정한 기여를 하더라도 다수 시민들은 평가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세력이 평소에 해온 반복지적 언행 때문이다. 먹고 입 닦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대체적인 심리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 길을 터줬다. 반(反)복지 세력의 표가 더 급하니까 그랬을 텐데, 뿌린대로 돌아오는게 이치다. 

셋째, 민주당보다 나을 바 없는 국민의힘식의 도덕적 오만이 그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민주당 도덕성이 국민의힘보다 나을 바 없다'는 '비판적 지지층'이 제법 섞여 있다는 게 상기한 여론조사에서 재확인되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거의가 '국민의힘의 도덕성이 더 낫다'고 믿는다. 물론 '민주당보다 나을 뿐 국민의힘도 정상은 아니다'라는 비판적 지지층도 거기 들어가 있겠지만, 민주당보다 비판적 지지층의 비중이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현대는 지지자가 그 정당의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다. 가령 어떤 무당파 시민에게 두 친구가 있다. 하나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의 도덕성을 회의한다. 다른 하나는 '어찌 됐거나 민주당보단 국민의힘이 낫다'고 일관하는 사람이다. 그 무당파 시민은 어느 쪽에 더 이끌릴까. 자기비판적인 쪽이 유리하다. '무당파는 세게 이끌어야 끌려온다'고 믿는 이들도 있는데, 이런 자기 확신이 큰 집단일수록 타락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이 도덕성 조사에서 민주당을 꺾은 그나마의 비결은, 민주당이 '우리가 최고로 올바르다'와 '도덕성이 꼭 중요하냐'를 번갈아가며 내놓는 동안 국민의힘은 '우리가 좀 나쁘다는 걸 스스로도 알아요' 정도의 기색은 보여 '위선자'란 비난은 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원 경력이 짧은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이 여야를 통틀어 가장 도덕적이라고 믿는 듯 하다. 그래선지 대통령이라고 해봐야 임기는 5년인데 겁 없이 폭주하는 것 같다. 그 도덕적 오만은 결국 국민의힘에게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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