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검찰 공화국·검사의 나라' 꿈도 못 꿔 (하) < 이상연 애틀랜타 통신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애틀랜타이상연 기자(객원 특파원)
권력형 비리 기소 독점권 인정 안해
검찰 조직, 중앙 권력과 분리해 예산 인사 독립
내부고발자법 이용해 정부·대기업 비리 감시
법조인협회에 판·검사 징계·수사요청권 부여
2021년 1월 4일 미국 첫 한국계 연방 검사장이었던 박병진(영어명 BJay Pak) 조지아 북부 연방검찰청장이 돌연 사직했다. 이후 연방의회의 조사 결과 박 검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는 박 검사장에게 관할 지역인 메트로 애틀랜타의 부정선거 수사를 지시했지만 자신의 뜻대로 수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자 사임 압력을 넣은 것이었다. 북부 연방검찰청장은 조지아주에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3명의 검사장 가운데 1명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운 청장이 임명됐지만 연방 검찰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결과 조작 시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대신 트럼프에 대한 조사에 나선 사람은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된 풀턴카운티 검찰청의 패니 윌리스 검찰청장이었다. 풀턴카운티는 조지아 주도인 애틀랜타시를 관할하는 곳으로 트럼프는 조지아 주정부 인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이고 불법 의혹에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있는 연방 검찰청이 하지 못하는 '최대 권력'에 대한 조사에 지역 검찰이 과감히 나선 것이다. 윌리스 청장은 트럼프 기소를 위해 대배심(grand jury)을 소집하고 전 정권의 고위급 인사들을 애틀랜타의 법원에 줄줄이 출두시켰고 트럼프에 대한 출두 요청서도 발부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 검찰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누가 조사해 기소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관할 지역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을 경우 먼저 조사에 착수하는 검찰이 우선적으로 기소 권한을 갖는다. 연방정부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풀턴카운티 관할의 애틀랜타시에서 불법을 행한 의혹이 있을 경우 카운티 검찰이 먼저 기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연방 검찰의 경우 대개 주나 카운티, 시 등 지방 정부의 불법행위를 감시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임명한 연방 정부의 비리를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검찰이 권력이나 대기업의 비리를 감시하는데는 내부고발자법(False Claims Act)도 큰 역할을 한다. 정부 계약과 관련해 계약을 맺은 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이를 내부 관계자가 고발해 유죄가 확정되면 해당 기업은 계약금의 3배를 벌금으로 내야 하며 내부고발자는 이 금액의 최대 40%를 현금으로 보상받게 된다. 또한 기업이 회계 부정이나 탈세 등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신고한 내부 고발자에게는 최대 30%의 보상금이 주어진다.
검사와 판사, 변호사 등 모든 법조인을 동일한 이익단체가 관리하는 것도 미국 법조계의 특징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법조인협회를 두고 있으며 이 단체가 변호사 자격시험과 자격증 부여 및 박탈, 징계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판사나 검사, 변호사, 법무관 등 법조인으로 활동하려면 곡 가입해야 하며 이 단체는 검사나 판사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물론 비리 의혹이 있는 판검사에 대해서는 수사 요청을 하기도 한다.
위자현 미국 조지아주 변호사는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검찰 조직을 중앙 권력에서 분리해 예산과 인사가 독립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단일화한 검찰 조직을 15~20개의 지방 검찰청으로 분리하고 주민 투표에 의해 검찰청장을 선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판사와 검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대한변호사협회를 해체하고 법조인협회를 만들어 모든 대한민국의 법조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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