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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024년 총선 대승하는 쪽 2027년 대선에선 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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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 대승하는 쪽 2027년 대선에선 필패"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내년 총선서 누가 이기든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총선 대승한 쪽 대선 패배, 총선 박빙이면 대선도 박빙

"현재 분위기라면 국민의힘 170석, 민주당 120석"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이 방송과 저서에서 2024년 총선 결과를 예측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악플을 달기도 하지만, 엄 소장은 2020년 총선을 놓고 ‘민주당 180석’을 적중시켜 '엄문어'로 불려진 바 있다. 여러 여론조사 분석가가 그렇듯 엄 소장도 당파성을 강하게 띠고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의 총선 예측과는 꽤 차이가 있지만 이번 예측도 가볍게 들리진 않는다. 

지난 5월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엄 소장에게도 짧은 흑역사가 있다. 2021년 벽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그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론 지형이 민주당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이 2020년 총선에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함께 출연한 나는 반론했다. 첫째, 2020년 총선은 박근혜 탄핵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이어서 '미래통합당(당시 국민의힘) 심판'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 반면, 민주당 정권 후반기이자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나서 치러지는 2021년 보궐선거는 민주당에게 불리하다. 둘째, 2020년 총선에서는 20대부터 50대까지 미래통합당 심판을 함께 했지만, 청년층과 50대는 민주당 지지 강도가 약한 세대라서 이탈할 수 있다.  

엄 소장은 2021년 4월 보궐선거 이후로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번에 '국민의힘 170석' 전망을 내놓은 것은 '운동장이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둘다 140~150석 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거둘 것이라는 게 내 예상이지만, 엄 소장의 예측대로 될 개연성이 있고 그가 왜 그런 예측을 하는지도 이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반환점은 2024년 11월 10일이고, 총선은 그 전에 치러진다. 정권 심판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전임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시점이기도 하다. 거기에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까지 불거져있다. 윤석열 정부 부정평가층 상당수가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국민의힘 우세가 가능하다. 그리고 1표 차이라도 이기면 1석을 가져가는 소선거구제의 특성 탓에, 아주 크지 않은 득표차로도 170대 120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 2020년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49.9 대 41.5였지만, 의석수는 180 대 103으로까지 벌어졌었. 엄 소장 말이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승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엄 소장이 말하지 않은 것을 쓰려고 한다. 총선 결과에 따른 이후 정국 예측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승하더라도 그 대가로 하락하게 된다. '국민의힘 170석'이 된다고 해서 '국민의힘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180석'이 '민주당 시대'를 열지 못했듯 말이다. 어느 한쪽이 대패한다는 것은 그쪽이 '우선적 집중 심판'의 대상이었다는 뜻일 뿐. 그 다음 차례는 나머지 한쪽이다. 국민의힘의 수준으로는 압도적인 승리를 해도 그것을 계속 감당할 수 없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2023년 6월 3일과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100% 무선전화면접에 응답률은 20.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일이 총선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31.2%,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3.1%였다. 그런데 바람직한 국회 구성에 대해 '정권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49.8%,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37.4%였다. '여대야소' 희망보다 '여소야대' 희망이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였다. 

비슷한 조사는 또 있다. 한국갤럽이 2023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응답률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서도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37%, '현 정부를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49%로 나타났다.  

'야당 지지'와 '민주당 지지' 사이에 큰 괴리가 있기는 하다. '여소야대를 원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유권자 대다수가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제3당을 지지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호각세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또는 민주당의 혁신도 안 되고, 힘있는 신당도 출현하지 않은 결과로 여소야대 희망층 상당수가 기권하면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 현실이 있다. 여대야소 희망층을 훨씬 웃도는 여소야대 희망층의 비중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으면서도 강하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런 윤 정권이 총선에서 운 좋게 대승한다면, 그 다음에는 견제 심리와 심판 여론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또 그럼에도 자기도취에 빠지고 폭주를 일삼으면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2024년 총선에서 한쪽이 다른 쪽에게 크게 이기면, 이긴 쪽은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진다. 반대로 2024년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박빙을 이루면 그 다음 대선도 박빙이 된다." 이게 나의 예측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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