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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벼농사,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라고?…식량안보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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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라고?…식량안보 주역 < 기후 변화 대응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이인형 시민기자 

 

아시아 쌀 주요 생산·수출국들 수출비중 갈수록 줄어

온실가스 배출 주범 몰아 벼농사 감축은 식량 위기 초래

논농사, 홍수조절·수질정화·냉각효과·습지효과 등 순기능

저탄소 농법으로 탄소를 줄여야지, 벼농사 줄여선 안돼

민세진 동국대 교수가 지난 4월 26일 한국경제신문 칼럼에서  ‘언제까지 밥심으로 살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쌀 주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실었다. 이 주장의 근거는 벼농사가 온실가스의 주범이니 쌀 농사에 연연하며 농민 지원으로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수입해서 먹자는 것이다. 특히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시점과 맞물려 쌀농사 지원에  반대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개포동 양재천 벼농사학습장에서 열린 모내기 체험행사. (사진=뉴스1)

벼농사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주범?

벼농사는 전체 농업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쌀은 세계 농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물을 채운 논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벼농사 특히 아시아의 수도작(水稻作)이라고 하는 벼농사는 물을 저장하고 그 안에 영양소를 담아 재배하는 방식인데, 이 논물에서 메탄가스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 벼농사가 메탄가스 즉 온실가스 배출만 하는 기후위기의 주범일까?

농업의 온실가스 문제는 탄소 배출보다는 지구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를 방출하는데 보통 120:59의 비율 즉 2:1의 비율로 탄소 순환이 작동된다. 벼는 그 효과가 다른 작물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 벼농사에서 방출되는 산소의 양은 연간 1,019만 톤에 이른다.

그런데 이러한 식물 자체의 탄소 흡수 활동만으로는 탄소 감축으로 볼 수 없다. 광합성으로 흡수된 탄소는 유기물 형성의 뼈대로 식물체를 구성하게 된다. 이 구성된 식물체가 식품이 되고 동물의 먹이가 된다.  동물은 이를 소화하고 또 탄소를 배출한다. 이렇게 모든 생명체의 생성과 성장 소멸 분해 과정이 탄소의 순환이다.

벼농사는 가둬둔 논물이라는 형태에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만 보고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논물 벼농사는 오히려 기후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벼농사는 우기에 강우량이 집중되고, 고온·다습해서 물가 잡초가 잘 자라는 몬순지대에서 발달했다. 이 때문에 유럽과 달리 아시아지역은 밀 대신 벼농사를 짓게 되었으며, 지금도 전 세계 쌀의 90%를 생산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7억4,254만1,804톤의 쌀이 매년 생산되는데, 중국은 연간 2억1,109만813 톤의 생산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쌀 생산국이다. 인도는 연간 1억5,875만6,871 톤의 생산량으로 2 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부분 상위권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804만4,000 톤으로 14위이고, 유일한 식량 자급원이 쌀인 우리나라는 연간 생산량 562만4,607톤으로 16위다.

2021년 기준 세계 각국 쌀 생산량과 비중.

쌀 수출국 통계는 더 의미가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은 인도(37.5%)로, 2021년 한 해 동안 96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뒤를 이어 △태국(13.0%) △파키스탄(8.4%) △베트남(7.7%) △미국(7.5%) 순이다. 상위 5개국은 2021년 전 세계 수출의 4분의 3에 달하는 74.2%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렇게 쌀을 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수출이 급락한 국가는 미얀마(-30.7%)와 베트남(-28.7%)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 중국은 주요 수출국에서 사라졌고, 미얀마 베트남도 수출 급감 추세로 볼 때 곧 주요 수출국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 처럼 아시아 주요 경제 성장 국가들의 쌀 수출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쌀 수급 불안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농업, 눈과 얼음 녹인물로 관개하는 방식 

세계 11위의 쌀 생산국 미국은 세계 생산량의 1.4%에 불과하지만, 세계 수출량의 7.5%를 담당하며 5대 수출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쌀 생산성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생산성으로 보면 이집트에 이어 2위이다. 그리고 그 뒤를 우리나라가 잇고 있다.  

미국 쌀 농업은 아시아 국가들처럼 우기 때 몬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비나 눈 녹은 물을 인공적으로 저수해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벼농사 방식은 인위적인 물대기, 기계화 농법 및 화학물질 투입에 의존한다. 특히 물 전쟁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벼 생육에 유리한 일조량과 건조한 기후 등으로 생산성이 매우 높다. 가구당 경지 면적(우리나라의 300배 규모)도 매우 넓고 생력화로 인해 가격 경쟁력도 월등하다.

이런 미국 농업과 우기의 빗물을 이용하는 아시아 농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기후적 생태에 대한 고려 없이 아시아 농업의 논물을 온실가스 주범으로 몬다면 이는 비과학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논물, 춘천댐 24배 저장, 소양강댐 8.3배 지하수 흡수 

우선 우리나라에서 논농사는 홍수 조절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장마 때 전국 논에 가둘 수 있는 물의 양은 춘천댐 저수량의 24배(36억 톤)이며, 논에서 지하수로 스며드는 물의 양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수돗물 양의 2.76배(소양댐 저수량 8.3배)가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벼농사는 수질정화 기능도 있다. 논에 가두어 놓은 빗물의 45%는 지하로 침투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수된 맑고 깨끗한 지하수가 된다. 논의 지하수 함양기능은 전 국민의 전체 물 사용량 가운데 약 80%에 해당한다. 생활하수가 논에 들어오면 질소는 52~66%, 인산은 27~65%가 제거된다고 한다. 논만으로 전체 생활하수의 36%를 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기능도 있다. 논에 있는 물이 증발할 때마다 주위의 열을 빼앗는데 이러한 증발 잠열에 의해 우리나라 논에서 하루에 조절되는 열량은 원유 543만㎘에 해당한다.

이처럼 벼농사를 지속함으로써 얻어지는 논의 홍수조절, 수질정화, 토양 유실방지, 공기의 정화, 유기물의 재순환, 여름철 냉각 효과, 습지생태계의 유지 효과 등 공익적인 기능을 모두 합치면 그 가치가 연간 13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올해 5월 경북 포항시 들녘 모내기가 끝난 논에 물이 가둬져 있다. (사진=뉴스1)

온실 가스 배출 줄이는 저탄소 농법은 없을까?

기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벼농사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 무관하게 필수 생태적인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줄일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공장을 줄이고 경작지를 늘려야 할 판이다. 기후변화와 기상 재난(홍수와 가뭄)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벼농사는 오히려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논물 관리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벼 논물관리는 간단관개(중간물떼기) 기간 연장과 얕게 대기 등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논에 계속 물을 대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물을 가뒀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농법을 말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통상의 관행농법보다 온실가스를 최대 63%나 저감할 수 있으며, 농업용수 최대 28.8% 절감, 수확량 10% 이상 증가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탄소 감축 농업을 통해 탄소를 줄이는 것이지, 벼농사를 줄이자는 주장은 매우 위험하고 황당한 주장이다.

기후 변화로 쌀 농사가 피해를 입으면 상당수 지구인이 기아에 허덕이고 서민대중도 식량난에 시달리게 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지만, 수천년간 지속되어 온 아시아 벼농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유로 벼농사를 포기하라는 주장은 사람이 밥을 먹고 방귀를 끼면 탄소 배출이 심각하니 밥을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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