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월례비 임금 판단 안했다" 거짓 자료 낸 국토부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뉴스버스 팩트체크]
2심·대법원 "월례비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
국토부 "법원, 월례비 임금 판단 아니다" 보도자료 배포
근로기준법상 '근로의 대가 금품, 어떠한 명칭이든 임금'
건설현장 월례비는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건설노조 압박, '건폭 몰이'의 시작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한다"며 엄정 단속을 지시했다.
경찰은 월례비를 갈취한 혐의로 건설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한편, 국토교통부는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해 면허정지(최장 1년) 처분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협박과 강요에 못이겨 월례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주장과 달리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건설업체가 주는 '월례비'가 임금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건폭 몰이' 근거를 송두리째 흔드는 판결이었다.
그러자 국토교통부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1일 낸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보도설명자료에서 '법원이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3차례나 기재했다.
국토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월례비 지급에 대한 강제성이 입증되는 등 사실관계가 다른 사건이 있을 경우, 법원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부연설명까지 했다. 하지만 애초 월례비의 성격이 임금이라는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의 주장일뿐더러, '강제성이 입증되는 다른사건이 있을 경우'는 가정적인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국토부는 향후 현행법을 개정해 "부당한 금품수수·요구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부당한 월례비 갈취를 근절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월례비는 임금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겠다는 행태나 다름없다. 법률가 대통령이 내세운 '노사법치주의' 가 실상은 '노조 탄압'을 위한 명분이었음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① "2심 법원,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다"- 거짓
국토부의 주장처럼 항소심 재판부는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없을까? 결과부터 설명하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임금이라고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월례비는 공사현장에서 시공사가 타워 크레인 기사 등에게 의례적으로 제공하는 돈이나 금품 등으로 시작돼, 공사일정이 중요한 시공사의 입장에 맞춰 굳어져 온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본인들의 회사에 소속이 돼 있긴 하지만, 실상은 건설회사가 지휘·감독을 하고 월례비를 지급하는 일종의 하청노동자의 형태를 띠고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건설업체)는 주52시간 이외의 연장근로비 및 성과급 고정금액(월례비를 의미한다)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날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는데,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건설업체가 월례비를 주는 것에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관행으로 여겨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법원의 판단은 타워크레인 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한 것은 건설업체이고, 월례비는 법적으로 임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본인이 속한 업체가 있지만 실제적으로 지시는 그 위에 원청이나 중간 하청업체한테 받는다"며 "이번 법원 판단은 실제로는 근로자에 대해서 업무상 감독을 누가 하느냐를 놓고 판단해봤을 때 월례비를 주는 그 업체들이 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게 임금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월례비가 근로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갖게 됐다"는 판결문을 못봤을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버젓이 "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다"고 명백하게 거짓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②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은 월례비가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 아니다"- 거짓
국토부는 또 보도자료에서 "금번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은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며, 구체적 심리에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심리불속행은 쉽게 말해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인정해 더이상 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항소심 법원인 광주고법에서는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이 판단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구체적 심리에 나아가지 않았다는 국토부의 주장 역시 명백한 거짓이다.
거짓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배포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고, 감사원 감사 대상이다.
③ "법원이 월례비 지급을 비채변제로 판단했다"- 왜곡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월례비 지급은 채무없음을 알고 변제한 비채변제(민법 제742조)에 해당하므로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채변제는 채권 채무관계가 없어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준 것을 말하는데, 임금은 채권-채무관계가 있어 비채변제가 아니지만, 월례비는 비채변제이기 때문에 임금이 아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먼저 '월례비가 임금 성격'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뒤, 월례비 반환을 요구하는 건설업체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설령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해도'라는 단서를 달아 '비채변제' 규정에 의해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설령'이라는 문맥을 무시하고, 마치 법원이 월례비를 임금 성격을 부인한 것 처럼 왜곡하는 정반대의 보도설명자료를 낸 것이다.
건설회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월례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피고(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했다거나 월례비의 지급을 강제했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설령 건설회사측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준 돈이 아니기 때문에 민법 742조(비채변제) 규정에 따라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비채변제, 부당이득 등은 국토부와 회사들의 주장일 뿐 월례비가 임금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여부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누구의 지시·감독을 받는냐가 핵심이다. 건설업체에서 지시·감독을 받는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월례비'라는 이름을 달리하여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이기 때문에 '임금'이라는 뜻이다.
/ 뉴스버스 김태현 기자 taehyun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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