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강성지지층 장악 거대 양당의 협잡에 지배당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기초의원 선거구제 처리도 담합 결과
98.5%. 올해 대선에서 1, 2위 후보가 얻은 득표율의 합계다. 1987년 대선 이래 3위 이하 후보의 득표가 가장 저조한 대선이 2012년 대선이었고 그 다음이 올해 대선이다. 50대50으로 수렴하는 정치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3위를 한 정의당은 여전히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거대양당으로 흡수된 국민의당과 안철수, 새로운물결과 김동연을 보라. 국민의당은 공동정부의 한 축이 되지 못하고 국민의힘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동연 대표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요새로 찾아들어가며 열심히 ‘검수완박’을 따라 외치고 있다. 거대양당은 각각의 강성 지지층이 장악하고 있고, 정치판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에 지배당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부터 윤석열 정부 태동에 이르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돌아보라. 사사건건 거대양당의 영토 갈라치기가 시도되었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거대양당의 담합과 협잡으로 점철되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고, 기초의원 선거구제 개편,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그렇게 처리되었다.
최근 들어 검수완박에 대해,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되어 왔다. 검수완박은 반대가 우세하다. 한동훈 임명에 대해서는 적절과 부적절이 엇비슷하게 나타난다. 한동훈 임명 문제는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와 포개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은 다르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확연이 높은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한편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반대가 적잖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은 검수완박에 합의했다. 거대양당이 수용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명백히 검수완박에 해당한다. 4월에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5월 초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공포되고, 검찰의 수사권은 4개월 지난 9월에 검찰부터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국한된다. 법안 시행 뒤 1년이 지나 (가칭)중대범죄수사청이 발족되면 검찰의 남은 수사권까지 모두 그쪽으로 넘어간다. 검찰은 직접수사권은 물론 수사통제권도 미미한, 사실상 ‘공소청’으로 전락한다.
검수완박, 민주당 돌파-박병석 어시스트-국민의힘 슛
검수완박 법안 처리의 전말은 ‘민주당 돌파, 박병석 어시스트, 국민의힘 슛’으로 요약된다. 어떤 정책이 강행될 때, 유력한 반대세력이 뜻을 꺾는 것만큼 강한 도움은 없다. 당장 연내 검찰 수사권이 축소되면 정치권에 관련된 선거 및 공직자 범죄는 검찰의 손에서 빠져나간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못지 않게 검찰 수사권 축소를 바란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윤석열 인수위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고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합의안을 비판하고 있지만, 새 여당인 국민의힘은 분명 합의에 응했고 이를 주도한 권성동 원내대표부터가 ‘윤핵관’이다. 뒤로 물러서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흡사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분명 이 사태의 주범이다. 어떤 네티즌들은 당선인을 가리켜 ‘윤’을 뒤집은 글자 ‘굥’을 별칭으로 쓰고 있다. ‘문’을 뒤집으면 ‘곰’이다. ‘곰굥수사권조정’은 이분법과 그 이상의 협잡으로 이뤄지는 한국 정치를 보여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文·尹 합의로 국회 예산 심의·의결 패싱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집무실은 정권 출범 때마다 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옮기게 되면, 별도의 조치 없이는 그 다음 대통령도 그 집무실을 써야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세출예산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하여 예산에 계상되는 ‘예비비’를 쓸 일이 못 된다. 새로운 정책적 결정에 따른 사업답게 이전 여부와 비용 투입은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그렇게 할 것처럼 공언했다. 그러나 문재인-윤석열 회동을 거쳐 양측이 일부 비용 예비비 선집행에 합의하자 아무 소리 없이 꼬리를 내려버렸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역설한 정치개혁 방안을 보라. 가장 초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기초의원 선거구제’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부터 기초의원 선거구당 선출 인원을 ‘3~5인’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이를 많은 언론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는 ‘실시’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미 하나의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2~4인을 뽑고 있었다. ‘최악의 선거구제’인 2인선거구제만이라도 폐지하면 ‘개혁’이라고 부를 수준이 된다. 2인선거구는 거대양당이 한 자리씩 약속한 듯 나눠가지는 경우가 많아, 소수세력을 포함한 다양한 주민 여론을 대변할 수 없고, 양당간 지지율 격차가 있어도 거의 자동적으로 의회 구성이 50대50으로 나뉘어 교착 구도에 빠진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기서 국민의힘의 반대를 핑계대고 극소수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3~5인선거구제를 도입하는 희한한 방안에 합의한다. 국민의힘은 호남 등지에서 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3~5인선거구를 저버렸다. 기초 선거구를 획정하는 광역의회와 그곳의 거대양당 의원들도 2인선거구 폐지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며, 전문가나 시민단체가 구상해놓은 4인선거구도 2인선거구 둘로 쪼개는 행태는 매번 반복되어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다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쪽을 고를까? 1)귀당이 제1당으로 의석 40%쯤을 가지고, 제2당이 30%, 제3당들 총합이 30%인 정치 지형. 2)귀당이 51%, 제2당이 49%를 갖는 정치 지형. 이들은 누차 강하게 2)를 지향해왔다. 아니, 자신이 제2당이 되어도 좋으니 제1당과 별 차이가 없다면 제3세력의 존재는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의 바람은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정책들이 끝장투쟁식의 여론 분열과 어처구니 없는 담합을 거쳐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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