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태어나줘서 고마워”…가족 의미 묻는 가족 이야기- 브로커

728x90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영화속 인물 그 자체 변신 송강호 연기 늘 감탄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브로커>로 빠져드는 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엄청난 사건이나 극적 순간 없이도 울림은 컸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명연기와 그들간의 조화가 기여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베이비박스로 인해 우연찮게 만들어진 가족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특히, 소영(이지은)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할 때는 큰 공감과 함께 위로를 받았다. 우리 모두가 듣고 싶던 말이 아닐까. 영화의 마무리를 관객의 상상에 맡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오랜만에 만난 좋은 영화였다. 

출처: CJ ENM Movie

가족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새로운 가족의 형성을 보여준다. 그는 <걸어도 걸어도>에선 가족을 잃은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실수로 자식이 뒤바뀐 가족, <어느 가족>에서는 서로의 아픔을 감싸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브로커>는 그렇게 따뜻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소영은 어쩔 수 없는 연유로 아이를 <베이비박스> 근처에 놓지만, 다시 찾으러 간다. 이 아이의 불법 입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브로커(상현(송강호)와 동수(강동원))와 동행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 속 다양한 가족의 당면 문제, 슬픔, 변화를 섬세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입양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정부의 미혼모 대책 및 지원, 보육원 운영의 어려움을 예시하고 있다.

출처: CJ ENM Movie

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소영과 수진(배두나), 소영과 이형사(이주영), 수진과 이형사의 대화를 통해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소영이 처한 상황이 모두 개인의 잘못인가? 어떤 사회적 책임은 없는 것일까? 낙태가 최상의 방법이었을까? 소영이 아기(우성)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러한 불법 입양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소영이 바란 것은 동정심과 연민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이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출처: CJ ENM Movie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송강호 연기 '명불허전'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늘 감탄이다. 그는 어떤 역에서도 바로 그 역할로 녹아들어 배우라기보다는 그냥 영화 속 그 사람으로 느껴진다. <관상>에선 실력 있는 역술인, <변호인>에선 가난한 가장이자 인권 변호사, <택시운전사>에선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용기 있는 택시 운전사였다. 이것이 그의 강점이다. 

<브로커>에서도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브로커이자 이혼한 아버지 상현의 역할을 무난히 해냈다. 마치 여느 아버지처럼. 여기에 동수역의 강동원 배우의 연기도 빛났다. 소영, 해진(임승수), 수진과 이형사와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더욱이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이 능숙한 솜씨로 소영에게 단추를 달아주는 장면은 소영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브로커>로 칸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출처: CJ ENM Movie

그런데, 이렇게 쉽게 역할과 동화되다 보니, 송강호 배우 자신의 독특한 이미지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이미지가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없는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8월 개봉될 <비상선언>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극적 반전 없지만 빠져드는 영화 

<브로커>도 광의의 개념에서 국제공동제작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을 맡았고, 영화사 집이 제작을, CJ ENM이 투자와 배급을 하였다. 하지만 엄밀히 국적을 따지자면 한국 영화다(영화에서 국적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긴 하지만). 

그런데 이전의 국제공동제작 영화와 달리 국제공동제작한 영화라는 느낌이 없었다. 배우가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쓰고 한국에서 한국 내용으로 촬영되어서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방식, 그가 다루는 가족 이야기, 섬세하면서도 공감과 감동을 주는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 더해, 그가 평소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아주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 문화와 배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브로커> 영화를 생각할 초기에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과 배두나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즉 한·일 국제공동제작을 고려하면서 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 배우를 중심에 두고 한국에서 한국 이야기를 한국 배우와 스태프와 촬영할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이 강동원과 미팅을 했고, 강동원 배우와 많은 작업을 한 영화사 집이 작업을 하게 되면 지원하기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지원이 제작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임수연, <브로커> 제작한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인터뷰, 씨네21 1358호). 여기에 한국 제작사 및 참여한 스태프의 노력이 더 해져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출처: CJ ENM Movie

지금까지 국제공동제작은 많은 경우가 제작자(프로듀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영화가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주익 대표의 영화(<칠검>, <묵공>, <워리어스 웨이>). 김효정 프로듀서의 <선샤인 패밀리> 등. 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의 거장 감독이 한국 배우를 미리 주인공으로 상정해서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이 배우들의 도움을 통해 한국 제작사와 연결되고 제작한 경우다. 누가 되었던 국제공동제작에서의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지만, 제작자뿐만 아니라 배우와의 개별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도 작용하고 있다. 어쨌든 영화산업에서 이런 개별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단지 한국 드라마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파가 없고,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으며 극적 반전이 없다는 점은 기존 한국 영화와 다른 점이다. 한국 상업영화에서도 잔인함과 폭력성을 앞세운 영화보다는 우리가 무관심했거나 무관심한 사람, 사건, 내용(사물)들에 관한 영화를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