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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로봇이 대체할 인공지능 세상에선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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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로봇 노동의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위기 '일자리 상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삶에 대한 구체적 방안 논의돼야

특정 분야이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자리의 소멸은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을 위하여 개발된 인공지능이 아이러니하게 인간의 삶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흐름은 거대하여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LG전자 연구원들이 자율주행기술 기반의 차세대 물류 로봇 'LG 클로이 캐리봇'의 물류 창고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 LG전자 제공)

일자리의 소멸과 기본소득의 필요성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시나리오는 오래된 얘기입니다. 상상속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인간의 노동 없는 생산이 가능한 사회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소비할 수 있는 소득(所得)이 없다면 삶이 영위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경제 시스템이 운용되어야 세금을 걷을 수 있을테니, 모든 면에서 생산과 소비는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로봇 관련 원천기술은 높지 않으면서도 산업현장에서 로봇 활용도는 매우 높습니다. 로봇에 의한 노동력 대체 수준을 나타내는 로봇 밀집도라는게 있습니다. 제조업 근로자 1만명 당 사용되는 로봇의 수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전기·전자 업종의 높은 로봇 활용에 힘입어 로봇밀집도는 세계 최상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고위험, 고강도 등 작업환경이 열악한 제조현장(뿌리, 섬유, 식음료)에서는 로봇 활용도는 높지 않으나 점차 확대될 것입니다.

높은 로봇밀집도가 보여주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고용감소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산업혁명기에도 그랬듯 노동이 기술에 의하여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재원으로서  로봇세(robot tax)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일정 금액을 소득처럼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로봇세는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경우, 그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으로 로봇세를 통하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대한 논의는 찬반이 갈립니다. 먼저, 부정적인 효과는 근로의욕 상실, 복지제도 축소, 세금부담 증가, 일자리 감소 가속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는 복지 사각지대(死角地帶) 해소, 근로 유인, 복지 관리비용 감소, 빈부격차 감소, 낙인효과 방지, 청년창업자의 사회안전망 역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 자체가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2016년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에 관한 규정을 헌법에 넣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결과는 부결되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위스 등 복지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도입 자체가 부결되긴했지만 기본소득은 노동이나 인간의 가치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 논의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700만 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성된다고 예측했습니다. 과도하게 두려움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노동 없는 생산이나 노동과 소득의 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가장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은 역설적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양극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지난달 시범 개장한 서울 용산공원에서 대통령실 앞뜰을 지키고 있는 경비 로봇. (사진=뉴스1)

인공지능시대 양극화 대처 재원으로 로봇세 검토해볼만

양극화를 대비하기 위한 조세정책, 노동정책의 일환으로 로봇세(robot tax)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U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로봇세의 전제는 로봇을 공적 기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로봇의 등록을 통하여 로봇에 대한 과세지표를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등록 대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를 통하여 기준을 정립해야 합니다.

로봇을 이용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이고, 세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로봇세의 도입을 결정하기 보다는 로봇의 보급률과 기술발전에 따라 로봇세에 대한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연계하거나 디지털세 내지 데이터 배당이라는 사회적인 안전망과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거치면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필요한 복지 내지 기본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입니다. 아니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류가 직면하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으며 인간중심이 아닌 기득권자 중심의 사회가 될 수 있으며, 그 중간에 로봇이 위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당국의 설득과 노력이 무척이나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로봇은 인간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누군가를 위해 사용되기는 하겠지만, 특정인만을 위한 사용이 언제까지 용인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의 기회를 상실하고, 노동자의 기술이 현실(現實)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인간이 누려야할 삶의 기반이 붕괴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로봇세는 이러한 위기를 원인자와 나누어 대처하자는 것입니다.

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래 융복합 기술 전시회 '제11회 스마트테크 코리아'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로봇을 이용해 치킨을 튀기고 있다. (사진=뉴스1)

인공지능시대 대비 기본소득과 로봇세 적극적 논의되어야

무엇보다, 과세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과세대상, 과세표준, 세율 등이 분명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과세대상인 로봇의 범위를 분명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로봇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어느 범위 안에서 과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납세 의무자를 로봇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로봇의 소유자로 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전자로 본다면,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고 로봇이 창출한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유럽에서 논의된 전자인(electric person)과 비슷한 관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책임을 질 수 없는 로봇에 인격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논쟁이 예상됩니다.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로봇을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 취득세 또는 재산세를 부과하거나 로봇이 창출한 가치를 측정하여 그 소유주에게 소득세 등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논의의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향후, 기본소득의 제도화에 대해서는 정치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법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논의를 통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삶과 일자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윤명은 경희대에서 지식재산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이버에서 정책수석으로,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SW‧AI법을 공부‧연구했다. 현재는 상명대학교 특임교수로 있으며, 「블랙박스를 열기 위한 인공지능법」(2022, 박영사), 「게임법」(2021, 홍릉) 등의 책을 썼다. 남도의 땅끝 해남이 고향인 그는 지금은 물 맑은 양평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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