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유병호, 감사위원 패싱과 공격…사무처 사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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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조은석 "유병호, 감사위원들 말 자르고 고성 지르며 방해"

유병호 "사무총장으로서 의견 제시한 것 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뉴스1)

감사원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보고서 공개 과정을 둘러싸고 '전현희 감사'의 주심을 맡은 조은석 감사위원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연일 정면 충돌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들의 합의제 기관으로, 사무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집행 등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지원 조직이라는 점에서 감사위원 패싱과 공격 등은 전례 없는 일이다. 

조은석 위원은 15일  YTN에 유 사무총장이 감사위원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타박하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자 고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또 일부 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감사원 사무처는 이날 오후 'YTN 보도에 대한 감사원의 입장'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주심위원인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의 도중에 또는 전후 주장하거나 제기했던 내용을 공개했다.

사무처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조 위원이 감사 권한이 없는데도 사적으로 획득한 자료를 기반으로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변호하는 등 감사위원회의 변경 의결과 다른 내용 등으로 감사보고서 수정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이 '전현희 구하기'를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조 위원은 13일 내부 게시판을 통해  "감사보고서 최종안에 대해 주심위원 등의 열람과 검수를 거치지 않고 전자결제시스템 등록 및 공개가 이뤄졌다"며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조 위원은 감사 결과보고서 공개 과정에서 "누군가 조선일보에 허위사실을 알려 허위 사실을 보도되게 했다"면서 내부 관계자를 겨냥해 "비열한 작태"고 작심 비판했다. 누군가는 유 사무총장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사무처는 이번 감사를 지휘한 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의 설명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데 이어 14일에는 조 위원의 주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조 위원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내용에 대해 연이틀 반박 자료를 낸 것이다.

사무처는 조 위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심지어 "적법하게 시행된 감사결과에 대한 부당한 이의 제기는 감사결과의 시행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위원을 상대로 대놓고 엄포를 놨다. 

감사원 사무처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병호 사무총장의 지시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조 위원과 감사원 사무처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부분은 진위가 가려져야 겠으나, 감사위원회의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사무처의 감사위원 공격은 감사위원 중심의 합의제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감사원장 제척" vs "감사위원 6명 만장일치"

유 사무총장이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감사위원들의 말을 수시로 자르고, 고성을 질렀다는 부분에 대해 감사원 사무처는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을 제척하는 주장을 해 사무총장이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 위원의 설명은 한참 다르다. 조 위원은 지난 13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안건을 심의할 때 감사원 규칙에 따라 임용이 늦은 순서대로 의견을 말하도록 되어 있어 의장인 감사원장이 마지막에 의견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감사위원들 6명의 의견이 일치하게 되면 의장은 별도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확정되는게 관례였다"고 말했다.

"조은석, 전현희 비위 삭제 주장" vs "사무처 스스로 철회"

감사원 사무처는 "조 위원이 중요사항 전부에 대해 불문 의견을 제시하며 법리와 증거, 실체적 사실관계 및 양정 기준 등에 맞지 않게 감사결과보고서에서 객관적 비위사실과 조치할 사항을 삭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무처는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없이 착수한 권익위 감사가 위법하고, '갑질 직원' 탄원서에 기재된 전 위원장의 서명이 도용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이 부분 역시 조 위원의 주장과 평행선이다. 

조 위원은 "감사위원회 개최 전인 지난 5월 31일 사무처가 전 위원장에 대한 부의안 내용을 수정·변경 했고, 변경 전에 동의를 구해 아무런 이견없이 사무처가 바라는 바대로 수정하는 것을 동의했을 뿐 사전에 변경을 요구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일체 없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전 위원장의 출퇴근, '허위 보도자료' 사안과 관련해 감사결과보고서에 실태를 기재하기로 한 것은 친 민주당 성향으로 지목된 감사위원이 찬성하면서 의결정족수가 충족됐다"면서 "친 민주당 성향이라 지목되지 않은 감사위원은 오히려 실태 기재를 반대했다"고 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를 소스로 "친야(민주당) 성향의 감사위원들이 '전현희 구하기'를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반박한 것이었다.

"검수 확인 절차 없이 공개" vs "열람만 할 뿐 결재 권한 없다"

사무처는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제보 요지에서 수정하려고 시도하고, 사적으로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전 위원장의 부적절 행위를 변호하는 등 변경 의결과 다른 내용 등으로 감사보고서 수정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위원은 자신이 주심인데도 불구하고 감사보고서 열람 결재를 '패싱' 당했다고 했다.

통상 감사위원회에서 감사보고서를 수정·의결할 경우, 감사원 사무처와 감사 담당 부서가 내용을 수정하고 '주심위원'에게 수정·의결된 내용대로 작성되었는지 검수 절차를 거쳐야 확정되는데, 검수 절차를 패싱했다는 것이다.

조 감사위원은 "9일 오후 수정된 보고서를 검수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감사위원의 확인 절차 없이 전자결제시스템에 ‘권익위 감사보고서’가 등록됐다는 것을 뒤늦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사무처는 "사무총장이 변경 의결된 내용을 결재하며, 주심 감사위원은 열람을 할 뿐 결재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 이날 '감사원 정치감사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유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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