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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의당, '검수완박' 정국서 존재감·역할 다 잃었다

by 뉴스버스1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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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민 정치평론가 
 

정의당, 거대양당체제속 민주당 하위집단으로 전락

정의당, 약자 고통주는 독소조항 담긴 '검수완박' 찬성

정의당, 민주당의 '다당제 정치개혁' 약속도 못얻어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법안에 정의당이 찬성했다. 그들 스스로 표방해온 ‘진보’, ‘개혁’, ‘대안’의 타락이다. 검수완박은 범죄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준다. 검수완박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일 뿐만 아니라, 이미 2020년 검경수사권조정으로 약화된 검찰의 수사통제권을 더욱 약화시킨다.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사가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독소 중의 독소다.

검찰 수사 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정의당 소속 의원 6명은 전원 찬성했다. (사진=뉴스1)

"경찰 송치 사건 '동일한 범죄사실'만 수사 가능"은 독소 중의 독소

검찰로 넘어오기 전에 수사한 범위내에서만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숱한 사회적 약자들을 변호해온 장애인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가 예시한 바를 옮긴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를 못한다", "스토킹범 휴대폰에서 아동성착취물이 발견돼도 수사를 못한다", "절도범이나 연쇄살인범이 여죄를 자백해도 수사를 못하고 살인죄의 진범이 밝혀져도, 피해자나 참고인이 의문의 죽음이나 보복 범죄를 당해도, 아파트 사기분양 사건에서 조합장의 공금 횡령이 드러나도, 뇌물사건에서 상납이 밝혀져도 수사를 못한다.” 이게 진보정당이 찬성할 일인가? 

정의당은 조국사태 당시 ‘인사권 있는 대통령이 결정하게 놔두겠다’며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했다. 그러고도 선거법 개혁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뒷통수를 맞았다. 법안 통과 전에 민주당이 이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자기 입맛대로 수정하는 동안에도 찍소리 한 번 못냈다. 이번에 검수완박에 찬성하고 정의당이 따낸 것은 무엇인가. 뭔가를 따내기 위해 검수완박 같은 악법에 찬성해서도 안 되지만, 정의당에게 날라들고 있는 고지서는 참혹하다. ‘기초의원 선거구’ 문제다. 

정의당, 이러려고 민주당 거수기 역할하나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은 지지율과 의석수간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요구해왔다.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절대 다수는 지역구 의석과 지지율을 최대한 일치시키고 있는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선거구를 실시하되 불비례성을 보정해주는 의석을 늘려 정당의 의석율과 지지율을 맞춰주거나(독일, 뉴질랜드), 지역구 선거에서부터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당선자수를 맞춰주면서 당내 후보들의 당락 결정에 개인별 득표를 반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사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네덜란드는 150명 국회의원을 전국 단일선거구에서 선출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한 지역구 평균 12명 가량을 뽑으며 30명 넘게 뽑는 선거구도 있다. 아일랜드는 3~5인을 선출한다). 

그간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이나 혁신적 시민단체들은 일단 기초의회 선거구의 선출 인원을 늘리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거대양당의 나눠먹기에 불과한 2인선거구 폐지를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다당제 정치개혁’을 약속하며 이를 받아들일 것처럼 굴었다. 대선 이후에도 기초의원 선거구 선출 인원을 현행 ‘2~4인’에서 ‘3~5’인으로 바꾸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검수완박에서는 타정당 의견을 무시하던 민주당이 기초의원 선거제도에서는 국민의힘의 반대를 핑계로 추진을 미루더니, 결국 253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겨우 11개에 해당하는 지역만 3~5인 선거구를 ‘실험’한다는 희한한 합의안을 도출하며 사기극은 막을 내렸다. 

필자는 틈 날 때마다 ‘민주당이 진정성이 있다면 선거법 개정 이전에 전국 곳곳 광역의회에서 2인 선거구를 없앨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선거법을 바꾸지 못해도 광역의회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권한을 쥐고 있으며, 전국 대다수의 광역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파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함께 방방곡곡에 2인선거구를 더 늘려놓았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4인 선거구로 권고한 지역을 '2인 선거구' 둘로 쪼개는 습관은 여전했다. 정의당은 다른 소수정당이나 시민단체와 이를 연대해 규탄하고 있다. 이럴 줄 몰랐는가. 광장(중앙정치)에서 검수완박 2중대 노릇해놓고 골목(지방정치)에서만 눈 흘기고 있다. 

여영국(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거대양당체제 기대 오만함의 극치와 폭주 보여준 민주당과 국민의힘   

검수완박,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반대 여론이 높은 정책이 약속이나 한 듯 추진되고 있다. 거대양당은 “쟤들이 더 싫어서 우릴 찍을 수밖에 없을 걸?”이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 정치가 지금처럼 최악의 정당체제였던 적은 없었다. 다당체제였을 때는 경쟁과 협상이 원활했고, 양당체제였을 때는 야당쪽이라도 나아지는 척을 했다. 박근혜 파면 이후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국민의힘과 거대의석을 보유한 채 대선에서 석패한 민주당의 오만함이 극에 이르렀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거대양당체제에서 민주당의 하위집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다못해 국민의힘으로 흡수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반기라도 들었다. 정의당은 설령 후일 민주당으로 흡수된다해도 당내 비주류 혁신파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한국 정당체제에서 남은 해법은 ‘신당 창당’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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