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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팬덤정치 갇힌 민주당, 결별할 것이냐 포로로 지낼 것이냐

by 뉴스버스1 2022.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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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규 칼럼니스트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계파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듯

전당대회 앞두고 대립 격화할 수록 팬덤의존 가능성

 

 

1. 지방선거 예견된 패배와 후폭풍에 휩싸인 민주당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일단 지방선거를 이끈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물러나고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했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8월 하순에 치르기로 의원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전당대회 전후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이 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혁신형 비대위를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고, 그에 따른 당내 갈등도 예정된 것이었다. 만약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잠시 휴지기를 가졌거나 차라리 보궐선거에 패배했다면 친문 또는 비이재명계가 당 쇄신의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고, 겉으로 표출되는 갈등은 덜 심각했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지난 대선에서 더 큰 표차로 패배했더라면 이 의원의 조기등판은 불가능했고, 당의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피하지 못한 흐름이다. 역대 최소표차는 졌지만 잘 싸웠다, 즉 ‘졌잘싸’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이 의원이 조기 등판하는 근거가 됨과 동시에 민주당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현재 양측의 갈등양상은 일차적으로 지선 패배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다. 친문 및 비이재명측은 이 의원의 조기등판이 지방선거 참패의 가장 핵심원인이라 보는 반면에 친이재명측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친문의 정치행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라 본다. 둘 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어느 한 가지 일리 없다. 지선 패배의 또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때는 친명과 친문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였다. 

2.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할 당권 두고 권력투쟁 전개될 듯

지선 패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입씨름으로 그칠 리 없다. 심각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친문을 포함한 비이재명측은 대선, 지선 2연패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당을 대표해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3연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친이재명측은 민주당을 혁신할 적임자는 이 의원뿐이라 주장한다. 반드시 당 대표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는 비록 패배했지만 계양 보궐선거에 승리했고, 또 경기도 수성에 성공함으로써 이 의원은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졌잘싸’의 재연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당무위원들이 6월 3일 국회에서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측 모두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한 충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 주장한다.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는다. 지금처럼 격렬하게 대립하다가 상대방이 당권을 쥐면 다음 공천이 불안해질 수 있다. 친문도 그렇게 당을 운영해 왔다. 누가 주도권을 잡든 당이 살아나지 못하면 공멸이라는 냉철한 인식을 가진 의원들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에게 공천보장이 최우선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집착하는 이유는 너무 뻔하다. 자신을 겨냥해 조여 들어오는 수사와 재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70석 거대 야당이라는 외피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당의 생사보다 자신이 사는 것이 먼저다. 여권으로서도 야당 대표의 사법처리는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전대를 둘러싸고 대립이 격화될수록 전대 후 민주당의 분열을 점치는 것도  과한 의견이 아니다. 팬덤을 넘어 훌리건 수준에 달한 강성 당원들의 행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어떤 이재명 의원 지지자가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출입구에 치매 운운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반대편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강성 당원들의 행태가 댓글과 문자폭탄을 넘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징표다. 히틀러의 돌격대는 나치당 밖의 대상을 공격했는데, 같은 당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따끔 더하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극한대립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김종민 의원이 수면으로 끌어올린 전대 연기론이고, 다른 하나는 재선의원들이 제시한 집단지도체제다. 전대 연기론은 비대위 활동기간을 연장하고,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원인분석과 충실한 평가를 토대로 당 쇄신작업을 추진한 연후에 전대를 갖자는 의견이다. 일단 당장 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선과 지선 평가과정이 순탄하지도 않을 것이고, 갈등이 해소되기보다 지연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여러 계파가 지도부에 함께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도 갈등을 최고위원회 내로 끌어들일 뿐 미봉에 그칠 염려가 있다. 일종의 담합이 되어 다음 총선에서 인적 쇄신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친문계 중진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팬덤정치의 악순환…온라인 당원 확대이후 팬덤이 덮쳐

민주당이 지금처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당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일련의 당 의사결정구조 변경 노력의 결과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끌던 ‘혁신과 통합’이 합당하고, 친문이 당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이래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당원의 의사결정 참여를 쉽게 하고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일환인 모바일 투표 확대가 그때 시작되었고, 첫 수혜자는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후보였다. 

2015년말 안철수 의원과 호남 지역 의원들의 동반 탈당으로 문재인 대표가 코너에 몰렸을 때 온라인으로 당원에 가입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짧은 시간에 10만 명이 넘는 당원이 가입했다. 그 이후 민주당의 주요 여론과 의사결정을 친문성향의 온라인 당원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이 처음 등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예의 ‘양념’이란 말로 이러한 행태를 추인하고 부추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5년간 민주당은 온라인으로 입당한 강성 당원들은 당내 모든 선거를 좌지우지 했고, 조국수호에 앞장섰으며, 금태섭 의원처럼 다른 소리를 내는 합리적 의원들을 당에서 쫓아냈고, 대선 후에는 검수완박에 머뭇거리는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강성당원에 호응하는 강경파 의원들이 당의 전면에 부상했고, 중진들은 철저히 침묵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소수 강경파에게 당이 끌려 다니는 당이 된 것이다. 

이제 대선과 지선의 연이은 패배를 둘러싸고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책임을 제기하자 이번에는 친이재명 성향의 강성 당원들이 과거 대깨문이라 불리던 친문 강성 당원들이 하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가운데) 이원욱(왼쪽) 의원이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세균계 모임인 광화문포럼 해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 친문·친명 한걸음씩 물러난 뒤 통합과 쇄신 지도력 세워야

민주당이 지금의 난국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일단 친문과 친명 양측이 모두 뒤로 물러서는 것뿐이다. 이재명 의원 뿐 아니라 친문의 대표격인 의원들도 모두 당 대표 도전을 포기하고, 당의 통합과 쇄신을 동시에 이끌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인사를 세우는 것이다. 강성 당원들에 휘둘리지 않고, 당내 강경파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지도력이라야 한다. 전대를 예정대로 치른다면 전대에서 합의해 추대하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한시적인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가진 비대위로 개편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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