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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尹의 문제, '지나친 자기확신'…사시9수 신화 영향인 듯

by 뉴스버스1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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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윤 대통령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부터 바꿔라"'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시험에서 9수를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 윤석열’은 없었을지 모른다. 검사 윤석열은 재벌이나 정권에 대한 수사로 명성도 얻었지만, 훗날 대선 과정에선 삼부토건이나 부산저축은행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역사에서 옛 시대와 좀 더 새로운 시대의 경계에 있었다. 더 이른 시점에 검사가 되었다면 불명예나 나쁜 이미지를 얻어 대선에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시9수는 대통령 윤석열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나친 자기 확신’이 끼치는 악영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이중적인 '전 정부 탓'

일단 이번엔 도어 스테핑,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정부에서는 민변 인사로 도배를 했다”부터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윤석열 정부 장관들처럼)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까지, ‘라떼(나때)는 말이야’도 아니고 ‘러떼(너희때)는 어쨌냐’가 시전되었다. 저러다 이런 말이 나오지는 않을지 아슬아슬하다. “전정부 탓은 전정부도 했다!”   

‘남 탓’ 이상으로 위험하고 흉한 발언도 있었다. 김건희 영부인 문제와 그 처리를 놓고 공론장이 ‘도배’가 되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말했다. 이걸 두고 ‘위트’라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가령 신임 대통령이 의전에 익숙하지 않아 행사장에서 동선 착오를 일으킬 때, “대통령 처음 해봐서”라고 말한다면 좌중에 흔쾌한 웃음이 번졌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배우자 리스크에 반응하면서 “처음 해봐서”라고 했다. 

대통령을 1초도 안 해봤던 시기에 이미 집무실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나. 배우자 문제에서 별안간 ‘모드 변환’을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뷔페식’이다. 전정부 활용법도 이중적이다. 어떨 때는 ‘문재인 정부보다 낫다’는 투였다가 또 어느 때는 ‘문재인 정부도 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로 흐른다. 그러고 보니 점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닮아간다. 그도 유리할 때는 전면에 서고 욕 먹을 수 있는 일에는 뒷전에 빠져 있었다. 기자들 앞에서 자주 말을 한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설화(舌禍)에 대해 대통령실 참모진을 책망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상식적으로 참모들이 도어스테핑에서 손을 떼고 있을 리 없다. 메시지 작성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대통령의 지침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참모의 조언이나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았거나, 참모의 개입을 막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럼 대통령은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자기 전이나 출근 전에 ‘예상 문제’를 뽑아 답안을 구상하는 게 정석이다. 어록을 훑어보면 그런 흔적이 감지되지 않는다. 준비했는데도 그 수준이라면 더 암담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7일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 대통령,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무감한 듯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문제는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무감하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잦은 논란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에서도 드러났지만, 대중 인식 능력은 메시지를 구상하고 표출할 때 이미 나타난다. 정치인이 좋은 메시지를 구사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있다. 자신의 말이 어떻게 기사화되는 게 멋있을지 떠올려보는 것이다. ‘가상 기사’부터 써놓고 거기에 맞춰서 표현을 빚고 다듬어도 된다. 최소한 준비 없이 한 말이라도 그것이 나가는 순간이나 그 직후에는 언론 타이틀이나 ‘베스트 리플’이 어떤 것인지 감이 와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노무현과 닮았다’는 주장을 한다. 이것도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몰라서 하는 언행이다. 양측의 공통점이라고는 ‘메시지 논란’이 잦다는 것 하나밖에 없다. 눈치를 보지 않는 것과 눈치가 없는 것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처한 구조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무엇이 문제가 될지 알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명언도 여럿 남겼고, 설화 중 상당수도 상대방의 뼈를 때리고 판을 흔들어놓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본인은 돌파하는 자신을 그리고 있을지 몰라도, 자신의 말로 인해 점점 궁지로 몰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9수 신화’가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그런 성공을 거두었다면 ‘내 방식을 고수하면 처음엔 어려워도 시간이 지나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고 자신하기 마련이다. 그의 방식은 스타 검사, 검찰총장, 대선 후보를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 변함이 없었고 그의 자신감도 더 굳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에는 경쟁자가 없다. 투쟁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 완전히 다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부터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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