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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찰국 신설’ 국회 패싱·국가경찰위 무시…입법예고 달랑 5일

by 뉴스버스1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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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헌법·정부조직법·경찰법 위반

행안부장관 '경찰 지휘'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만

헌법 "행정각부의 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7월 1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8월 2일, 31년만에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설치될 예정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준비위원회(직협연합)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7월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 곳곳의 경찰직장협의회의 반발은 ‘일선 현장’의 궐기라는 점에서 검수완박에 저항한 전국평검사회의와 본질적으로 같다. ‘윗선’도 움직인다. 국가경찰사무의 주요정책 결정권을 가진 국가경찰위원회는 7월 20일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행안부 방침을 따르는 데 불만을 느낀 총경급 인사들이 7월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열었다. 

필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입법예고기간에 의견서를 내려고 했지만, 기간이 끝났다. 7월 15일부터 19일까지가 입법예고 기간이었다.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자치법규는 20일)이상으로 한다”. 법제처장과 협의해 기간을 줄일 수 있다지만, 31년만에 일어난 정책 변화이자 사회 갈등을 유발한 중대사안에 대해 ‘5일’이라니...

법령 하위의 방침을 변경하는 행정예고만 해도 기본적으로 20일의 기간이 설정되어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검찰위원회 개최를 의무사항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꿀 때, 검찰청 차장검사급 직위 4개를 없앨 때,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입법 없이 국회를 패싱하면서 장관 직권으로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버티던 이상민 장관도 이를 의식했다. 처음에 그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를 주장했다.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 만큼 행안부 장관이 더 큰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경찰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경찰국은 현재 있는 장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장관 권한이 뭔지 들여다보자. 

행안부장관이 경찰청을 일반적으로 지휘할 권한은 없다. 기획재정부장관이 조달청을 지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행안부와 경찰청의 관계는 그와 같지 않다. 장관이 소속청의 장을 지휘하는 것은 장관이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경우다(정부조직법 제7조 제1항 및 제4항). 장관 소관사무에 치안 및 경찰이 확실히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1991년에서 1992년으로 넘어오던 시점에 행안부장관 소관사무에서 ‘치안’은 삭제되었고, 그 업무를 맡기 위해 경찰청이 만들어졌다(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 및 제5항). 

그렇다면 행안부장관의 경찰 관련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정부조직법상 검찰청과 경찰청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정부조직법 제32조 제3항, 제34조 제6항).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는 시행령이 아니라 검찰청법에 규정되어 있다. 행안부장관의 경찰 관련 권한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로 확인할 수 있다. 

행안부장관이 경찰에 관해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임명 과정에서 제청권을 행사한다. 둘째,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경찰위 회의에 부칠 수 있다. 셋째, 경찰위나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내용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넷째, 일부 인사에 대해 제청권이 있다. 경찰청장 임명 과정에서는 국가경찰위 동의를 받은 인사에 대해, 시·도경찰청장 임명 과정에서는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위와 협의해 추천한 사람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한다(그 이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날 입법예고된 경찰제도개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상 행안부장관 역할은 경찰 수직적 지휘 아닌 측면 개입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에서 나타난 치안사무의 구조는 이렇다: ①국가경찰위원회를 행안부에 두지만 가장 윗선에는 장관이 아니라 위원회가 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행안부가 아니라 각 시·도지사 소속이다. ②행안부 장관의 ‘재의 요구’나 ‘임명 제청’ 권한은 수직적 지휘가 아닌 측면 개입이다. ③행안부장관의 사무는 경찰위원회와 별도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위의 업무를 위해서라도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할 수 있는가? 경찰법에 따르면, 국가경찰위원회의 사무는 경찰청에서 수행하고(제11조 제1항), 자치경찰위원회는 그 산하에 사무기구를 둔다(제27조). 실무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장관이 경찰청이나 경찰위에 요구하는 것이 현행법 취지에 맞다. 경찰청이나 경찰위에 소속되지 않은 행안부 인사 중 경찰 관련 사무를 할 수 있는 인사는 행안부장관 1인이다. 경찰국이 장관 혼자 일하는 ‘1인 부서’라면 모를까, 이상민 행안부가 기획한 경찰국은 파견된 경찰공무원 12명과 일반직 4명으로 이뤄져 있다. 

설령 이러한 해석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또 사법부가 판단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할지라도, 현행 법질서를 건드리는 변화는 행정입법(대통령령이나 행정안전부령)이 아니라 법률을 통해 일어나야 한다.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헌법(96조) 규정이다. 그런데 이미 이상민 행안부는 경찰국 설치를 추진하며 국회는 물론이고 국가경찰위원회마저 건너뛰었다.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경찰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이상민 장관에게,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는 주요정책도 아니고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도 아니란 말인가. 앞에서 언급했듯 행안부장관은 스스로 판단한 중요한 사항을 국가경찰위원회 회의에 부칠 수 있다. 이 장관은 의무와 권한을 모두 저버렸다. 뭐가 그리도 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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