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사과하지 않는 정치지도자들…대통령 탄핵 6주년의 풍경

by 뉴스버스1 2023. 3. 13.
728x90

김수민 정치평론가 

 

2017년 3월 10일 ‘한국 민주주의 최고의 날’ 이후 정치 악화

일본 피고기업·일본 정부보다 더 문제는 사과 없는 윤 대통령

전 경기도비서실장 죽음에 말 아낄줄 모르는 이재명· 김기현 대표

지난 3월 10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6주년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만큼 세월이 흘렀다.

2017년 3월 10일 지인들과 이런 말을 나눈 기억이 있다. “오늘은 한국 민주주의 최고의 날이다. 당분간 이보다 나은 날은 오지 않을것이다.” 당시 개인적으로는 2017년 5월의 대선과 그 이후 정부에 전혀 기대가 없었다. 시스템 전환을 이뤄낼 역량이 있는 정치세력이 없었다. ‘박근혜 없는 한국 정치’로 족한 수준이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 6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안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제 ‘당분간’이라는 단어도 내려야겠다. 그 이후로 한국 정치는 해가 갈수록 나빠졌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첫째와 둘째 정치인의 면면도 의미심장하다.

2016~2017 촛불 시민들이 특별히 그를 호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좋아하는 검사’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아마 윤석열 검사가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그가 2019년 검찰총장에 올랐을 때 민주당 지지층은 환호작약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을 촉구한 정치인이었다.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이었던 그의 지지율은 탄핵소추안 의결 즈음까지 치솟았다. 이 두 사람은 2022년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영예를 누렸고, 또한 지금 그 이상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피고기업이 내야 할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의 기부를 받아 대위변제한다는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했다. 피고 기업은 도의적 지원은커녕 사죄도 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 일본 정부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사태의 최악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것이다.  

법적 배상이 아니더라도, 한일 양국 기업이 지원하는 1+1안, 한국 기업과 정부, 일본 기업이 모금하는 2+1안, 한일 양국의 기업과 정부가 기금을 모으는 2+2안, 여기에 시민들의 성금을 더한 문희상안(2+2+α안) 등이 거론되어 왔다. 급한대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동결하되,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자는 ‘2단계 해법’도 제시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그 어느 것도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소재 해군 특수전전단을 찾아 특수전 장비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답을 정해놓고 시간을 끌다, ①취임 직후는 피하고, ②지지율이 회복된 이후, ③되도록 총선이 많이 남은 시점에, ④야당 지지율 퇴조와 여당 전당대회에 맞춰 ‘1+0’을 발표했다. 속이 뻔히 보인다. 하다하다 안 돼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는 것도 솔직히 실토하고 말았다. 정부가 안간힘을 썼는데도 이리 되었다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을 것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피해자 분들의 한을 풀지 못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윤 대통령은 급하게 연기할 기회도 놓쳤다. 언젠가 ‘정권 운명을 가른 변곡점‘으로 이를 복기할 날이 올 것이다.

“말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전 모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뒤에도 이렇게 반문했다. 전씨를 발탁해 그의 보좌를 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식이 전해진 그 다음날 오전 곧바로 ‘검찰 수사 탓’부터 했다. 성남FC 광고비 지급이 인·허가의 조건이라는 혐의를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전씨가 사망하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 아직은 논란의 영역에 있고 사법적으로 유죄가 아니라 자신한다고 해도 스스로 책망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을까. 더구나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벌써 다섯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고인을 애도하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할 줄 모르는 건 이재명 대표뿐이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서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를 수행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그런 소리는 지지자들이 댓글로 충분히 하고 있다. 거대정당 대표들을 보좌하는 주변인들 양식도 의심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 빈소에 조문 후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NBC에서 방영된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의 시즌 7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 원전에서 사고가 나자 친원전파이며 해당 원전의 건설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공화당 비닉후보는 최대 악재를 만난다. 하지만 탈원전 입장의 민주당 산토스 후보는 비닉에 대한 비방을 전혀 하지 않고, 희생자 추모와 사고 수습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낸다. 반격을 노리는 비닉 후보의 자세도 인상적이다. 산토스 후보측이 먼저 공격하기까지 인내한 것이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민주당은 곧바로 “친원전이 사고를 만들었다”며 동네방네 써붙였을 것이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향해 달려 들었을 것 같다. 국민의힘은 사고 직후 “민주당 정부가 탈원전을 해오며 원전을 방치한 결과 시설에 무리가 생겼다”고 나왔을 것이고,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사고 낸 관계자가 잘못한 것을 어쩌란 말이냐”고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술술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이스트 윙'이라도 만들어볼까 싶지만, 만들어봤자 한국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아 쓴웃음이 나온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촛불이 펼쳤던 역대급 드라마는, 몇 편의 유사 작품과 미러링 버전을 거쳐 ‘시즌 2’는커녕 ‘파트 2’의 제작에도 실패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