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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선거제 개편안에 숨어있는 거대 양당의 꼼수들

by 뉴스버스1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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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제 개혁 효과 상쇄

3~7인 선거구 수준이면 ‘(준)연동형’ 필요성 여전

‘농산어촌 소선거구’는 1인 대표자, 특정정당 강요

‘전국 단위 연동형’, ‘위성정당 방지’부터 확고하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3개로 정리했다. 국회의원 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이 안들을 두고 토론에 들어간다. 그 이전에도 3개안을 정리했지만 그중 2가지 안에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다수 여론의 반발이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정개특위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한다는 전제로 다시 3개안을 만들었다.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22일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현행 국회의원 300석 유지를 전제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 결의안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각 안별 골자는 이렇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시 지역은 한 선거구당 3~5인을 선출하고, 농산어촌에는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 비례대표는 득표율 대비 지역구 의석수가 부족한 정당에 우선적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이 아니라, 정해진 비례대표 의석만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한다. 그리고 전국 득표율에 따라 전국구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가 아니라, 전국을 6개 또는 17개 권역으로 나눠, 그 권역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그 권역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②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구 병립형 비례대표제: 한 선거구당 4~7인을 선출한다. 유권자는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에게 투표하고, 해당 선거구의 의석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에게 배분하며, 같은 정당 후보들의 당락은 그들 사이에서의 득표 순위에 따라 갈리게 된다. 비례대표는 전국구 단위에서 선출하는데, 정해진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병립형). 

③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한 선거구당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 비례대표는 전국구가 아니라 6개 권역으로 나눠서 선출한다. 어떤 정당이 권역별 지지율에 비해 해당 권역의 의석수 점유율이 낮을 경우, 비례대표 의석 일부를 그 당에게 우선 배분하고, 그 이후 남는 의석을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①,②안의 중대선거구제나③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사표 발생을 줄이고 승자독식을 방지하면서, ‘지지율에 최대한 근접한 의석점유율’을 통해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를 대변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3개안에는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척하면서 개혁 효과를 낮추는 꼼수가 들어가 있다. 참고로 ①안은 국민의힘, ②안과 ③안은 민주당의 작품이다. 

첫 번째 꼼수는 ①안과 ③안에 들어간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권역별로 쪼개놓으면, 소수정당에게 매우 불리하다. 의석수가 줄어들면 배분받을 확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소수정당에 유리하게 선거제도를 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수정당이 제 몫을 받지 못하면 전체적인 비례성이 깨지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두 번째 꼼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①안과 ②안에 들어가 있다. 병립형 비례제에서 지지율에 따라 배분되는 의석수는 비례대표 의석수뿐이다. 이에 대해 거대 양당은 ‘지역구를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기 때문에, 별도 비례대표는 (준)연동형이 아니라 병립형으로 해도 괜찮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웨덴과 견주면 꼼수가 확연히 드러난다.  

스웨덴은 지역구는 중대선거구제이면서 지역구 외 비례대표의 배분 방식은 연동형이다. 스웨덴은 한 선거구 평균 12명가량을 선출한다. 30명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도 있다. 지역구당 선출 인원이 늘어나면 지역구 의석에서 이미 비례성이 크게 구현된다. 스웨덴은 지역구 외 비례대표의 비중이 10%를 조금 넘는다.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역구 선거 결과에서 이미 비례성이 크기 때문에 별도 비례대표 의석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①안과 ②안은 각각 3~5인, 4~7인을 지역구에서 선출한다. 스웨덴보다 선거구당 선출 인원이 현저히 적다. 그렇다면 지역구 외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정해야 할 필요성도 더 크다. 그런데도 준연동형이 아니라 병립형을 채택해놓았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회원들이 23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이 확대되는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도록 거대 양당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 번째 꼼수는 ‘농산어촌 소선거구’다. 지금도 농산어촌 각지에는 3~4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소선거구로 놔둬봤자 그 현실은 같다. 1~2개 군마다 의원 하나를 보유하려면 의원 정수를 상당히 늘려야 한다. 요원한 일이다. 어차피 상당수 농산어촌 주민들에게 ‘우리 군 지역 출신 의원은 없는 현실‘은 계속된다.

그럴 바에 농산어촌도 인근 도시와 묶어 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게 낫다. 군 지역들끼리 다투는 '소지역주의'도 ‘더 커다란 판’에서는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지니는 대선거구에서는 주민들이 자신을 대표할 의원을 가질 공산이 크다. 농산어촌 소선거구제는 주민들에게 1명의 대표자를 강요한다. 농산어촌 대부분이 '공천만 하면 당선되는 지역'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특정정당을 강요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도시 출신 의원이라도 농민과 농업, 농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도시 지역 주민은 출신 지역을 따지는 성향이 옅으므로, 농산어촌 출신이 도시 지역을 포함한 선거구에서 당선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민주당 김현권 전 의원은 경북 의성 출신이지만 경북 구미 을 지역에 출마했다). 시 지역 중에도 도농복합이 흔해서 시 지역 의원이지만 농촌 관련 정책을 펼쳐본 의원들도 있다. 

선거제 개편의 본래 목적인 사표 최소화와 승자독식 방지, 비례성과 다양성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중대선거구제를 할 것이라면 도농복합을 제외해야 한다. 둘째,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병립형’과 ‘권역별’은 기각하고 ‘(준)연동형’ 또는 ‘전국 단위’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구에 후보를 낸 정당은 자동으로 비례대표 정당명부에 등록된다’는 법칙을 신설하면 된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된다면, 지역구 의원의 선거구는 3~5인선거구든, 4~7인선거구든, 소선거구든, 선거구제 개편 본래 방향대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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