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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신당, 후라이드·양념 반반치킨 아닌 '닭한마리'는 되어야

by 뉴스버스1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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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금태섭, 김종인 윤 캠프 합류 오류부터 먼저 반성해야

고발사주 김웅, 퇴출 마땅 인물이 신당 논의 왜 끼나

정의당 ‘세 번째 권력’이 말하는 ‘중원’에는 '답 없다'

판 엎으려면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말고 ‘닭한마리’로

"무당층이 30%를 넘어간다. 제3지대 신당이 가능하다."
"거대양당의 힘은 강력하고,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한 거대양당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총선을 1년 앞둔 요즘 여러 곳에서 읽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둘 다 틀렸다. 

첫째, 무당층이 아무리 많아도 대안이 시원찮으면 아예 거대양당 비판층은 투표에서 빠지거나 양당 중 한쪽 잔을 울며 마신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던 지난 대선에서 거대양당 후보의 총득표율은 무려 96.39%였다. 

둘째, 신당이 잘 안 되는 원인은 결코 선거제도에 있지 않다. 소선거구+저비례성 제도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란을 집중시켜 어느 선부터 거대양당 중 한 군데 이상을 몰락시키고 소수파 또는 신생세력을 순식간에 띄울 수도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상민 민주당 의원 (앞줄 왼쪽부터) 등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신당론을 띄웠다. 뒤쪽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이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신당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참여자의 면면과 역량에 있다. 홍수가 일어나면 흙탕물에 오물까지 흘러들 수도 있다 치자. 그럴수록 비중과 순서가 중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이 꼬이고 뒤틀릴 조짐이 있다. 거대양당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신당론까지 분출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4월 18일 주최)부터가 그렇다. 

첫째, 신당 창당을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과 그를 돕겠다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거대양당의 비대위원장을 모두 경험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대양당체제의 대안'인지 아니면 '거대양당체제의 핵심'인지,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라. 이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 윤석열 캠프에 몸 담았다가 밀려났다. 적극적으로 싸우다 갈라선 것도 아니다.   

금 전 의원이 신당 창당의 선두에 서려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연대를 하지 말든지, 적어도 대선때는 어느 진영으로도 가지 말았어야 한다. 자신의 경로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면, 반성을 먼저하고 만회해야 한다. 신당 논의는 자신이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과도 싸우는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고 나서 하는 게 옳다.  

신당의 1번 주자로는 당연히 일관되게 거대양당이 한패거리임을 폭로해왔던 사람들이 가장 적격이다. 그 다음은 거대양당 중 한쪽에 몸 담으면서 내부 혁신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다. 거대양당을 배회한 이들보다 훨씬 낫다. 그들에게 몇몇 오류가 있더라도 '그 당에 있으면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이들은 적어도 이리저리 오가지 않았으니 '단 한 번의 탈당(거대정당 소속이라는 기득권 포기)'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신당론자로서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양당 문제를 논하는 행사 주최자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낀 것은 실소를 자아내는 일이다. 김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제 식구인 검찰이 수사보고서까지 조작해 "손준성 검사가 보낸 고발장이 곧바로 김 의원에게 갔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억지 결론을 끌어낸 결과였다. 최초 전송자가 '손준성 보냄'이라고, 뻔히 아는 사이인 손 검사의 이름이 텔레그램에 찍혀 있는데도 김 의원은 발뺌과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보도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자신과 고발장 접수를 모의한 한때의 동료이자 제보자를 기자회견에서 공격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블랙박스를 인멸했다. 나중에 드러난 김웅-조성은 통화를 들어보면, 그는 심재철 의원이 지팡이를 짚는다는 걸 이용해 그를 고발장 접수자로 앞세우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관심 갖던 '개혁 보수' 김웅은 잊으라. 그는 즉각 퇴출되어야 할 정치인이다. 이런 이를 개혁을 논하는 토론회의 주최자로 세운 이들은 김웅의 과오를 같이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반민주당 진보'라는 김경율 회계사. 그가 조국사태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나는 조금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런데 김 회계사는 조국사태의 첫 고비는 넘겼지만 그 다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인격 말살성 공격이 '첫 번째 고비'라면. '두 번째 고비'는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못 이겨 국민의힘쪽으로 붙는 충동이다. 

김 회계사는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문제를 포함한 이재명쪽 의혹만 집중적으로 후려쳤다. 그가 '부문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게다가 그에게 윤석열쪽의 고발 사주 의혹, 삼부토건 및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사각지대거나 심지어 변호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당 논의를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신당은 기본적으로 여야 사법리스크를 모두 엄정 수사하라고 주장해온 시민들을 지지층 삼아야 한다. "김건희, 김혜경 (문제를) 퉁치자" 했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같은 사람이 끼면 안 되는 것은 기본이다.  

넷째, 금태섭 전 의원과는 연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정의당 정파 ’세 번째 권력‘도 신당론에 서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들의 시도와 나의 개혁신당론이 연계가 있는지 궁금해 한다. 단어만 봐도 따로 논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성주 공동대표는 '중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래프 x축 좌우에 ‘사회/진보’, ‘시장/보수’라고, y축 위아래로 ‘자유/다원성’, ‘국가/권위주의’라고 쓰고, O 부근의 중앙을 자신들이 지향하는 ‘책임정치’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라면 절대 하지 않는 일이다.  

정의당 '세 번째 권력'은 거대양당의 중간을 지향하는가? 필자는 한국정치에 좌우는 없으니 중간도 없고, 거대양당은 후진적이며 상층 기득권에 있는 한 패거리로 본다. 예컨대 진보는 생태 파괴에 저항하고, 보수는 재정 낭비를 억제한다. '더불어국민의힘'은 신공항특별법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합작해서 집어넣었다. 거기 '중간'은 없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신당이 설 수 있는 곳은 '아래'와 '앞'뿐이다.

그간 자신을 ‘중도’나 ‘진보’나 ‘보수’로 각기 다르게 생각해왔지만 ‘아래’, ‘앞’으로 엮을 수 있는 시민들이 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통과와 ‘김건희 특검 도입’에 모두 찬성하는 국민들은 거대양당의 사이에 있지 않다. 바깥에 있다. 그리고 이 국민들은 정의당 전체는 물론 그 일부에게도 희망을 찾지 못했다. '세 번째 권력'은 소속정당이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는 동안 자신들은 뭘 했는지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지 반문부터 해보는 게 순서다. 

다섯째, 신당론이 불거지자 곧바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게 같이 할 거냐는 질문이 돌아갔다. 아마 얼마 뒤에는 민주당 이낙연계에게도 보내질 질문이다. 이준석신당이든 이낙연신당이든 총선에 출정해 얼마간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잘 되든 안 되든 자신이 원래 있던 당의 구심력에 빨려 들어간다. 내용적 차별성도 죽을 각오도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이준석이 합작해서 신당을 만들면? 도덕리스크가 더 불거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국민의힘-민주당 양당을 '후라이드 대 양념'의 치킨시장 양대 산맥에 비유한다면, 이준석-이낙연 신당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일 뿐이다. '후라이드 대 양념'의 구도를 되려 강화한다. 바른미래당처럼 도로 양쪽으로 찢어질 일만 남는다. 

신당은 '간장치킨'이 되어야 어렵사리 생존한다. 판을 뒤엎으려면 대야에 이런저런 야채가 담긴 물을 끓여 칼국수까지 말아먹을 수 있는 '닭한마리'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개혁신당의 적은 어설픈 신당론들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하지 않는 게 맞다. 온국민이 국민의힘-민주당 수준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개혁신당이 부상한다. 그 날이 늦춰진다면 늦춰지는 대로 그 사이 '알짜배기'들을 찾고 모으면 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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