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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尹 미국 국빈 방문, ‘처음과 끝’이 좋지 않았다

by 뉴스버스1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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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尹 지지율, 민주당 악재 불구 30%선에서 고착

WP기사 논란 불구 尹 ‘가짜뉴스’ 비판은 자가당착

‘강제동원 해법’ 부담이 성과 부풀리기로 이어져

4월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63%였다. 그 전주에 비해 긍정 평가는 1%포인트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상승했다(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무선 95% 및 유선 5%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은 10.2%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료=한국갤럽)

지난 연말 연초에 상승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끝에 이제 구조적으로 낮은 지지율에 고착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특기할 만한 것은 정당 지지율이다. 국민의힘은 전주인 4월 3주와 같은 3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주전인 4월 2주 36%였던 지지율이 4월 3주 4%포인트 하락해 32%를 기록했지만, 4월 4주에 5%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하며 국민의힘보다 5%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정당지지도. (자료=한국갤럽)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던 원인은 단연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때문이었고, 빠르게 반등한 이유 역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 '소강 상태에 들어간 돈봉투 의혹 보도'에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거나 민주당 대응이 의혹을 불식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부정평가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당으로의 결집이 일어났다는 점을 하나 더 꼽을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됐다. 아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회담 성과에 대한 긍정 평가가 덜 반영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12년만에 미국으로부터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고, 미국 의회 연설을 포함한 여러 행사에서 미국측 관계자로부터 환대 받았다. 또 미국은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할 경우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것임을 재확인하고,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키기로 약속했다. 한미 양국은 '새로운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정권으로서는 내세우고 싶은 성과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코니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그러나 처음과 끝이 좋지 않았다면 평가가 좋을 수 있을까. 축구에도 '전반전 첫 5분과 후반전 마지막 5분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가 큰 논란이 됐다. 인터뷰 기사에는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두고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나온다. 여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가 '일본'이라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기자는 윤 대통령의 말 그대로를 공개했다. "무조건 무릎꿇어라라고 하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셸 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칭했다는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가 리 기자에게 반박당했었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가짜뉴스'를 성토하는 것을 보면 자가당착이다.  

윤 대통령이 국내 언론과 외신을 가리지 않고 소모적인 갈등을 일으켜온 것에 부정적인 국민이라면, 그가 미국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득의만면하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저렇게 여유 있고 잘 웃는 우리 대통령을 그간 국내에서 너무 박대했구나’일까, '자신에게 웃어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웃어주고, 따져묻는 사람에게는 공격적이거나 부정직하구나'일까. 

사실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주어 논란보다 훨씬 큰 암초를 드러냈다. 그는 "일본과의 협력을 미루기에는 한국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굉장히 시급"한 안보 상황은 한일 두 나라의 협력으로는 대처할 수 없음을 모두가 안다. 대처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 그리고 한미 동맹이다. 요컨대 이는 '일본과 협력해야 미국이 도와준다'는 뜻이고, 결국 '강제동원 해법은 한미동맹을 위한 것'임을 가리킨다. 

'시급한 안보 상황'은 한미일 군사협력의 명분은 되지만, 강제동원에 관한 일본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줄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한미일 연합 훈련은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은 한일 갈등이 매듭지어지길 바라지만, 일본 피고 기업의 사과도 도의적 지원도 하지 않는 해법을 지지한 적은 없다. 세 나라가 모두 북한 도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즉각적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 강제동원 해법이 윤석열 정부와 같지 않다고 해도 한미일 안보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게 퍼준 보람을 찾으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따온 성과가 상당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핵우산 명문화'에 사활을 걸었을 것이다. 한국민들이 가진 북핵에 대한 절망,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감안하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한미정상회담 후반부에 결정적인 잘못을 범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선언을 두고 '사실상의 핵공유'라는 규정을 내놨고, 김태효 국가안보1차장은 워싱턴선언을 두고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핵이 우리나라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실상으로 존재하게 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 안보회의의 에드 케이건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그냥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과를 부풀리려다 미국에게 반박당하는 꼴이 된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까. 미국 정부는 '핵확장 억제'를 '핵공유'로 부풀리기 바쁜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내외의 부정적 인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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