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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타' 신예 노예림, 톱텐으로 미래 수퍼스타 가능성 과시

by 뉴스버스1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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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윌셔CC=봉화식 LA객원특파원 
 

DIO 임플란트 LA오픈, 한인 40여명 분투

박인비·이민지 공동3위 …‘무관 윌셔 징크스’는 못깨

고진영 쿼드러플 보기 난조 속 21위…日 하타오카 우승

앨리슨 리 재기…제니퍼 장·로빈 리 등 차세대 기대주로

윌셔CC 메인 그린 위에서 퍼팅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LA오픈 출전 선수들. (사진=LA 봉화식)

올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9번째 이벤트인 DIO 임플랜트 LA오픈이 4월의 마지막 주말인 25일(한국시간) 폐막했다. 타이거 우즈(46)의 전격적인 출전 선언과 스코티 셰플러(25)의 첫 우승으로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제86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내린지 2주일 뒤다. 14개월전 교통사고 후유증에서 재기한 우즈가 또다시 골프에 대해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이 잦아들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도 완화된 시점이다. 덕분에 한국회사가 주관한 LA오픈도 직·간접적으로 흥행에 도움을 받았다. 

대회 기간 내내 많은 한인 갤러리들이 코리아타운 서쪽에 위치한 윌셔 컨트리클럽(파71ㆍ6506야드)에 모여 40명이 넘는 한국(계) 골퍼들을 응원했다. 출전선수 144명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으며 중국 대만 홍콩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까지 포함하면 아시아계 선수가 엔트리 절반을 넘었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남미 출신을 제외하면 미국 국적을 지닌 백인 선수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여자골프 국제화가 가속화하며 이번 대회 역시 한국 스타트업 회사인 DIO 임플란트가 메인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캐디와 자원봉사자들 상당수는 한국의 또다른 후원사인 KB은행 모자를 착용한 채 현장을 누볐다. 한국선수들의 분전으로 한인 취재진에 대한 대우도 중국ㆍ일본 언론사보다 훨씬 나았다. 이밖에 LA지역 대표적 양대 명문인 사립 남가주대(USC)-주립 UCLA 출신 선수들만 15명에 달하며 뜨거운 로컬 분위기를 연출했다.

1라운드를 마친뒤 폭우가 내려 2라운드 티오프 시간이 2시간 가까이 일제히 연기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이에따라 예선탈락이 확정된 선수들도 토요일 3라운드 직전 새벽(현지시간)에 ‘의미없는’ 잔여일정을 소화하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금 한푼 받지 못한채 1주일뒤 인근 팔로스 버디스GC에서 열리는 제1회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 준비에 지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오른쪽)이 23일(한국시간) LA오픈 2라운드 18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사진=LA 봉화식)

팬데믹 후유증을 딛고 3년만에 갤러리 입장이 허용된 가운데 만17세 미만과 군인들은 무료입장이 허용됐다. 2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 지척에서 열리며 서울에서 출장온 취재진·관계자들도 오랫만에 눈에 띄였다. 3월초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홍샹뱅크 챔피언십을 거머쥐었던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ㆍ솔레어)은 3라운드 막판 치명적인 쿼드러플 보기(일명 양파) 후유증으로 2관왕에 실패, 20년 이상 이어진 지긋지긋한 ‘윌셔CC 한국 무관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103년전 개장한 이 곳은 대회 기간 내내 골프 상품 판매점과 클럽 등 곳곳에 ‘1919’라는 숫자가 초록색으로 새겨졌으며 최종 4라운드 ‘수퍼선데이’에는 NBC(채널4)ㆍESPNㆍ골프채널ㆍLA타임스를 포함한 주류 언론사들도 대거 취재경쟁에 합류해 104에이커(약12만5000평) 규모의 현장이 북적였다.

호주 국적자로 25세 동갑인 메이저 챔피언 이민지와 해나 그린에게 “인도양 서부에 자리잡은 퍼스에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출장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말하자 “우리가 태어난 고향으로 대양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은 동부 시드니ㆍ멜번ㆍ캔버라ㆍ브리즈번에만 관심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린은 10언더파로 단독 2위, 3년전 챔피언 이민지는 7언더파 공동 3위로 나란히 선전했다. 1주일 내내 훈련·시합에만 열중하는 단순한 스케줄 때문에 선수들과는 식당에서 자주 마주친다. 6년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베테랑 박인비(33)는 성적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침착한 표정으로 혼밥을 즐긴다. 반려견 이름도 ‘리우’로 유명하다. 박인비는 이민지 등과 함께 공동3위에 올랐다.

상당수 아시아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호화판 메뉴를 외면하고 샌드위치 등으로 대충 끼니만 때운뒤 곧장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하곤 한다. '즐거운 식사도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미국·유럽선수들의 행태와는 판이하다. 상대적으로 한인 선수들은 매 라운드, 샷 하나 하나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훨씬 더 받는 것 같다. 표정도 상대적으로 항상 엄숙하다. 이런 식으로 늘 긴장상태에 놓이면 나이가 들거나 결혼한뒤 골프라는 직업 자체를 꾸준히 즐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윌셔CC 클럽 회원이기도 한 자원봉사자, 코치, 캐디, 아마추어 선수, 미국 취재진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20여년전, 지금은 은퇴한 박세리(44) 한 사람만 전담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김씨 성만 10명에 육박하는 수십 명의 한인골퍼들을 한꺼번에 맡는 상황이 됐다. 이름 외우기에도 바쁜 지경이 됐지만 세리 키즈 가운데 대형 수퍼스타 탄생은 아직 진행형이다. LA오픈을 통해 적지 않은 유망주들을 한꺼번에 만날수 있었던 것은 기자로서 행운이었다. 

LA오픈에서 올시즌 첫 톱텐을 달성한 LPGA 기대주 노예림(오른쪽)이 25일(한국시간) 갤러리의 이마에 마커로 사인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LA 봉화식)

이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신예 노예림(20·하나금융)은 실력과 스타기질을 두루 갖춘 유망주로 첫손에 꼽힌다. 노성문-김지현씨의 무남독녀로 175cm의 장신인 노예림은 주니어시절 US-캐나다 선수권과 박세리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8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티샷이 돋보인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출생했지만 2005년 통과된 일명 '홍준표법'에 의한 선천적 복수 국적자다. 비슷한 상황인 하와이 출신의 2세 미셸 위(32)는 몇년전 한국 국적을 포기한바 있다. 받침을 풀어 조사를 더한 '예림이 노'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그녀는 지난해 9월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인버니스 클럽에서 벌어진 제17회 솔하임컵에서 최연소 미국대표로 출전했다. 남자 라이더컵에 해당하는 미국-유럽 국가대항전으로 2년 마다 대륙을 번갈아가며 열린다. 막내선수로 사흘동안 개인·단체전에서 3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지만, 홈팀 미국은 유럽에 15 대 13으로 분패했다.

모친은 “아마추어 3관왕에 오른 직후 동부 아이비리그의 하버드대학으로부터는 입학 제의를 받고, 서부의 스탠포드·남가주대(USC)·UCLA는 전액 장학금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고민 끝에 본인이 대학 캠퍼스 생활 대신 조기 프로 전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역시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결정”이라고 말했다. 선수 본인은 “어차피 프로가 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입문해 경쟁하는 것이 낫고 모든 것을 희생한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 노성문씨는 "향후 솔하임·올림픽에 외동딸이 출전하면 좋겠다"고 희망한뒤 "2026 US여자오픈· 2028년 LA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인근 리비에라CC 답사 일정도 알아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유망주로 주목받는 제니퍼 장(22)은 동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주 출신이지만 서부 USC에서 대학무대를 휩쓸며 2019년 전미 올스타로 선정됐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9위로 군림하던중 휴학, 지난해 Q스쿨(퀄리파잉 토너먼트)을 거쳐 LPGA 풀시드를 획득한 프로 신인이다. 침착한 성격과 안정적인 아이언샷이 장기로 LA오픈에서 부진했지만 29일 티오프하는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같은 학교 선배이기도 한 로빈 리(24)는 학위 취득으로 프로 전향이 다소 늦었지만 풍부한 아마추어 경험과 숏게임 감각을 바탕으로 프로무대 돌풍을 예고했다.

LA 출신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앨리슨 리(오른쪽)가 한인 소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LA 봉화식)

또 UCLA 시절 최고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앨리슨 리(27)는 144명 가운데 35위를 차지하며, 올해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1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리더보드의 주인공이 됐던 앨리슨 리는 “어려운 코스에서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선보여 만족한다. 다시 골프에 집중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홍예은(19)은 루키중에서도 가장 어리지만 조지 워싱턴대 유학생 출신인 부친 홍태식씨의 지도 아래 기량이 날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미지의 세상으로 향하라’는 뜻의 NASA(항공 우주국)라는 이름을 지닌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23)가 최종합계 15언더파로 LPGA 6승을 달성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이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옥 훈련을 소화하는 수십명의 한인 골퍼들이 다음주 팔로스 버디스 대회에서는 어떤 결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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