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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프 공동제작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의 흥행 실패, 왜?

by 뉴스버스1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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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건>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한국 국제공동제작 영화의 시행착오를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즉, 양국 관객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욕심은 재미없고, 국적 불명의 영화를 탄생시켰고,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대부분이고 촬영도 100% 한국에서 했다면, 한국 관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정답이일테다. 

출처: 조이앤시네마

영화제작 배경

이 영화는 피터 메이의 소설 『The Killing Room』을 원작으로, 프랑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연출하였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장기 밀매 조직의 이야기다. Variety의 레베카 수우(Rebecca Souw)에 따르면,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원래 이 영화를 원작대로 중국에서 촬영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검열이 걸림돌이 되었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고려해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시행착오의 반복-두 마리 토끼 잡기 

<배니싱: 미제사건>은 프랑스 감독이 연출하고, Canal Plus라는 프랑스 회사가 투자하고 배급한 프랑스 영화다. 하지만, 한국 배우가 대부분이고, 한국에서 촬영되었기에,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프랑스와 한국적인 요소가 이 영화에 모두 포함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러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출처: 조이앤시네마

CJ ENM은 2010년대 초에 이미 국제공동제작 영화가 양국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로지 중국 관객만을 위해 제작된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2013) 성공 이후, CJ ENM은 현지화 전략에 주력해 왔다. 왜냐하면 <이별계약>이 국제공동제작 영화로서 그때까지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오기환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기 전에 중국 영화시장과 영화 관객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로 많은 한국 영화제작사가 이 사례를 따르고 있다. 국제공동제작시 (영화시장이 큰) 한 곳의 관객만을 목표로 두고, 그 관객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추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목표 시장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분석은 물론이고, 현지 업체와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모든 사례를 여기에 맞출 수는 없지만, 한국 배우와 한국 현지 촬영을 고려할 때, 한국 관객만을 대상으로 감독이 힘을 발휘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시간적으로 한국 시장과 한국 관객을 연구하긴 쉽지 않았겠지만...

익숙한 소재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 신기술의 법의학자 등장은 새롭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이야기 소재와 구성은 신선하지 않다. 이미 장기 밀매 소재는 한국에서 여러 번 다루어져 왔다.

출처: 조이앤시네마

낯섦과 어색함 

프랑스 영화에 대한 좁은 식견으로 프랑스 연출이나 촬영방식에 대해서 언급하긴 어렵다. 하지만, 기승전결 부족, 낯선 장면연결,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본다. 범죄, 스릴러 장르로 소개되었지만, 스릴러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다. 내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체가 발견되는 장면들에서는 장면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영화를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점이다. 이것이 프랑스의 촬영 방식인지 또는 이러한 느낌이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예를 들면, 진호(유연석) 형사가 갑자기 ‘이거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정말 어색했다. 조카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업무 중에 말없이 가버리는 것도 의아했지만, 그의 연기는 더 이상했다. 단지, 미숙(통역사) 역할의 예지원 배우의 연기만이 안정적이면서 눈에 띄었다. 

출처: 조이앤시네마

장르에서 오는 혼선 

IMDB(영화, TV, 연예인 등에 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이 영화 장르를 한국과 달리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로 소개하고 있다. 고차원적인 장기 밀매를 위한 의학적인 정보가 필요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보 전달이 없어 초기에는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왜 수혈이 필요한지, 왜 2명의 시체가 필요한지를 몰랐다. 아마도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더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설사 드라마와 미스터리 장르라고 해도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의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이 적고, 이 트라우마의 해소도 그리 극적이진 못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진호와 알리스 간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관객으로서 그들간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국제공동제작의 단점인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간극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국제공동제작 영화가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의 실패도 뼈아프다. 다시 한번,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영화산업 종사자 및 관객에게 국제공동제작 영화는 흥행이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 줄까 걱정된다.

그럼에도 <배니싱: 미제사건>은 새로운 형태의 국제공동제작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임에도 외국 제작사와 외국인 감독이 직접 한국에 와서, 한국 배우와 현지에서 100% 촬영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프랑스 측 관련자에게도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국제공동제작에 관심이 있는 영화관계자들은 공동제작을 하기 전에 이전 제작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서 최소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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