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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우영우'와 국민의힘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 '극과 극'

by 뉴스버스1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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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드라마 우영우, 차별의 여러 측면을 녹여내며 극복을 모색

국민의힘의 약자를 대하는 사고, 낡고 구리고 비현실적…

尹·이준석 갈등, '피해자 코스프레'만 가득…약자 대변 없어

지난 8월 18일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중 극히 일부인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변호사라는 점과 이 드라마의 동화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오히려 장애인 현실을 은폐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날카로운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장애인 드라마로서 부족함이 있다 할지라도 <우영우>가 세상사 차별의 여러 측면을 꿰뚫어보며 극복을 모색한 작품임은 틀림없다. 

차별적 언어의 교정과 백래시꾼의 '트집잡기' 

드라마 초반에 두드러졌던 것은 ‘언어의 교정’이다. 우영우의 상사 정명석 변호사는 우영우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거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라고 평가했다가 곧바로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고 바로잡았다. 우영우와 이준호가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을 본 이준호의 지인이 “장애우를 위한 봉사 활동 중이냐”고 말한것을 두고, 이준호는 우영우에게 사과문자를 보내 “친구가 실수…”라고 적다가 “친구가 잘못을 했다”고 고쳐서 보냈다. 

드라마 '우영우' 속 정명석 변호사가 '보통 변호사'라는 말을 썼다가 차별적 비교 언어를 쓴 것을 깨닫고, "실례인 것 같네"라고 사과하고 있는 장면. (사진=드라마 우영우 캡처)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차별적 언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사회에서든 거의 누구나 자신 또는 자기 편의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습성을 가진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잘못된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언행을 스스로 알아채고 고쳐나갈 줄 아는 것이다. 정명석과 이준호는 ‘우리도 저렇게 잘못했다’를 일깨우면서도, ‘당신도 이렇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교훈적인 메시지를 ‘선비질’이라고 부르면서 그것에 맞서는 것으로 우월감을 갖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언어 교정’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남의 언어에 함부로 혐의를 두고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한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양궁선수 안산이 백래시꾼들의 과녁이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안 선수가 SNS에서 썼던 ‘오조오억’, ‘웅앵웅’ 같은 단어를 두고 ‘남혐 꼴페미가 쓰는 단어’라며 사이버 폭력을 일삼았고, 심지어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도 그 단어들을‘남혐 단어’로 규정했다. 필자는 드라마를 보며 점점 백래시(변화와 진보에 대응하는 반발)를, 우영우가 안산 다음으로 타겟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급기야 <우영우>에 대해 ‘페미 논란’이 나오고, ‘박원순 추모 논란’까지 등장했다. 근거는 고작 이런 것들이다: 작중 등장하는 노동인권 변호사 류재수처럼 박원순도 노동자를 변호했다는 점, 옥상 텃밭에서 가꾼 채소로 비빔밥을 먹는 류 변호사처럼 박원순도 옥상농업 행사에서 비빔밥을 나눠주었다는 점, 등장하는 고래 이름이 박원순이 지어준 것들이라는 점 등이다. 노동자 권리, 동물권, 도시농업에 모두 관심이 있고 관련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거기서 겨우 ‘박원순’을 발견하는 식견과 상상력이 바로 이들 백래시꾼의 현주소다. 

드라마 '우영우'속 우영우 김밥집으로 나온 경기 수원시 행궁동의 한 음식점을 찾는 시민들이 길게 줄서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 자랑할 것 없지만, 국민의힘 약자 대변 이력 찾기 힘들어

이 드라마와 그에 대한 백래시는 집권여당이자 거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우영우>의 인기는 아직까지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갈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국민의힘은 약자를 대변하고 있는가? 한때 약자를 대변하고 기득권에 저항했지만 지금은 ‘적(반대편)’에 대해서만 문제제기하고 자기 편의 잘못에 둔감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많다면, 국민의힘에는 약자를 대변한 이력이나 활동 자체가 드물다. 약자가 몸부림을 쳐야 비로소 나타나 볼멘소리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힘은 우영우의 대척점에 있는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나아갔던 <우영우>에 비해 국민의힘과 그 강성 지지층의 사고는 낡고 구리고 비현실적이다. 변변한 실천도 별로 없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게 만들 정도다. 현재 국민의힘을 가르고 있는 윤석열-이준석 갈등을 보라. 거기 어디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싸움이 있는가. 상대방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자기 몫을 찾지 못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만 가득할 뿐이다. 이들이 평소 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의 활동에 대해 곧잘 ‘피해자 코스프레’ 딱지를 붙여온 것을 감안하면, 내로남불의 극치에 이르른 셈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대표를 하고 있던 올해 3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시위를 '비문명적' '불법적' '이기적' 등으로 규정하자, 시각장애가 있는 같은 당 김예지의원이 무릎꿇고 대신 사과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한다"고 무릎꿇었다. (사진=뉴스1)

尹·이준석, 성별임금격차 현실 '허구'라거나 '집합적 차별 없다'고 우겨

국민의힘은 대놓고 ‘글로벌 스탠더드’도 무시한다. 2021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를 문제삼고있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성별 임금 격차론은 허구라고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집합적 차별은 사라졌다’고 우긴다(물론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도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7월 16일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등 총 13개주한대사관 및 대표부에서 외교관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 ‘애국보수’의 성소수자 인식은 중국이나 북한에 더 가깝다.

최근 윤석열-이준석 갈등 국면에서 갈라선 국민의힘 청년들은 서로를 ‘여의도에서 낮 2시에 볼 수 있는 정치낭인’이라고 욕하고 있다. 그럴 시간에 본인이 직접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여성운동은 페미니즘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노동운동도 민주노총의 노동운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과연 여성이 당하는 노골적인 폭력이나 직장내 괴롭힘과 같은 것들을 신고받고 상담하며 같이 해법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이것이 우영우와 국민의힘의 가장 큰 차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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