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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친북 몰이와 친일 몰이는 양당 적대적 공존의 '짝패'

by 뉴스버스1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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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국민의힘 ‘친북 몰이’, 민주평화론과 무관

김대중 노무현의 자유주의 벗어난 민주당

‘권위주의 vs 민족주의’ 넘어선 정치세력 출현해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오른쪽)과 전용기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지난 13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반헌법적 친일 발언으로 규정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뉴스1)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0월 11일 페이스북 포스팅).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총을 든 건 의병들이었지 ‘왕조’가 아니었다. 조선 왕조는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어이 없는 건 정 위원장의 ‘유체 이탈’ 화법이다. 정 위원장의 글을 최대한 선해하자면 ‘지금도 일본이 아니라, 한국정치 자신이 문제’라는 뜻일 것이다. 정 위원장의 소속 정당은 집권당이자 국회에서 의석을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제2당이다. 구한말로 치면 동학도 의병도 아니고, 매천 황현 같은 재야 인사도 아니다. 썩어 문드러진 장본인에 속하는 사람이 한국 정치가 썩어 문드러졌다고 욕하고 있다. 

경제나 문화에서의 교류에는 찬성하지만 군사안보분야의 협력을 우려하는 한국인들은 흔하다. 과거사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제1여당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수준이지만, 그것이 징검다리가 되어 일본이 재무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많다. 한미일 연합훈련을 ‘한일동맹’의 전초인 것처럼 규정하는 민주당에 대해 ‘과도한 반일’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친북 몰이로 연합훈련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배격했다. 

이것은 거꾸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국민의힘의 신념이 미약하다는 것을 실토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지속하고 있고, 북한은 핵실험을 재개하기 직전이며, 중국은 일본에 비할 수 없는 군비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필요성이 가장 고조된 국면이다. 더구나 북한, 중국, 러시아는 독재 국가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민주 국가다.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평화론’ 이래 ‘민주주의 국가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이 흘러왔다. 연합훈련은 참가국간의 평화관계를 의미할 수 있으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제질서의 수호 차원에서 옹호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연합훈련 옹호는 자유주의, 평화주의, 국제주의와는 무관한 것이다. 미국이 원하지 않았으면 스스로 추진할 명분과 철학을 스스로 가지지 못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자행되는 친북 몰이를 보면, 대북 강경론으로 정권 위기를 타개하려는 속셈만 넘쳐난다. 이들로 인해 한미일 연합훈련은 별스러운 것으로 비쳐진다. 이래서는 한일관계 개선에 성공할 수 없다. 여론의 반대가 완화하기는커녕 그 강도가 더 올라가는 탓이다. 

국회 환경노동위가 1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과거 '색깔론' '종북몰이' 발언 등에 대한 해명과 사과 요구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감에서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 의사를 표명했으나, 다음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색깔론' 주장을 이어갔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의 ‘친북 몰이’와 짝패를 이루는 민주당의 ‘친일 몰이’도 자유주의, 평화주의, 국제주의와 연관이 없다. 한미일 연합훈련이 북한을 더 자극시켜 북핵 실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은 연합훈련이 독도 부근에서 일어났다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훈련 장소는 독도에서 185km 떨어져 있고 일본 본토에서는 120km 떨어져 있다. 이걸 두고 독도 영유권 문제로 비화시키면, 독도를 중간수역에 놓은 김대중 정부의 한일어업협정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당시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에 반대했다. 

"악독한 공산침략에 직면해 전 자유진영이 그의 생존을 위해 굳게 단결해야 할 차제(此際)… 태평양 반공동맹에 있어서도 같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한일 양국의 반목 대립은 아주(亞洲) 반공세력의 강화는 물론 전기(前記) 반공동맹의 추진에도 치명적 지장을 초래할 것." 

민주당 인사들에게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맞혀보라고 퀴즈를 내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사평론가 시절인 1953년 10월 2일 발표한 <한일 우호의 길>이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시점에서 김대중은 ‘태평양 반공동맹’을 말하며 일본의 '중추적 역할'까지 강조했다. 식민 지배의 잔향이 가시지 않았고 일본과 외교 정상화를 하기 한참 전이다. 안보위협에의 대처와 민주 국가간 연대 모두가 김대중의 목적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 북한의 맹비난을 받아가며 한일 수색구조 연합훈련을 도입했을 때도, 노무현 정부의 인천해역방어사령관이 2007년 욱일기를 단 일본 함대에 올라 해상자위대의 사열을 받았을 때도,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일 훈련이 여섯 차례 실시되었을 때도,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땅이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본 정부보다 더불어민주당이 더 크게 바뀌었다. 김대중, 노무현의 자유주의로부터 이탈했다. 훈련 반대 논리도 평화운동의 군축 노선과는 무관하다. 2019년 죽창가를 거쳐 이재명의 민주당은 쇼비니즘에 가까운 ‘민족주의’ 정당으로 변신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를 비판할 때 양측에게 들려오는 비난이 있다. ‘양비론’이다. 가소로운 소리다. 여론조사에서 두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15~30%로 나타난다. 응답거부자들까지 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결국 그들은 거대양당에 모두 비판적인 시민들을 협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갈라치기 겸 협잡을 비판하는 것은 양비론이 아니라 ‘일비론’이다. 정치판과 다음 총선을 각자 ‘남북전’, ‘한일전’으로 몰면, 이 ‘북일전’에 등을 돌리는 시민은 늘어날 것이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그것이 북한을 억지시킬지 더 부추길지 판단해야 할 전략전술적 문제이다. 그와 동시에 '찬반 어느 쪽이냐'보다 어느 쪽이든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느냐'가 더 중요한 주제다. 국민의힘은 권위주의에, 민주당은 민족주의에 서 있다. 거대양당 적대적 공존관계의 극치다. 자유주의, 평화주의, 국제주의에 기반한, 전략전술적으로 유연하고 포용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이 그래서 필요하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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