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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주희의 영화와의 대화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by 뉴스버스1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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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기대했던 배트맨이 아니었다

 

<더 배트맨>이 개봉하자 쏜살같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새롭게 태어난 배트맨은 기대했던 배트맨이 아니었다. 맷 리브스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물을 기획하면서, 구축하려던 세계관은 미흡했다. 그 결과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캐릭터는 불명확했고, 로버트 패틴슨의 재능은 발휘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과 <혹성 탈출: 종의 기원>에서 보여주었던 맷 리브스 감독의 창의력이 다음 작품에서는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출처: Warner Bros. Korea

불명확한 배트맨 캐릭터  

배트맨은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슈퍼)영웅 중 하나다. 밥 케인(그림)과 빌 핑거(글)가 공동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1939년에 출간된 이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영화화되고 있다. 여기서 맷 리브스 감독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는 기존 배트맨과의 차별화를 위해 2년 차의 젊은 배트맨의 시절에 초점을 맞추었다. 맷 리브스 감독이 선택한 배트맨(로버트 패틴슨)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나약하면서도 보다 인간적인 영웅이었다. 

최영진 교수의 논문(부유하는 기표로서의 영웅-다시 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에 따르면, 배트맨의 이미지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슈퍼히어로와 동급의 개인적인 영웅이었다. 자경단으로서 법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회악(범죄들)을 홀로 해결하는 영웅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벤 애플렉의 배트맨을 제외한다면-아직 보지 못함) 어떤 배트맨도 자신의 정체성 혼란과 부모님의 죽음으로 생겨난 트라우마를 극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배트맨 시리즈로 성공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조차도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했다. 왜냐하면, 배트맨 마스크 뒤에 가려진 브루스 웨인과 자연인 브루스 웨인의 공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배트맨의 자경단 활동이 항상 칭송받는 것도 아니었고, 이 부분에서 오는 개인적인 심리적 갈등도 컸다. 거기에 더해,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는 어떤 식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새로운 배트맨과 자연인으로서의 브루스 웨인의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았다. 

출처: Warner Bros. Korea

뿐만아니라, 최강 악당 리들러(폴 다노)의 수수께끼를 쫓아가는 배트맨은 무능력해 보이기까지 한다. 너무나 강력한 리들러라는 악당 앞에서 작아지는 배트맨이다. 이번 배트맨은 아직 배트맨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이 복수를 위한 것인지 정의 실현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뿐만 아니라, 영웅의 이미지가 부족하다. 이것을 단지 젊은 배트맨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불분명한 캐릭터 설정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출처: Warner Bros. Korea

숨어버린 로버트 패틴슨의 재능  

로버트 패틴슨은 마이클 키턴(배트맨, 배트맨2), 발 킬머(배트맨 포에버), 조지 클루니(배트맨 앤 로빈), 크리스찬 베일(다크 나이트 시리즈), 벤 애플렉(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저스티스 리그)에 이어 배트맨이 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출연한 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테넷>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맷 리브스 감독이 그를 배트맨으로 선택한 이유는 맡은 역할에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배트맨>에서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배트맨(브루스 웨인)에게는 공감할 수 없었다. 때론 복수심에 불타오르지만, 부정적이고, 어둡고, 의기소침한 브루스 웨인은 낯설었다. 배트맨 복장을 한 그는 다른 배트맨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은 마스크를 벗은 자연인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연기가 빛나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어쩌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브루스 웨인)을 체화하지 못했거나, 맷 리브스 감독이 배트맨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구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맷 리브스 감독은 씨네21의 안현진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배트맨의 감정과 생각을 보여주는 게 무척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출처: Warner Bros. Korea

더불어 이미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알프레드 집사, 고든 경찰(청장), 캣우먼의 이미지와, 새로운 집사와 경찰과 캣우먼의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영화의 집중을 방해했다. 더군다나 <더 배트맨>에서 이들과 배트맨과의 관계 설정도 모호했다.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배트맨 영화에 입문했기에, <더 배트맨>의 배트맨에 동조하기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 때마다 점점 고담시의 거대한 범죄 조직망이 드러나고, 결국은 배트맨과도 연결된다는 설정을 통해 다양한 악당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점은 차별점이다.

3시간 상영까지 필요했을까 

<더 배트맨> 영화의 상영시간은 176분으로 3시간에 가깝다. 이 영화는 훨씬 더 짧게 편집될 수도 있었다. 만약 2시간 내외로 편집되었다면 더 집중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영화 시작부터 불필요한 장면이 지속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악당 리들러의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90분이며, 길어도 최장 2시간이 좋다고 한다. 요즘은 2시간 넘는 영화도 많다. 물론 3시간 길이 영화도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영화 상영시간이 3시간이 되면 극장에서 영화 보기가 쉽지 않다. 극장에 오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 관객 입장에선 영화를 선택할 때 긴 상영시간은 장애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한다.  

맷 리브스 감독이 놓친 사실은 배트맨의 초기 탄생과 2년 차 젊은 배트맨을 칼로 물 베듯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생략된 앞부분으로 인해 배트맨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후속 작품에서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배트맨을 만나고 싶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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