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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분석과 해설] '검찰 총선개입 사건' 윤석열 불기소 왜?

by 뉴스버스1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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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수 기자

공수처 수사력 부재로 고발장 작성자 특정 실패한 탓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대검 수사정책관의 총선개입사건,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가 고발사주에 나타난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직권남용'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 고발장 작성자 특정 실패…"尹 수사 할 수 없었다"

공수처는 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불기소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 손준성의 지시로 1차(2002년 4월 3일), 2차(2020년 4월 8일) 고발장을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들이 작성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고, 판결문 조회·수집은 피고인이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직권남용죄의 법리상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즉,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직무가 아닌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해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고발사주 사건에서 직권남용 주체로 공모 의혹을 받았던 윤석열 당선인,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수사 자체가 진행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윤 당선인을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이유에 대해 "이 사건 전체 흐름 가설에는 (윤 당선인이)고발장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인해 고발된 것"이라면서도 "고발장 작성자 특정 단계에서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해 혐의없음 처분을 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2.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하드디스크 '텅 비어'
   손준성 "비번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입장 돌변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건 수사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사건 초기 압수수색 실패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수사의 절반은 압수수색이라고 할 만큼 압수수색이 중요한데, 공수처가 사건 수사 초기 진행한 압수수색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작년 9월 10일 오전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뉴스1)

공수처는 손 검사가 근무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공수처가 확보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PC의 하드디스크는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작년 9월 2일 뉴스버스가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정치공작' 을 단독 보도한 후 공수처가 강제 수사에 나선 시점인 작년 9월 10일 사이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는 언론 보도 이후 충분히 인지 수사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고발장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특수수사의 성패는 수사초기 기민성과 밀행성에 달렸는데, 공수처는 경험 부재로 인해 시간을 허비하며 증거 인멸 틈을 준 것이다. 

손 검사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는 포렌식이 되지 않았다.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아이폰'에 비밀번호 20자리를 설정해 포렌식을 무력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손 검사가 자신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겠다는 협조 의사를 밝혀놓고 (소환에)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사건의 한 축이었던 김웅 의원의 휴대전화는 교체된 상태였다. 김 의원은 6개월에 한번씩 휴대전화를 교체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뉴스버스 취재로 밝혀진 증거자료와 조성은씨가 제공한 휴대전화 디지털증거자료 외에 새로운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3. 공수처 고발장 작성자 수사 통신조회 논란에 막혔다.

직접 증거 확보에 실패한 공수처는 고발사주 사건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채널A 사건 기록,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직시 징계기록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고발장 작성자 특정을 시도했다.

2020년 4월 3일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전달한 고발장 내용과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당일 오전에 보도된 모 언론의 채널A사건 제보자를 특정한 기사, 그리고  2020년 4월 2일 전후 기자들 사이에 떠돌았던 속칭 '지라시'의 내용(채널A 사건 수사기록)이 고발장 내용에도 등장한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고발장과 모 언론의 기사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 공유됐다는 '지라시' 내용의 최초 출처가 고발장 작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동일한 내용이 세 군데서 발견됐다면, 그 정보의 최초 제공자가 고발장 작성자 중 한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악습으로 여겨지던 '저인망식 통신조회'를 벌여 논란에 중심에 섰다. 작년 10월 29일 대검 감찰부가 고발사주 사건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검사가 사용했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한 데 이어 공수처가 11월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면서 '하청 감찰' 의혹에 휘말렸다.

이후 작년 11월 9일 법조기자단 15명 가량이 검찰총장실을 찾아가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에 항의하며 김오수 검찰총장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과 기자들 다수가 통신사에 통신자료조회 사실확인을 요청해 공수처가 자신의 번호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들이 하나씩 내놓는 통신조회 기록은 건건이 '사찰'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기사화됐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갔고, 결국 공수처의 고발장 작성자 특정 시도는 사실상 중단됐다. 통신조회 논란이 고발장 작성자 특정 실패의 결정타가 된 셈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 특정 실패에 대해 "수사팀이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했고 고발장 작성자로 의심되는 범위까지 상당부분 축소시켰다. 특정되지 않겠느냐는 정도까지 수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상태에서 제3자가 작성하거나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고도의 증명이 됐느냐는 정도까지는 나가지 못해 고발장 작성자 부분 (직권남용 혐의)은 불기소 처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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