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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민주당 전당대회 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인가?

by 뉴스버스1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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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규 칼럼니스트 

 

97그룹 어대명 막아낼 수 있을까…세대교체론 만으론 부족

당 밖 선동가와 강성 지지층이 쥐고 당 흔들면 미래 어두워

1. 대안부재 속 어대명 기정사실화 

공식출마선언만 없을 뿐이지 이재명 의원의 민주당 당 대표 선거 출마는 기정사실이다. 여의도에서 그의 전대 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벌써 ‘어대명’, 즉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초유의 일이다. 한국의 주요 정당 가운데 연이어 치러진 대선과 지선에서 연패하는데 결정적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 곧 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가 된 경우는 없다. 

민주당 안팎의 우려가 크고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재선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불출마를 종용했다. 당의 원로 다수도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의원들 사이의 분포로 보면 친명, 반명, 중립지대에 속한 의원들이 각각 1/3정도라 한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여론도 냉랭하다. 꼭 이 의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 의원에게 큰 희망을 걸지도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어대명인 것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팀별 토론 결과 종합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대안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재명 의원에 맞설 당 대표 후보감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일부 맞는 얘기다. 친문 진영을 대표하고 대항마로 거론되던 홍영표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승산도 따졌겠지만 결정적으로 명분이 부족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문재인 정부 5년간 당을 주도한 친문 진영의 몫이 이 의원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친문은 당초부터 이 의원의 대안이 될 수 없었다. 

86세대를 대표하는 이인영 의원도 불출마로 기울었다는 소문이다. 586 정치인들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586은 친문과 더불어 당정의 주역이었다. 비단 문재인 정부 5년만이 아니다. 586 정치인들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정치무대에 등장한 이래 지난 20년간 민주당의 중심에서 단 한 번도 밀려난 적이 없었다. 당 대표는 아니었지만 정세균, 손학규, 한명숙, 정세균, 문재인, 이해찬 등 당의 거물들과 밀착했고,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을 맡아 당의 핵심권력을 실질적으로 휘둘렀다. 현재의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 민주당에 요구되는 변화와 쇄신의 상징이 되기 어렵다. 

한 때 대안으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총리는 의원들 사이에 호응이 크지 않고, 본인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출마의사를 밝힌 설훈 의원, 김민석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2. 어대명 맞선 '97그룹', 젊다는 것만으로는 부족

마땅한 대안이 없자 소위 97그룹, 70년대에 출생하고 9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던 차세대 정치인들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강병원 의원, 강훈식 의원, 박용진 의원, 박주민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재선이다. 그중 강병원 의원은 이미 당대표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97그룹이 대안으로 떠오른 또 하나의 배경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사례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어쨌든 국민들에게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박근혜 키즈로 알려진 그가 대표 경선과정에 탄핵의 강을 과감히 건넘으로써 '박근혜 키즈'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독립적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그가 탄핵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면, 비록 그가 대표 선거에 승리해도 그 의미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97그룹들은 일단 젊다. 새롭게 보일 수 있다. 강 의원도 출마선언에서 “젊고 역동적인 새 인물”을 표방했다. 그러나 젊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처럼 민주당 97그룹도 단절해야 할 과거가 있다. 강 의원은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과연 어떤 혁신인지 그리고 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중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와 우선적으로 쇄신해야 할 문제가 있다. 중장기적 과제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면한 쇄신과제는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것들이다. 대략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586식 정치다. 586 정치인의 전면 퇴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친북·친중·반일 성향과 함께 전대협 카르텔을 이용한 권력독점이라는 586식 정치를 말한다. 낡은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둘째, 친문정치다. 특히 조국수호와 그 귀결인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구호처럼 외치던 정의와 공정은 부메랑이 되어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표식을 남겼다. 셋째, 이재명식 정치다. 이재명식 정치의 특징은 포퓰리즘과 선동정치다. 탈(脫) 도덕주의도 엿보인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한국판 트럼프'라 하지만 한국에서 이재명식 정치가 트럼피즘에 훨씬 가깝다. 이건 사실 김대중과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민주당에 없던 정치다. 이재명 후보를 앞세워 대선을 치르고, 이 의원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자리에 오르면서 덧씌워진 이미지다. 

강 의원의 말처럼 97그룹이 젊음을 무기로 민주당을 혁신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이 세 가지를 떨쳐버려야 한다. 그러나 97그룹의 그동안 행적을 볼 때 과연 가능할지, 또 애초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출마가 예상되는 97그룹 가운데 지난 5년간 위 세 가지 문제에서 자유롭고, 또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발언한 정치인이 있었던가? 강병원 의원은 최고위원으로서 친문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해 왔다. 박주민 의원은 조국수호와 검수완박의 최선봉에서 활약했다. 지금도 민주당의 가장 문제적 집단인 처럼회를 대표한다. 강훈식 의원은 대선 경선 때 진작부터 이재명 캠프에 가담해 전략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나마 박용진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이 조응천, 금태섭 의원과 함께 ‘조금박해’의 일원으로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독립적인 정치인은 김 전 의원이다. 어차피 97 그룹이 나온다고 해도 전당대회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안에 건강한 다른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586이나 친문, 이재명과는 결이 다른 후보가 나서는 것이 좋다. 거기에 부합하는 정치인은 박용진, 김해영 둘 뿐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당내 세력이 전무하다는 현실이 걸림돌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어대명 되는 이유, 당 여론형성 메카니즘 왜곡 때문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도 전에 어대명이란 전망이 나오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재명 의원이 이미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견해도 있다. 당 중진들과 의원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 그렇게 보기 어렵다. 어대명이 되는 이유는 민주당의 거버넌스가 올바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은 지도부, 원로와 중진, 국회의원, 풀뿌리 활동가, 대의원, 당원 등 여러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부분에서 여론이 모아지고, 전당대회나 의원총회 같은 공식 의결기구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여론형성 메카니즘은 완전히 왜곡되어 있다. 그 방식은 이렇다. 당에서 아무런 공식적 지위도 없는 김어준류의 당 밖 선동가들이 대안 미디어를 동원해 여론의 방향을 정해주면, 팬덤이라 불리는 강성 당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모아 행동에 돌입하고, 처럼회 같은 일부 강성 의원들이 당내 기구에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특정 정치인이 권력장악을 위해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침묵하고, 과거 당내 여론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당 원로와 중진, 대의원, 풀뿌리 활동가들은 배제된다. 

이 메카니즘을 통해 특정 정치인이 당내 실제 세력의 판도를 뛰어넘어 권력을 장악했고, 당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었다. 과거에는 그 정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었고, 지금은 문재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이재명 의원이 있다. 

정당의 거버넌스가 무너지면 당이 망가지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이재명 의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재명 같은 선동 정치인이 당을 쥐고 흔들 게 된다. 미국 공화당이 완전히 망가진 것도 당의 중추역할을 했던 당의 중진들의 영향력이 배제되고 러시 림보나 폭스뉴스 앵커 등 당 밖의 선동가들과 티파티같은 당 밖 강성 지지층들이 당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 결과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 의원들은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강성당원들을 동원해 확실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앞날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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