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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美, 보복여행 폭주로 여행 '산 넘어 산'…여권발급만 11주

by 뉴스버스1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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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봉화식 객원특파원 

 

여권발급 지연·항공료 인상·잦은 결항 등 '미국판 삼재'

‘분풀이 여행’ 가고 싶어도 전국 곳곳서 발목 잡는 암초

미국, 여권 신청 폭주…발급기간 늘어져 계획 차질

방학과 휴가기간이 겹치는 미국의 7~8월 여름철은 언제나 여행·관광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지난 2년반동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고 간 후유증으로 장기간의 재택근무와 ‘집콕’(staycation) 비대면 생활습관에 지친 시민들은 하반기부터 국내외 먼곳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보복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사진=MBC방송화면캡처)

그렇지만 막상 집밖으로 나서면 예전보다 폭등한 항공료는 물론, 운항 연착과 결항·수하물 분실이라는 현실에 시달리게 된다. 돈을 쓰며 사서 고생하는 패턴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2022년 하반기부터 미국사회 전반에 ‘여권 혼란’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추가됐다”고 대서특필 했다. 그동안 아예 여권이 없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된 시민들이 한꺼번에 여행을 떠나려 하지만 원하는 시간에 패스포트가 도착하지 않아 북새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중인 미국은 여권 신청료도 뛰어올라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만16세 이상 성인이 10년짜리 여권을 새로 발급받으려면 165달러(수수료 35달러 포함)를 내야한다. 미성년자의 5년짜리 여권은 135달러이며 갱신하는 경우는 130달러다. 지난해보다 각각 20달러씩 오른 금액이다. 연방정부에서 인정하는 신분증명 기능을 더한 ‘리얼 ID 운전면허증’은 39달러로 저렴하고 미국내 여행의 경우 공항에서 여권을 대신할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데다 해외여행을 원하면 여전히 여권 또는 ID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비싼 돈을 내고 신청해도 언제 여권을 손에 쥘수 있을지 알기 어려우며 예약도 할수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발발 이후 전국적으로 일반여권 업무가 밀리고 인터뷰 예약까지 필요한 경우엔 아예 장거리 여행 스케줄을 잡을수 없다.

美, 여권 발급에 11주, 60달러 더 내는 급행도 7주 소요

2020년초까지 워싱턴DC에 위치한 국무부를 통해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여권을 신청할 경우 평균 4~6주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올해 일반 여권은 최소 8주, 최장 11주 걸린다. 60달러를 더 내는 급행 서비스는 과거 3주일 걸렸지만 지금은 7주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상 최악의 적체상태였던 지난해에는 여권 발급에 18주가 소요되기도 했다.

‘여권 대혼란’의 원인은 코로나 기간에 해고된 국무부 인력이 제대로 보강되지 않고 있는데다 예산 증액이 늦어지는데 기인한다. 국무부는 최근 “팬데믹으로 국무부 예산이 전용되고 줄어들었으며 이때문에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이어가고 여권 심사를 위해 임시 직원을 뽑았지만 업무가 미숙해 대기 시간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 만료된 여권을 소지한채 미국으로의 귀국을 허용하던 임시조치도 지난 6월에 종료, 새 여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현재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이며 치유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79)은 연방정부 행정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며 “온라인을 통해 여권을 갱신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명령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시범 운영에 그치며 대다수는 여전히 우체국을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접수하는 상황이다. 연말쯤 되어야 온라인으로 여권을 신청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기 사건 빈발로 여권 발급 요건도 강화돼

과거에는 가족 사망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 여권 대행사(US Passport Agencies) 온라인 예약을 통해 여권을 그날중으로 손에 넣을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기승을 더해가던 지난해 사기 사건이 터지며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급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려면 전화로 몇시간 기다려 통화하거나 2주일 이내에 여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 예약을 마치면 사흘내 출발해야 하며 해당 지역에 예약 가능 날짜가 꽉차면 여행 서류와 여권을 얻기위해 비행기·차량으로 몇시간 관공서로 이동해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민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서 애용해오던 택배회사들도 팬데믹 후유증으로 대거 파산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신속 배달도 어려움에 처했다. 비록 여행이 재개되고 여권 신속발급 절차도 다시 시작됐지만, 배달 시스템이 붕괴, 여권과 비자 급행처리 수수료는 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지난 24일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과 내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족쇄 풀린 한국방문은 봇물…여권·비자발급↑

이에반해 교포들의 모국(한국) 방문은 오랜 족쇄가 풀리며 수요가 폭증,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주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 총영사관의 경우 2022년 전반기에 여권·비자 발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6월까지 상반기 업무 처리 가운데 여권 발급 민원이 5,795건으로 2년전보다 1200건 이상, 28%나 늘었다. 비자 역시 1,62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1,160건보다 40% 급증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는 73% 많아진 수치다. 특히 재외동포를 위한 영주권인 F-4 비자 발급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해외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입국할때 자가격리를 면제했다. 이후 여권과 비자 관련 민원이 늘기 시작했다. 영사확인 업무는 올해 상반기 1만1,942건으로 1년만에 8.4%(1098건) 줄었다. 그동안 한국내 부동산 거래·금융 자산 처분·재산 상속·회사설립을 위한 위임장 발급이 많았는데, 모국 방문이 활성화하며 직접 현지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져 위임장 민원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마찬가지 이유로 가족관계·재외국민 등본 발급도 줄었다. 향후 항공료가 더 싸지고 코로나 변이 재확산세가 잡히면 한미간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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