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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독단' '일방적 정책결정'- 경찰국 신설과정서 표출된 국정운영 방식

by 뉴스버스1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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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규 칼럼니스트 

 

윤 대통령, 선거 이겼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 버려야

독단의 정치와 일방주의적 정책 결정 대통령들 불행한 결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1. 경찰국 신설, 야당과 대화조차 없이 속전속결 처리

행정안정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담은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지난 7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일부 경찰간부들은 예고했던 전국경찰회의 소집을 취소했다. 야당은 국회에서 당분간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공방은 일단 마무리된 셈이다. 

경찰국 설치 찬반 과정에서 여야 양측과 당사자인 경찰의 내놓은 주장에는 각각 타당한 부분과 논거가 부족한 부분이 공존한다. 쟁점별로 살펴보자.

첫째,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의 필요성이다. 생뚱맞게 경찰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 자신을 제외하고 이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전 정부까지 경찰 인사와 예산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던 민정수석실이 폐지되었다. 더구나 검수완박 법안으로 경찰의 권한은 더욱 비대해졌다. 

둘째, 경찰 통제장치로 어떤 기구가 적당한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민정수석실보다 행안부 산하 경찰국이 더 투명한 통제장치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민정수석실을 통한 통제가 더 민주적 통제인 것도 아니다. 경찰위원회의 구성과 기능을 아무리 보완한다고 해도 비상임 자문기구가 인사와 예산 같은 상시업무를 다루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셋째, 경찰국의 역할 문제다. 정부여당은 경찰국의 역할이 경찰 예산과 인사라는 치안행정업무에 국한될 것이라 한다. 야당은 경찰국을 통해 집권세력이 경찰을 장악해 경찰수사까지 좌우할 것을 우려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넷째, 절차의 문제다. 정부여당은 경찰국 설치를 위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대신에 대통령령을 개정했다. 야당과 반대론자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비판한다. 위헌·위법 여부는 위헌소송 등 절치를 통해 판명될 일이지만 정부여당이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은 분명하다. 국회 다수의석을 가진 거대야당의 반대를 핑계로 삼을 것이나 경찰국 설치가 여야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을 정도로 급박한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 '경찰 통제' 필요성 누구나 공감…야당과 대화했어야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적절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출발하면 얼마든지 근본적인 해법에 도달할 수 있고, 여야 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당파적 입장에 매몰되어 출발점을 망각했고,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지금 문제는 통제장치 이전에 ‘권한이 비대하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국 경찰이 단일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권한의 오남용 소지가 더 크다. 비대한 조직을 그대로 둔 채 통제장치의 필요성만을 이야기하면 결국 누가 통제장치를 손에 쥘 것이냐의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경찰을 축소해 치안역량의 총량을 줄이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기능의 분산과 지역별 분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번 찬반논쟁 과정에서 여야 모두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경찰 권한이 더 커진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종결권까지 쥐게 되면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졌다.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로 경찰국 설치 하나만 떼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법체계 전체를 놓고 야당과 대화를 시도했어야 했다. 야당도 경찰국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정부여당에 대화를 요청했어야 했다. 여야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었다면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경찰국이 순수한 치안행정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못 박는 것과 경찰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3. 윤 대통령, 대통령실 이전, 인사, 언행 등 모든 부분서 직진 일관

경찰국 설치 과정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방식의 특성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인사, 언행 모든 부분에서 직진으로 일관했다. 아직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 때 약속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제외하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대의견은 대부분 무시된다. 불평등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등 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약식 문답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선거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았으므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현대 민주주의의 규범은 그렇지 않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더불어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라는 민주주의 규범이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강화했다”고 말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2018) 역으로 해당 규범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화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자제의 미덕을 찾기 어렵다. 비록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지속적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래도 설득이 안 되면 때에 따라서는 우회하거나 늦추기도 하는 그런 미덕 말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전임 세 대통령의 그릇된 시범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개발로 둔갑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국정 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등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강행되었다. 이런 독단의 정치와 일방주의적 정책 결정은 사회 갈등만을 증폭시켰고, 성과도 내지 못했으며, 대통령 자신들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안겨주었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시간과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절차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체제이다.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를 거부하지만 다수의 전제(tyranny of majority)도 거부한다. 조셉 나이 교수는 “국민들은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태도를 보고 정부에 대한 믿음을 결정한다”고 말했다.(「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2001)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도 독단적 국정운영이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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