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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예고되고 기대할 것 없는 尹 정부 국정 난맥 바탕 원인은?

by 뉴스버스1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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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규 정치칼럼니스트 

 

여야 정치 역량과 정치인 질 떨어져…수렁에 빠진 한국정치

기득권 양당 체제가 정치인 수준과 역량 저하에 한 몫

여야 권력자의 태도도 정치인 질 저하 가속시키는 요인

1. 강성당원에 포획된 민주, 바로잡을 능력 잃어가는 듯

아직 중반이지만 민주당 전당대회는 거의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작 전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긴 했다. 권리당원들이 참여하는 초기 순회투표 결과는 어대명 이상이다. 이재명 의원이 전체 표의 3/4인 약 75%를 얻었다. 과거 친문이 당의 주류이던 시절 친문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65% 정도였다. 당 대표와 동시에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의 쏠림현상도 심하다. 최고위원은 득표율 순으로 5명이 선출되는데, 전당대회 초중반인 현재 5위 안에 친명 후보들이 4명이다. 다섯 자리 가운데 비주류가 최소 2명 이상 선출되던 과거의 전대와 비교된다. 

지난 8월 6일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전대에서 투표의 쏠림이 더욱 심해진 것은 낮은 투표율이 한 가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권리당원 투표율의 전체 평균은 25%이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각각 41.03%와 42.74%였다. 차이가 많이 난다. 일단 친명 열성당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불참한 당원들의 생각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만약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일종의 보이콧이라면 이재명 지도부와 민주당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 지역의 투표율이 주목된다.   

이재명계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는 즉시 직무를 정지할 것을 규정한 당헌 80조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의 일부다. 대안까지 나와 있다. 직무 정지를 ‘기소 즉시’ 대신 ‘1심 유죄 시’로 바꾸는 것이다. 

누가 봐도 여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을 위한 당헌개정이다. 국민의힘에도 2004년 박근혜 대표시절 마련된 유사한 규정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 반대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헌개정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친문이 주류이던 시절부터 당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구심점과 주류가 바뀌었을 뿐 행태는 똑같다. 당은 친명 강성당원들에게 포획되어 있고, 원죄가 있는 친문 중심의 비주류는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정당이 항상 잘 할 수는 없다.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능력 자체를 잃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9일 전날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2. 여당과 대통령 주변은 총체적 난국과 혼란 상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독선과 무능, 혼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변화를 앞장서 이끌 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집권세력들이 집권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만해지고,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부에서 쇄신 동력이 나왔고, 최고 권력은 이를 수용했고, 집권세력은 다시 살아났다. 마치 크게 기울어 침몰 위기에 처한 배를 다시 세우는 일종의 복원력을 발휘했다. 집권세력 안에 누구보다 빨리 위기를 알아채고 쇄신과 변화, 타협을 주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6·29선언으로 6월 항쟁의 파도를 넘은 것, 3당합당으로 여소야대를 극복한 것, 당내 소수파인 김영삼에게 권력을 승계한 것,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세운 것 등은 보수세력이 위기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전두환의 대령들, 박철언, 김윤환 등의 역할이 컸다. 동교동계가 장악한 민주당에서 쇄신운동으로 당을 바꾸고, 국민참여경선제도를 도입해 노무현 경선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민주당의 사례이다. 천신정 등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때는 위기경고를 감지하고 앞서 움직인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목소리를 냈던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짓밟았고, 금태섭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아웃사이더들은 뒷짐 진 문 대통령 대신 대깨문이 나서서 숙청했다. 그 결과는 두 정권의 몰락이다.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권력의 속성상 최고 권력자가 문제를 스스로 깨달아 바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는 쇄신과 각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집권세력 안에 나타났을 때 박 대통령처럼 짓밟거나 문 대통령처럼 짐짓 모른 체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쇄신 움직임은 고사하고 당과 대통령실 등 대통령 주변이 총체적 난국이라는데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내부총질 당 대표' 문자를 카메라기자들에게 들킨 뒤 다음날인 국회로 출근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과 정치권 갈수록 하향 평준화

이런 일이 반복되고, 또 더 잦아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제도의 문제다. 이쯤되면 현재의 대통령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우리 대통령제가 원형으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등장 이후 현행 정치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헌을 말하면 종종 제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인들 수준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 믿으면 좋은 사회된다’는 보수 기독교의 설교 같다. 제도를 고쳐 바로 잡을 부분이 있고, 정치인의 역량을 높여 해결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의 역량이 갈수록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개별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 정치 양극화가 한 가지 원인이다. 여야 모두 강성 발언을 해야 당원의 지지를 받고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일 수 있다. 당직도 받을 수 있고, 다음번 공천에 유리해진다. 의원들은 점점 강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할 동기를 갖게 되고, 그럴수록 정치의 질은 떨어진다.  

양극화와 더불어 양당체제가 정치권 역량 저하에 한 몫 하고 있다. 양당체제는 정치적 과점체제이다. 당 차원이나 개별 의원 차원에서 최선일 필요가 없다.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된다. ‘민주당도 그랬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양당체제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못해도 제1야당이고, 5년 후에 권력을 찾아오면 된다. 대부분 다당제인 유럽 여러 나라처럼 당이 거의 소멸할 정도의 타격을 받을 위험이 없다. 양당이 다당제를 보장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이유다. 

여야 최고 권력자의 태도도 정치인들의 질 저하를 가속화한다. 그들은 주변 인물들을 선택하는데 충성심과 친소관계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다. 공천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비전과 가치를 따지는 것은 사치이고, 기본 능력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중요한 것은 충성이다. 21대 총선이 배출한 민주당 스타(?)의원들의 면면이 이를 입증한다. 윤핵관과 윤석열 정부 내각 및 대통령실을 채운 일부 인사들의 활약이 이를 입증한다. 

친문에 발탁되어 정치권에 입문한 민주당의 스타의원 대부분은 이제 이재명 차기 당대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자질은 오직 충성심뿐인데 이제 충성심을 발휘할 대상이 바뀐 것이다.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등 소위 윤핵관 핵심들은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인 선진연대 출신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들에 밀려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했던 그들이 지금 어릴 적 교분과 법사위 인연 등에 힘입어 윤핵관의 자리에 올라 국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들의 자산도 충성심과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이다. 이준석 대표의 정치행태도 비판받을 부분이 많지만 윤핵관에 빗대면 그의 주장이 정당해 보일 정도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등이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 지역에 봉사활동을 나간 자리에서, 김성원 의원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해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 여야 정당, 균형감각 합리성 중시 전통 퇴색되고 오직 충성심이 지배

김대중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라 불렸지만 언제나 당내 비주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당직도 안배했다. 공천할 때도 능력을 중시했다. 공천 시 충성파, 돈 낼 사람, 일할 사람을 1/3씩 안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책 및 전략통이었던 이해찬, 정세균, 김한길, 천신정이라 불린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또 김민석, 임종석, 이인영 등 대표적인 586 정치인들 모두 김대중 총재가 발탁했다. 그들 가운데 일부가 총재에 대들기도 하고, 당 주류인 동교동계를 비판하면서 당 쇄신운동에 앞장섰다. 그렇게 당을 살리고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양당 모두 소속 의원들을 평가할 때 전투력과 동시에 균형감각, 합리성, 정책능력 등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었다. 극단적인 주장이나 실언을 하거나 비리가 드러나면 비록 한시적이라도 퇴출되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의 망언을 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제 양당에서 그런 규범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 오로지 충성심이 중요하다. 아마 수해복구 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오면 좋겠다’고 발언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도 대충 사과 한 마디로 지나갈 것이다. '딸O이' 소동을 일으키고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최강욱 의원은 지금도 기세등등하다. 

충성심이 지배하는 정당에서 비주류가 존재할 수 없다. 당이 위기에 처해도 쇄신 움직임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이 중심인 집권당 내에서는 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정치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닥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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