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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 XX들이 날리면”?…더 나쁜 길 택한 윤 대통령

by 뉴스버스1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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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칼럼니스트 

 

'미국 이야기 할 여지 없었다'는 김은혜의 단정엔 근거없어

바이든 만난 직후 야당 겨냥한 욕설 발언이면 더 참담한 일 

미·중관계 낀 한국의 곤경 드러낸 일…윤, 이겨낼 역량 있나?

“윤 대통령이 ‘국회 이 새X들’이라고 하는 모습이 동영상에 잡혔다네요.”

9월 22일 오전, 방송 대기중에 같이 있던 인사들 중 하나에게 들었다. 나는 “그 국회가 미국 국회입니까, 한국 국회입니까?”라고 물었다. 아직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고 동영상도 접할 수 없었다. 그는 “한국 국회일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과 악수를 하면서 '48초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송이 끝나고 동영상을 확인했다. '이 새X들'을 포함한 초반 부분은 처음에는 주변 소음 때문에 듣지 못했다가 두 번째 청취에서 들었다. ‘바이든’과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처음부터 들렸다. ‘바이든은’인지 ‘바이든이’인지, 나는 이것 하나만 헷갈렸었다. 주변 소음을 제거한 음성을 들으니 ‘바이든은’으로 들렸다. 어떤 이들에게 다르게 들린 것은 이해한다. 그럴 수 있고, 무엇이 진실인지 고집하고 싶지 않다. 발언을 받아적는 녹취록 기사나 기자들, 자막 입력자들 중에도 나와 다르게 들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국회에서 이 새X들이 승인 안 해주믄(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들었다고 밝힐 뿐. 

한국 국회가 아니라 미국 국회 이야기일 가능성이 훨씬 크겠거니 했다. 이 사건의 전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48초동안 겨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붙잡고 대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는 윤 대통령의 얼굴에는 씁쓸한 웃음이 배어 있었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으로 뒷통수를 맞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날아가 대화를 1분도 못 했으니 그럴 수밖에. 

윤 대통령의 그 표정은 문제의 발언을 할 때에도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바이든 붙잡고 요청은 했지만, 바이든이 들어주더라도 미국 국회에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를 관계자들이 염려하면서, ‘우리(나)에게 굴욕감을 안겨다준 바이든이지만 그도 얼마든 쪽팔린 처지가 될 수 있다’며 냉소하는 것이 아닐까 했다. 내가 그린 줄거리가 꼭 맞고 옳다는게 아니다. 내 느낌과 생각은 그러했고, 최소한 이 줄거리 안에서 모순이 생기는 것은 없어서 설명에 불편함이 없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서도 이렇게 밝혔다.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가 끝난 뒤 윤석열 대통령이 퇴장하는 중에 박진 외교부장관을 보며 문제의 '이 새x'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대통령실이 15시간만에 해명을 내놓기까지, 일부 누리꾼들이 나를 비난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갈래였다. 첫째, 윤 대통령이 말한 건 ‘새X들’이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길게 늘인 동영상까지 제시했다. 들어보니 ‘새애애X이이드으을’이었다. 대통령실은 역시 이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했다. 아직도 ‘사람들’로 들리는 사람과 이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보람 없는 일이다. 

둘째, 보통 ‘미국 의회’라고 하지 ‘미국 국회’라고 하지 않으므로 윤 대통령이 말한 ‘국회’는 ‘한국 국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안하지만 나부터가 ‘미국 국회’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당연히 남이 그렇게 써도 이상할 것 없다고 여긴다. ‘United States Congress’는 ‘미국 의회’로 직역되는 것은 맞다. 여기에 주의회나 지방의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국가) 차원의 의회다. 한국 국회를 이를 때 쓰는 ‘국회’를 미국에 대고 써도 아무 문제 없다. 가령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라고 쓰는 것보다 “한미 양국의 국회”라고 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윤 대통령이 말한 ‘국회’가 실제로 미국 국회를 의미했을 가능성이 100%라는 건 아니다. ‘미국 국회일 리가 만무하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한국)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예산을) 날리면 (내가)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는 요지로 반박했다. 처음에 ‘바이든’이라고 들렸다가 나중에는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밝힌 이들이 있다. 그들이야 대통령실의 반박을 불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단어로 들릴 여지가 없다고 느끼는 국민은 더 크게 불신하거나, ‘맞든 틀리든 쓸데없이 일을 키운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들릴 수 있고, 또 실제 그랬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맥락과 상황에 대한 김 수석의 설명은 억지스럽다. 장소가 글로벌펀드 관련 행사였으니 발언 소재도 그것이었고, 한국 국회에서 민주당 반대로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 것이었다?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미국과 바이든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 위에서 썼듯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바이든이 수용해도 미국 국회가 반대하는 경우’를 염두했을 가능성이 있다. IRA 등이 아닌 글로벌펀드가 소재였다 해도 미국 국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꺾이는 것을 가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대화 도중 박진 외교부장관이 "국회를 잘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며, “장관이 남의 나라 국회를 뭐하러 설득하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이것만으로 '미국 국회 관련이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 관련 현안 중에 미국 국회가 다루는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관련된 사안이 미국 국회에 올라가고 한국에게 유리하지 않게 돌아갈 조짐이 보이면, 한국 정부 인사는 미국 국회를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회는 입법권과 예산심사권, 조약비준권이 있다. 미국 국회는 사실상의 예산편성권도 있고 상원은 장관임명동의권이 있다. 한미FTA 당시 낸시 펠로시 의원이 두각을 드러냈듯, 의회가 외교통상 협상까지 지휘한다. 한미 외교에서 장관이든 의원이든 미국 국회는 궁극적인 설득 대상이다. 더구나 박진 장관은 다년간의 의원외교를 경험한 외교통이다. 물론 이것이 툭하면 시행령과 예비비로 국회를 건너뛰는 윤석열 정부의 강성 지지층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이치일 수는 있겠다. 

당시 대화 소재가 글로벌펀드 예산이었으며 한국 국회의 승인이 중요하다고 치자. 국내 정치권에서 이 논쟁이 크게 인 적이 있는가. IRA 등 한미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바이든과 만나고 나오자마자 야당을 욕할 생각이 드는지 의아하고 참담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가. 윤 대통령이 미국 정치권에 앙금이 남아 빈정댄 것이었다면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바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이 가능성을 기각했다.   

대통령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더욱 심각한 사태다. 민주당 욕을 한 것이 맞다 해도, ‘민주당을 욕한 것’이었다고 강조하는 게 더 황당하다. 윤 대통령은 정녕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국회를 모욕하지 않았다. 당초 알려졌던 그 내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었는지 밝히지는 않겠다. 불신이 남겠지만, 굳이 설명하면 더 큰 불신과 실망을 국민들께 안겨드릴 것이다. 이런 일을 초래한 것 자체에 대해 죄송하다.” 그가 이만한 용기와 인내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민주, 반발 당연하나 윤 정부 더 부끄럽게할 의연한 대응 아쉬워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 인사가 즉각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170여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집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번 일로 한미관계가 특별히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윤 대통령이 너무나 겁이 나서 핑계를 찾고 싶다면, 그래, 우리 핑계를 대고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 우리는 이번 일로 더 상처받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우리를 욕했다 해도 전혀 의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오던 그대로 윤석열 정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 방도를 찾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매트>는 8월 27일 "한국의 윤석열을 대(對) 중국 강경론자로 착각하지 마라"(Don’t Mistake South Korea’s Yoon Suk-yeol for a China Hawk)는 기사를 내보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미국과 중국 사이 '양다리 걸치기'(try to have it both ways)라며 비판한 것이다. 진상이 무엇이든, 어느 길이 옳은 것이든 간에, 한국이 처한 곤경이 그대로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와 한국 정치는 이 질곡을 이겨낼 역량이 있을까.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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