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내년 총선은 투표율이 여야 승패 가른다

by 뉴스버스1 2023. 4. 10.
728x90

김수민 정치평론가 

 

국민의힘, 4.5 재보선서 의심의 여지 없는 참패

전통적 지지층 경북에서도 ‘정권 심판’ 표심 상승

국민의힘, 패배하고도 절치부심은 커녕 헛발질만

'투표율 낮으면 국민의힘, 높으면 민주당 유리' 전망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충남 홍성군 산불 당시 서부면 중리에 마련된 현장통합지휘본부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듣고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스1)

4.5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의심의 여지 없는 패배를 당했다. 경북 도의회의원 구미제4선거구, 경북 포항 시의회의원 나선거구, 경남 도의회의원 창녕 제1선거구에의 승리는 자랑할 만한 일이 못 된다. 경북 지역과 경남 농촌 지역은 국민의힘으로선 ’이겨야 본전‘인 곳이다.

조금만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지역에서의 승리에도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포항시의회 나선거구에서 무소속 후보와 1 대 1로 대결한 당선인은 득표율 60%를 넘지 못했다. 포항이 상대적으로 경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은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이 선거구는 국민의힘 조직세가 비교적 강한 농촌 지역이다. 

경북도의회 구미시 제4선거구는 국민의힘 대 더불어민주당의 양자 대결이었는데, 득표율은 65 대 35 수준이었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대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8.7%를 득표했다.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상당히 떨어져 청장년/외지 출신/야권 성향 표심보다 중노년/토박이/여권 성향 표심이 더 크게 반영되었으리라고 예상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심판 표심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게 가장 뼈아픈 지역은 울산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진보 단일 후보와 보수 단일 후보가 1 대 1로 맞붙은 선거였다. 진보 단일 후보로 나서 당선된 천창수 교육감은 61.9%를 얻어, 전임자인 진보 성향 노옥희 교육감의 지난해 득표율(55.03%)을 웃돌았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적극적으로 보수 성향임을 과시한 김주홍 후보의 패배는 국민의힘의 패배와 같다.

4.5 재보선에 포함된 울산 남구의회 나선거구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었다. 지난해 선거 결과, 2인 선거구인 이곳에서 국민의힘 후보 두 명이 모두 당선되었다. 2명을 뽑는 선거에서 의석을 모두 가져간 정당이라면 1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는 승산이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50%를 넘기며 당선되었다. 당 대표가 울산 출신인 국민의힘으로서는 수모를 당한 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5 재보선 이튿날 기자들에게 “청주에서는 이겼다”고 짧게 말했다. 청주 시의회 나선거구 결과를 보자. 국민의힘 후보가 48.38%를 득표해 40.63%를 얻은 민주당 후보를 넉넉하게 따돌렸다. 하지만 9.3%를 득표한 무소속 정우철 후보가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의 청주 승리는 상대당의 표밭 분산에 따른  ‘어부지리’에 가깝다. 

진보당 후보 당선으로 민주당에게 타격을 입힌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이 지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운천 의원의 지역구였고, 정 전 의원은 2012년과 2016년 두 번 모두 35% 이상을 득표했다. 이번에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00%를 득표해 후보 여섯 명 중 5위에 머물렀다. 

물론 진보당 강성희 당선자와 임정엽 후보를 포함한 범민주당 계열 무소속 후보들이 접전을 펼친 탓에 김 후보나 국민의힘을 선호했던 유권자 일부조차 상위권 후보들에게 빨려 들어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지난 대선에서 열심히 ‘서진’을 외쳤던 국민의힘이 집권 이후 다시 호남 주민들에게 ‘도저히 지지할 수 없는 정당’으로 인식된데 있다.

5.18 망언으로 컷오프 당했던 김진태 전 의원은 강원도지사가 되어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와 어울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했다. 호남에도 이념적 정책적으로 보수성향이 농후한 주민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우’와는 선을 긋는다.

역대 총선 결과를 되돌아보면, 총선 전해 재보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총선에서 이긴 전례는 많다. 국민의힘이 그나마 믿는 구석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선에서 연승한 국민의힘이 거꾸로 견제를 받는 이번 재보선과 달리, 내년 총선에서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 전해 재보선 패배 정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이길 때는 언제나 절치부심이 있었다. 지금 국민의힘에게는 그 반대 증상만 나타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재보선에서 지자마자 국회의원 정수를 1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게 '의원 정수를 줄이는 대신 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빅 딜’을 역제안 한다면? 받을 리가 없다. 의원 정수 축소론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뒤틀려는 목적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쌀의 시장격리 의무화)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직후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대안이랍시고 제시했다. 당장에라도 비대위를 띄워야 할 심각한 상태지만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쯤밖에 안 됐고, 국민의힘에는 ‘상비군’ 없는 윤핵관 일색이니, 연말연초에 비대위를 띄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총선 결과는 결국 투표율에 좌우된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이 국민의힘으로 결집하는 현상이야 있겠지만, 국민의힘의 수준으로 봐서 크게 이길 만큼은 아닐 것이다. 결정적 관건은 ‘정권 심판 표심이 민주당을 밀 것인지, 아예 투표에서 빠질 것인지’다. 이재명 대표 재판에서 결정타가 나오지 않거나, 민주당이 이재명 지도부를 내리고 비대위를 띄운다면 투표율은 오를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힘에게, 높으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