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전기 등 이화그룹 3사 2개월 넘기는 거래정지 왜? < 프론트라인(탐사보도)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이화그룹 실소유주 범행 수법 봤더니...
거래정지 풀려고 아들·동생에 지분 허위 이전
가족들 이름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회사돈 빼돌려
빼돌린 돈은 고급주택 구입 및 관리·생활비로 사용
이화그룹의 계열사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 등에 대한 거래정지가 지난 5월 10일부터 2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화그룹 소액주주 1,400여명은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이화그룹주 매매 정지 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화그룹 3개 계열사들은 실소유주인 김영준 회장 등 전·현직 임원 등의 배임·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5월 거래정지됐다. 이화전기 등 계열사는 회사 대표의 횡령 금액이 약 8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과 회사 측 해명 내용이 크게 다른 상황이 발생했고, 거래소는 이후 거래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11일 횡령·배임형의로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다.
거래 정지를 촉발시킨 김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계열사의 고문으로 허위 등재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의 차명 계좌를 사용해 수익을 은폐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회사가 갖고 있던 신주인수권을 차명 계좌를 이용해 터무니 없는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형태도 보였다.
김 회장은 이화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물밑에서 계열사 경영 전반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들·동생에 지분 허위 이전했다가 '짜고 치는' 소송으로 되찾아
이화전기는 2015년에도 김 회장 등의 횡령·배임으로 거래정지를 당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까지 작성해 제출했다. 약속과 달리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할 경우엔 거래소의 거래정지 사유에 해당했다.
이 확약서를 제출한 이후 이화전기 등 계열사에 대한 거래정지가 풀렸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김 회장의 이후 행적은 확약서와는 정반대였다.
김 회장은 2016년 경영에서 퇴진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이후는 물론, 2018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이화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권을 행사했다. 차명지분을 보유하고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수법을 썼다.
이화전기 등 계열사의 거래정지를 피하면서 경영권을 놓지 않기 위해 친동생이나 아들과 짜고 치는 '짬짜미 소송'을 하기도 했다.
2016년 5월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는 '2015년 12월경 계열사 칸퀘스트인베스텍이 보유중이던 칸인베스텍코리아(주) 지분 전량을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영선 대표에게 양도했다'는 내용이 공시됐다.
김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친동생인 김영선 대표에게 양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당시 이화그룹의 회사 지배구조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대주주인 수직적 지배 형태였다. 당시 칸퀘스트인베스텍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회사도 지배할 수 있는 구조였다. 현재는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 등 계열사가 순환출자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2008년 11월 설립된 칸퀘스트인베스텍의 지분을 아들 명의로 100% 보유하고, 칸퀘스트인베스텍은 칸인베스텍코리아(주) 지분을, 칸인베스텍코리아(주)는 칸퀘스트(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형태다. 칸퀘스트(주)는 2016년 2월 11경 칸인베스텍코리아(주)에 합병됐다.
다시 칸퀘스트(주)는 이화전기의 대주주로, 이화전기는 이아이디 대주주로, 이아이디는 이트론 대주주 형태로 회사를 지배했다. 칸퀘스트인베스텍을 소유하는 사람이 나머지 계열사 모두를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회장은 김영선 대표에게 주식을 양도하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이화전기의 거래정지를 풀기 위한 외형만 갖췄을 뿐, 실제로는 김영선 대표의 계좌를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주식을 양도하지 않고, 경영에 관여했다.
2016년 6월 9일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정지가 해제될 때까지 김영선 대표는 칸퀘스트인베스텍에 1억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2017년 칸퀘스트인베스텍의 명의상 대표인 아들이 김영선 대표에게 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주식 반환 소송 재판과정에서 김영선 대표는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고, 무변론 판결로 김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모두 확보했다. 사실상 거래정지를 풀기 위해 '짬짜미' 소송을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아들과 김영선 대표의 계좌 모두 김 회장의 차명계좌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체납 세금 강제집행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 이용
김영준 회장은 2009년 5월경 종합소득세 75억원을 내지 않는 등, 2023년 4월 13일 기준으로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등에 대한 각종 체납액이 267억 가량에 달하는 고액·상습체납자다.
당시 국세청은 2009년 이후 거액의 세금이 체납되자 체납처분을 집행 중인 상황이었다. 체납처분은 행정상 강제집행 중의 하나로, 미리 독촉을 하고 그 이후에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재산 압류, 매각 및 청산의 단계를 거친다.
김 회장은 체납 세금의 강제 집행을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차명 계좌의 소유주는 아들과 부인, 자신의 동생, 장모, 심지어 처남인 김성규 사장의 친구와 장모까지 있었다. 김 회장은 부인과 장모의 이름을 계열사의 고문으로 올려놓고 급여명목으로 들어오는 돈을 차명계좌로 빼돌려 생활비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김 회장은 이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칸인베스텍코리아 명의로 갖고 있던 이화전기 주식을 저가매도하는 등의 배임을 저질렀다.
2016년 6월 15일경 김 회장은 칸인베스텍코리아가 가지고 있던 시가 130억원 상당의 이화전기 신주인수권증권 중 87억 상당의 주식을 자신의 장모, 김성규 사장과 그의 친구 명의를 이용해 '2억원'에 매수했다. 김 회장은 매수대금 2억원마저도 지급하지 않아 실세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87억 상당의 주식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빼돌린 비자금 고급빌라 매수·결혼식 비용으로 사용
김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돈을 결혼식 비용과 고급 주택 매수 등에 썼다.
김 회장은 2022년 서울 용산구의 고급빌라를 매수했는데, 매매대금, 중개수수료, 종합부동산세 등 53억 5,000여만원을 이아이디가 광산개발 목적으로 만들었던 홍콩의 상장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충당했다.
김 회장은 거주하는 집의 관리비 등도 칸인베스텍코리아에서 빼돌렸다. 한 달에 170여만원 가량씩 2014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70회에 걸쳐 1억 2,100만원을 회사돈으로 지급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회장은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 칸인베스텍코리아 등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던 2016년 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이들 회사에서 접대비, 복리후생비 등의 명목으로 5,000만원 가량을 빼돌려 자신의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했다.
김 회장은 아들이 사는 집 관리비 역시도 이아이디의 자금을 가져다썼는데, 2020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71회에 걸쳐 5,600만원 가량의 돈을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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