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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4대강공사 덕’, ‘인권 탓’… 윤석열 정권과 MB정권의 ‘동감’

by 뉴스버스1 202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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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공사 덕’, ‘인권 탓’… 윤석열 정권과 MB정권의 ‘동감’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도 다른 정치세력 탓하지 않아

尹 정권, '4대강 준설·보 활용' 등 이명박 정권과 교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권은 구원파를 ‘적폐’로 찍어 맹공을 퍼부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을 뒷전으로 던지고, 마치 혁명군처럼 굴고 있었다. 다만 그때만 해도 그는 다른 정치세력이나 노조에게 화살을 돌리지는 못했다. 물론 2016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남 탓’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그런 경향은 적어도 윤석열 정권보다는 늦게 달아올랐다.    

십이지를 거꾸로 한바퀴 돌리면 나오는 2011년, 당시 내가 활동하던 구미 지역에서는 최장 5일간의 단수 사태가 일어났다. 낙동강 준설공사의 영향으로 유량이 불어나고 급히 유속이 올라가면서 물막이보가 떠내려간 게 사태의 시작이었다.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나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시민집단소송인을 모집했고, 1차적으로 1만 명 넘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17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한국수자원공사와 구미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했다(1심에서 부분승소했으나 2018년 최종 패소).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붕괴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구미시의회의원이던 내가 당시 4대강 사업 후속작격인 낙동강변 난개발(골프장, 수상비행장 등 건설) 계획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주민들의 4대강 반대 여론에 힘입은 것이었다. 구미시가 공식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가량이 골프장 및 수상비행장 건설에 반대했다. 구미 지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나라당 당원들도 입을 모으곤 했다. “홍수가 많은 지천 정비나 했어야지. 본류에 무슨 홍수가 난다고.” “대운하를 만들 목적이 아니었다면 강 한복판을 팔 이유가 없지 않느냐.”

4대강 공사가 끝나고 맞이한 이듬해 2012년 여름에는 심한 녹조가 번져나갔고, 녹조 사체가 가을철 물 속에서 순환하며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현장에서 만난 민물 어부는 “메기나 누치처럼 흐르는 물에서 잘 사는 물고기들이 먼저 죽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4대강은 死對江(죽음 대 강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이명박 정권 종료 직후이자 박근혜 정권 초기, 감사원 감사와 다수 여론은 4대강사업이 잘못이라 선언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이 끝나고 나서도 재자연화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4대강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켜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일을 윤석열 정권이 하고 있다. 근래의 홍수 사태를 두고 4대강 준설과 보 활용이 홍수를 막는다고 강변한다.  

윤석열 정권과 그 지지 세력은 최근 다치거나 숨진 교사들을 두고도 “학생인권조례 탓”이라고 떠들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던 시기도 이명박 정권 중후반기였다.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은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과 재기에 성공했고, 학교무상급식과 함께 나온 대표작이 학생인권조례였다.  

12년 전 기초의원으로서 추진했던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 청소년 권리조례’였다. 기초의회는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조례를 만들 수 없으니, 지역 사회에서라도 구현해보자는 취지였다. 교육청-학교처럼 강제력이 있지 않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청소년 관련 정책에 청소년들을 참여시키는 조항을 넣었다.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상대로 참가자를 모집해 토론한 끝에 나온 결과라 더욱 뜻 깊었다. 

결과적으로는 “권리를 창설하려면 상위법의 위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법령 위반”이라는 반론에 막혀 발의에 실패했다. 당시 “헌법과 법률에 있는 권리를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반론했는데, 서울시의회에서는 이것이 중론이어서 구미보다 나중에 추진한 서울 지역에서 비슷한 조례(참고)가 만들어졌다. 한편 학생인권조례도 크게 확산하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시행하는 지역은 경기,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 이렇게 6개 시·도뿐이다.  

12년 전과 견주자면 교권 침해 사례는 크게 줄었다. 2012년 당시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7,971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2,616건이었다. 뚜렷한 인과관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학생인권이 교권침해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 벌어진 교사 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특수한 처지의 아동이었고,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의 갑질로 고통받았다. 이를 ‘학생인권조례’ 탓이라 우기는 것은, 제방 붕괴와 산사태로 점철된 이번 수해를 놓고 4대강사업 타령하는 것과 같은 행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실)

박근혜 정권도 ‘박정희2’로 비쳐지지 않게 한동안 조심했다. 그러다 ‘국정역사교과서 부활’로 빗장을 풀어버리면서 정권 몰락을 자초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영화 <동감>에서처럼, 시공간을 초월해 이명박 정권과 교신하고 있다. 역대 정부 가운데 대통령 팬덤이 가장 약했으며,  그 전정부와 달리 임기가 끝나자마자 변변한 역사적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던 그 MB정권과 말이다. 

내가 만일 12년 전 나와 교신한다면 지금의 사태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명박 정권이 했던 일을 오기로 반복하다 역시나 실패한 정권이 있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할까.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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