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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잼버리 실패 배경은 '새만금'…생태환경 복원의 길 열어야

by 뉴스버스1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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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실패 배경은 '새만금'…생태환경 복원의 길 열어야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새만금은 거대 양당 협잡의 산물…개발 위해 잼버리 이용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6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 옆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뉴스1)

“새만금 잼버리는 전북도의 숙원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가 유치하고 윤석열 정부가 개최한 행사인 만큼 여야와 국민 모두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 “지금은 책임론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 행사를 멋지게 치러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잼버리 대회 실패에 대한 거대양당의 ‘네 탓 공방’ 속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8월 4일 내놓은 입장이다. 문득 떠오르는 만화 대사가 있다.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윤 원내대표가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것은 새만금사업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8월 3일 "문재인 정부 전북 민주당 정치인들이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려는 정치적 잇속 때문에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잼버리를 유치하려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벌써부터 잼버리를 정쟁 소재를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민주당과 일심동체처럼 한목소리를 내던 민주노총이 돌연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도 여당 원내대표가 제1야당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부의 대응 실패를 질타하는 민주당은 새만금이 개최지라는 것에는 문제제기할 수 없는 처지다. 2023잼버리 유치에 처음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였지만, 유치에 성공하고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실무 집행 책임이 있는 전라북도도 잼버리 개최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그간 대회 장소를 변경하자는 논의를 한 바 없다. 새만금 사업 자체가 그런 식이었다. 시작은 노태우 정부가 했지만 전북 지역 제1당인 민주당은 지역경제 발전을 앞세워 새만금 개발을 줄곧 옹호해왔다.  

야영지인 새만금 간척지는 이번 잼버리 대회 파행과 실패의 주범이다. 잼버리는 한여름에 개최되었기에 2015년과 2019년,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 잼버리에서도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은 그 정도가 심각한 데다가 온열질환뿐 아니라 벌레 물림까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3일 하루에만 1.486명이 병원을 들렀는데, 이중 온열증상자는 138명(9.4%)였고, 벌레 물림은 383명(26.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물웅덩이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사태의 근간에 새만금 간척지가 깔려 있다. 

새만금 사업의 당초 계획은 ‘갯벌을 매립해 농지로 만든다’였다. 그러나 간척지는 한동안 염분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의 쌀 소비는 줄어들었다. 2004년도에 끝난다던 간척은 여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한국 갯벌의 10%를 차지하는 일대 갯벌은 죽음의 땅으로 변해갔고, 새만금호의 수질은 최악이 되었다. 이런 초유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새만금개발청이 설립되고 신공항 논의, 카지노 건설 주장, 태양광 단지 건설이 잇따랐던 것이다. 잼버리 대회 유치도 그 일환이다. 

잼버리는 추가 개발의 발판으로 이용되었다. 이번 잼버리가 열린 부안쪽 해창갯벌은 진작에 완공되었던 부지가 아니다. 잼버리를 핑계로 근래 새로 조성한 곳이다. 새만금 안에서도 더욱 인프라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보다 안정된 입지를 선택하지 않고, 새만금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개최지를 정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전라북도 등 누구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개최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세계 스카우트 연맹의 책임도 크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사진=뉴스1)

새만금 사업은 4대강 사업과 함께 최악의 파괴 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4대강 사업보다 더 깊은 정치적 상흔을 남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현실 정치세력이 찬반 격론이라도 벌였지만, 새만금은 국민 반대 여론을 거대 양당이 깡그리 짓밟다시피했다. 가령 2001년 5월 24, 25일 MBC와 한국갤럽이 전국 1.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6.3%가 새만금 사업 강행을 반대했다. 2020년대 들어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바, 전북 지역내에서도 부정평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허나 이는 정치권내에서 소수의견으로 처리되었다. 이번 잼버리를 통해 다시 불거진 새만금 문제는 거대양당의 기득권 담합을 또 한번 드러내고 있다. 제3정당을 자부하는 시대전환, 새로운당, 한국의희망 등도 이 문제에는 침묵하며 자신이 ‘제1.5당’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온갖 말을 쏟아내면서도 한사코 새만금 문제를 피해가는 것이 누구인지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사기극은 종식되어야 한다. 현재 하루 두 번 이뤄지는 해수 유통을 전면화해서, 갯벌 생태계를 복원하고 새만금호의 수질을 살려야 한다. 그나마 이 지역에서 해도 괜찮은 개발은 조력발전소 정도다.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철도를 놓아 관광객의 방문을 도와야한다. 전대미문의 파괴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새기는 동시에, 시민의 힘으로 생태 환경을 복원한 새로운 역사의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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