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美, '돈 없지만 질러'트렌드 부상…'보복 여행·소비' 급증

by 뉴스버스1 2022. 7. 5.
728x90

LA 봉화식 객원특파원 

7월4일 독립기념일 연휴 관광지 숙박료 2배 올라

포스트 팬데믹 하반기 ‘화풀이 보복 여행’ 급증

기름값 폭등·항공료 급등 인플레이션 아랑곳 없어

고물가·고환율로 한인 유학생 부담 갈수록 커져

‘돈은 충분하지 않지만 일단 지르고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포스트 팬데믹으로 전환하고 있는 미국에서 2년동안 재택근무-학습으로 억눌렸던 시민들의 외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른바 화풀이성 ‘보복 여행’이 2022년 하반기 여름철 첫 휴일인 7월4일(월ㆍ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휴부터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거듭하고 에너지 요금ㆍ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호텔 숙박료가 급등하고 주요 관광지 예약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이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MBC 캡처)

한인유학생 부모들 미국 송금액 30%이상 늘어

숙박 홍보업체 STR에 의하면 미국내 호텔비는 지난 5월 기준으로 1년새 평균 33% 뛰어올랐다. 올해 6월 북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호텔비는 1일 287달러로 지난해보다 68.5% 비싸지고, 뉴욕은 393달러로 92.1% 올랐다. 3번째 대도시인 중부 일리노이주의 시카고는 361달러로 역시 93.6%나 상승했다. 동남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369.51달러로 2019년보다 55.64%가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개월째로 접어들며 기름값이 폭등한 가운데 항공료뿐 아니라 숙박비도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호텔업계는 팬데믹 위기로 최악의 적자를 본 이후 올해 하반기부터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호텔은 5월말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간을 기점으로 2019년 수준 매상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한인 유학생들 역시 고물가·고환율로 고생중이다. 원화 약세로 달러당 환율이 13년만에 1300원을 오르내리고 LA~인천 영종도 공항 3등석 왕복 항공요금이 3,000달러를 넘나드는데다 현지 생활비 부담도 커졌다. 국적기 요금은 비수기인 8월말에야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녀를 미국에 보낸 유학생 부모도 이전보다 30% 늘어난 송금액 때문에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 불법 체류자에도 복지 제공

이런 가운데 서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도 속속 발표되기 시작했다. 특히 4,000만명의 최대인구를 바탕으로 세수가 늘어난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시책을 내놓고 있다. 2년뒤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개빈 뉴섬 주지사는 원내 지도부와 합의, 인플레이션 구제 패키지 170억달러 예산을 확보했다. 일단 4인가족 기준으로 납세자 1가구당 1,050달러의 가스비 환급금을 10월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서류 미비자(불법 체류자)에 대한 무상 의료보험(메디-캘)도 확대하고 무상 식비지원 프로그램인 캘-프레시(푸드 스탬프)도 제공하는 개정안 역시 50개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55세 이상 서류 미비자에게 캘-프레시를 지원하기 위해 3,520만달러를 구호예산에 반영, 7만5,000명에게 추가혜택을 부여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무상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만26~49세까지의 비교적 젊은 세대까지 포함, 2024년 1월1일까지 모든 연령대의 저소득층 서류 미비자들도 주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을 입게 됐다. 추가 수혜 대상은 70만명, 추가 예산은 26억달러로 파악된다. 다만 4인가족 기준으로 연 소득이 3만6,156달러를 넘으면 안된다. 신규 개정안은 서류 미비자 외에도 특정 질병이나 어려운 가정 환경에 속한 임산부-맹인-장애인-21세 이하 미성년자-요양원 거주자-난민 계층까지 포함시켰다.

UC버클리 노동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무보험자 그룹은 멕시코·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남미 지역에서 밀입국한 서류 미비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친이민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수혜 범위를 단계적으로 더 넓혀가는 온정주의를 이어가고 있다. 불법적으로 미국땅에 머물고 있는 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메디-캘을 개방한 것은 이민자와 인권단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포용과 공정성에 대한 캘리포니아의 가치를 반영하고 다른 주의 동참을 촉구하는 사례로 보인다. 

2021년 3월 아시아계 대상으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 조지아주 애틀랜 골드스파 현장. 21세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8명이 숨졌는데, 한국 동포 4명을 포함해 6명이 아시아계다. 추모객들이 놓아둔 꽃과 편지들   (제공=애틀란타K미디어)

불법제류자 복지 보장 반작용으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소수 인종과 서류 미비자들에 대한 혜택이 확대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1년동안 한인을 포함, 아시안계를 향한 증오범죄(인종 혐오범죄)가 17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가 최근 배포한 연감에 따르면 1,763건의 증오범죄가 보고돼 33%가 늘었다. 아시안을 향한 케이스는 2020년 89건에서 지난해 247건으로 급증했다. 코로나 때문에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소수인종이 받는 혜택에 대한 질투가 반작용으로 작용한 탓이다. 로브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기된 우울한 현실과 증오의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2021년 이후 아시안이 입는 피해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 전까지는 주로 흑인 계층이 혐오범죄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 사태로 아시안, 라틴계, 유대계는 물론, 성소수자까지 테러 범위가 퍼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합법적인 총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고스트 건(등록되지 않은 사제 유령총)'을 집중 단속해 압수하기로 했다. 2019년 LA서북쪽 샌타클래리타의 소거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학교 총기 난사 사건때 16세 용의자가 고스트 건을 사용한 이후 미뤄졌던 규제 방안이 처음으로 마련된 셈이다. 유례없는 경제위기속에서도 씀씀이가 헤퍼지고 있는 미국의 이중적인 행태가 올해 하반기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