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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스포츠스타 연봉 6천만달러 시대…중산층 박탈감 위험수위

by 뉴스버스1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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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봉화식 객원특파원 

 

美 프로야구·농구 연봉 '수퍼 인플레'…샐러리맨 상상할 수 없는 돈

올해 연봉 550만달러 오타니, 2024년 연봉 6천만달러 이상 예상

美, 중산층들 스포츠스타 '제트세트(초호화판 생활)'에 반발 커져

천정부지 프로리그 수퍼스타 '몸값'  

최근 40여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란 자조가 일반 샐러리맨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수퍼스타들은 이같은 현상을 비웃듯 수천만달러를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연봉 계약을 앞두고 있어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LA남동쪽에 위치한 애나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 정문. 수퍼스타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맨왼쪽은 오타니 쇼헤이의 벽화. (사진=봉화식)

평범한 직장인들이 수십년동안 평생 벌어들이는 총액의 수십배를 1년만에,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즌이 진행되는 몇달만에 버는 것이다. 극소수 스타를 중심으로 마케팅이 펼쳐지는 미국 스포츠계의 관행 때문에 인기 선수들은 인플레를 틈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는 ‘연봉 인플레’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 가운데 메이저리그 야구(MLB)와 프로농구(NBA)는 경기 숫자가 현격히 적은 프로풋볼(NFL),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북미 아이스하키(NHL)에 비해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따라 사상 처음으로 연봉 60M(6,000만달러-한화 약800억원)의 벽을 뛰어넘는 선수가 곧 여러명 배출될 전망이다. 1980년대 인기 TV시리즈 ‘600만달러의 사나이’ 이미지가 21세기에는 ‘싼 몸값의 사나이’로 격하되기에 이른 셈이다.  

美, 1억3000만 가구 '착한계층'들 박탈감 위험수위 

3억3000만명이 거주하며 지구촌 250여개 나라 가운데 인구규모 3위인 미국은 1억3000만 가구의 절반 가량이 중산층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극소수 거부 집단 또는 실업자 및 빈민층과는 달리, 미국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세금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착한 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천문학적인 거액 연봉 뉴스에 대해 느끼는 박탈감은 이루 말할수 없다. “도대체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배신감에 젖어든다. 사회적 컨센서스가 무너지고 내는 세금에 대한 분노가 겹치며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순자산이 250만달러를 넘으면 최상위 5% 부자로 꼽힌다. 연봉 6000만달러 선수는 이들 부자가 평생 벌어들인 총액의 24배를 불과 한 시즌에 확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계산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거액이다. 이 때문에 구단마다 입장권 가격을 올리며 부족한 연봉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기에 이르렀다. 상당수 스포츠 팬들은 “내가 누구 좋으라고 비싼 돈 써가며 경기장을 찾아야 하나”라며 집에서 TV로 시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LA에인절 스타디움 내부에 걸린 오타니 쇼헤이.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연봉 6,000만달러가 유력시된다. (사진=봉화식)

야구계 주목 독점하는 투타겸업의 '오타니 쇼헤이'

수많은 플레이어 가운데서도 압도적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지난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투타 겸업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첫손에 꼽힌다. 2023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그의 향후 이적팀과 계약 조건은 일찌감치 야구계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영어로 ‘그랜드 캐년’이란 뜻을 지닌 오타니의 올해 연봉은 550만달러로 빅리그에서도 ‘푼돈’ 수준이다. 벌써부터 초장기 계약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명타자로 158경기에 출전, 타율 0.257-46홈런-100타점-출루율 및 장타율 합계 0.964를 마크했으며 선발투수로도 23경기에서 130.1이닝을 던지며 9승2패-방어율 3.18-탈삼진 156개로 맹활약했다. 이는 100여년전 보스턴 레드삭스-뉴욕 양키스를 거치며 투타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베이브 루스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당시 루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액수인 1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지금 환율로 계산해도 150만달러에 불과하다.

16일 기준(한국시간)으로 오타니는 타자로 82경기에 나와 타율 0.258(325타수 84안타)-19홈런-56타점-51득점-10도루를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홈런-타점 부문 모두 10위권에 들고 내주 올스타전 멤버로도 뽑혔다. 투수로는 15경기(87이닝)에 선발 등판, 9승4패-방어율 2.38-탈삼진 123개로 다승ㆍ방어율 부문 역시 10위권이다. 다만 4년전 오른쪽 팔꿈치 인대수술(토미 존 서저리), 3년전 왼쪽 무릎수술을 받은 전력은 옥에 티다.

불경기 속에서도 최근의 프로 스포츠 몸값은 물가상승률의 수십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와 계약하고 싶어하는 구단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 연봉에 10년 가량의 초장기 기간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빅리그 최고 연봉자는 4333만달러를 받는 뉴욕 메츠의 37세 우완선발 맥스 셔저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옮겨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최근 ‘뉴욕 포스트’는 “2024년부터 오타니에게 연봉 5000만달러를 지불할 팀은 많다”고 보도했지만, 같은 신문사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매 경기에 출전하며 투타를 겸비한 오타니는 홍보효과를 더할 경우 연봉 6000만달러 가치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마케팅 비용은 선수가 아닌 구단이 차지하는 몫이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영입한 이후 한국을 비롯, 다저스를 선호하던 아시아 야구팬들의 관심을 독점했다. 디즈니랜드 바로 옆에 위치한 에인절 스타디움 역시 일본계 기업과 줄줄이 후원계약을 맺으며 관중·물품 판매 수입이 모두 늘어나는 선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타자)를 보기 위해 몰려든 야구팬들.(사진=봉화식)

첫 연봉 밀리언 스타는 42년전에 탄생

‘전 국민의 여가(내셔널 패스타임)'로 사랑받는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100만달러를 돌파했던 첫번째 케이스는 광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으로 1980년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110만달러에 계약했다. 지금의 가치로는 400만달러 정도이며 공교롭게도 당시 인플레 역시 역대 최악이었다. 올해 빅리그 소속 선수들 750명의 평균 연봉이 440만달러라는 점과 비교하면 42년전 최고 스타 몸값이 21세기 평균치보다 적은 셈이다.

예전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 야구가 이처럼 소수 스타에게 거액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TV 중계료 덕분이다. 50개주 전역에 산재한 수백개의 공중파-케이블 채널과 각종 스트리밍 인터넷 매체들이 난립한 가운데,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중계료가 선수들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는 한편 프로 구단 인수에 적극적인 젊은 부자들도 줄지어 대기하며, 팀의 가치도 자꾸 오르는 탓이다.

농구 첫 연봉 6천만달러는 '털보’ 제임스 하든 유력

실내 종목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프로농구(NBA)는 ‘털보’ 제임스 하든(브루클린 넷츠)이 최초로 연봉 6000만달러 사나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든은 3년간 1억6,100만달러의 조건을 제시한 소속팀 브루클린과 연장계약 마감일까지 사인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2022-2023년 시즌 우승에만 신경쓰고 싶다는 것이지만, 내년 시즌 잭팟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시즌부터 4년간 2억2,700만달러의 초대형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평균 연봉은 5,675만달러 수준이지만 2026년 연봉은 6,250만달러가 보장된다. 4년뒤 NBA 첫 6,000만달러 주인공이 되지만 이 시기를 훨씬 앞당기게 될 전망이다.

한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데미언 릴라드에게 2026년 시즌부터 연봉 6,100만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릴라드가 36세가 되는 시점이다.

현재 NBA 최고연봉 선수는 챔피언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로 4,578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여러 선수들이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연봉 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사태와 기름값 상승으로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은 연봉 인플레 상황을 한껏 즐기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제트-세트’(jet-set·초호화판 삶)를 보며 회의를 느끼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 사회의 아이러니한 ‘빈익빈 부익부’ 행태의 또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스포츠계의 ‘돈질’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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