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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메리칸 드림’ 이민자들의 너무도 대조적인 죽음

by 뉴스버스1 202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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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봉화식 객원특파원 

 

팬데믹에 캘리포니아주 한국인 기대수명 3년 단축

한국인은 팬데믹 질병 멕시칸은 국경넘다 사고사

6m 트럼프 장벽서 추락하거나 강물에 빠져 익사

같은 죽음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너무 달라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한인을 비롯한 서부지역 캘리포니아주 주요 인종들 수명이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또다시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늘어나며 평균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학협회(AMA)가 발표한 최신조사에 의하면 50개주 전체 인종그룹중 아시안의 기대 수명이 가장 긴 편이었지만 팬데믹 기간 동양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미 캘리포이아주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사진=KBS화면 캡처)

2015~2021년 사이 숨진 190만명을 분석한 조사 결과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아시안의 기대 수명(한인 포함)은 2019년 86.6세에서 2021년 83.5세로 3년이나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미주내 한국인 관련 통계는 일본·중국·대만·홍콩·태국·베트남·몽고 전체 데이타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중남미계는 5.7년, 흑인은 3.8년, 백인은 각각 1.9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리서치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50만명 가까운 최다 한국인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코로나 전염병이 다양한 인종에 끼친 영향을 처음으로 조사한 것이다. 이 가운데 아시안과 백인층은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덕분에 타인종보다 기대 수명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의 상식처럼 기대 수명이 코로나 감염, 입원,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부스터샷까지 포함한 백신 접종이 기대 수명 결과에 상당히 긍정적인 점도 밝혀졌다.

기대 수명은 인명 손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특정 해에 태어난 출생자들이 해당 연도 사망률을 기점으로 앞으로 얼마나 살지에 대한 가상 측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위치, 인종, 의료시설 접근성, 코로나 백신 접종률과 같은 요인이 기대 수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으며 6피트 이상 거리두기 준수 등 기본적인 개인방역 안전수칙을 지키면 여전히 오미크론 이후의 변종 바이러스 국면에서도 재확산을 방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멕시코에 인접한 미국 리오그란데강 유역 국경지대에서 말을 탄 미국 국경순찰대가 말 고삐를 휘둘러 불법이민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KBS방송 화면 캡처)

남부 ‘트럼프 담벽’ 비극 올해 들어서만 340명 사망

상당수 아시안이 질병으로 숨지는데 비해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건너오는 멕시코 인접 남부 국경지대에서는 이른바 ‘트럼프 담장’을 넘다가 떨어져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에서 시작, 애리조나-뉴멕시코-텍사스를 잇는 1,500마일 가량의 기나긴 사막지대를 몇천명의 단속 경관이 24시간 커버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깝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국경수비대 요원들의 검문을 피해 한밤중에 사막의 육로 국경을 걸어서 밀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은 줄지 않고 있다. 이밖에 두 나라를 갈라치고 있는 국경선인 광활한 ‘리오 그란데 강’ 물살을 건너오는 과정에서 익사하거나 돈을 미리 받은 자국 갱단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방지에 맞춰져 있는 탓에 제대로 된 해결책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로이터 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부 국경에서 목숨을 잃은 캐러밴 이민자들은 1,000명 이상으로 지난해에만 728명에 달했다. 이는 8년전 국제 이주기구(IOM)가 관련 집계를 개시한 이후 최다수치다.

올해 역시 7월까지 34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숫자를 쉽게 넘어설 기세다. 내전과 독재, 경제파탄으로 갱단이 활개치는 조국을 떠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은 한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걸어서 통과하거나 험난한 강물을 헤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경에 설치된 6m 높이의 철제 담장을 넘던중 미끄러지며 추락, 뇌진탕과 골절로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가 잦다. 샌디에이고 병원 외상 전문의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국경 장벽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은 중남미계가 대다수”라고 증언했다. ‘트럼프 장벽’이 완공된 2019년 이후 국경 벽에서 떨어져 미국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공식적으로 375명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멕시코 사막 국경을 불법 횡단하던중 체포된 사람은 170만명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코로나 단속을 명분으로 밀입국자들을 재판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껏 추방을 시켜도 반복적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며 적발인원만 늘어난다는 것. 멕시코 이민 당국에 의하면 비자없이 불법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자국인들은 평균 4회, 심지어 10회 이상 미국땅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멕시코 영토에서 목숨이 끊어진 경우와 시신을 찾지 못한 사례를 더하면 국경 주변에서 사망한 이들은 통계치의 몇배에 이를 전망이다.

또 험난한 강을 건너면서 도중에 빠져죽거나 보트로 이동시키던 갱단 출신 가이드의 변심으로 총에 맞아 수장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시체를 찾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스페인어로 ‘거대한 강’이란 뜻을 지닌 리오 그란데는 ‘죽음의 강’으로 악명 높다.

멕시코와 국경이 맞닿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트레일러를 타고 밀입국하려던 불법이민자들 53명이 지난 6월 말 방치된 트레일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더운 날씨에 장시간 갇혀 있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MBC화면 캡처)

미국 밀입국하려다 찜통 트레일러에서 집단 질식

지난달 텍사스주 국경도시에서 이민자 53명이 여름철 뜨거워진 트레일러에 갇혀 갈증과 탈진으로 숨진 것도 비슷한 비극이다. 이민당국 수사관들이 미국 제5의 대도시인 샌안토니오 외곽지역에서 대형 트럭에 방치된 시체를 무더기로 발견한 것이다. 운전수는 차를 버리고 멕시코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최근 멕시코 동쪽 베라 크루스주에서 출발, 미국에 밀입국하기 위해 국경을 통과하던 불법 이민자들이 대형 트럭속에 숨은채 방치됐다가 질식 위기에서 탈출하기도 했다. 수백명을 태운 트레일러가 고속도로에 그대로 버려졌지만 짐칸에 갇힌 사람들은 산소 부족에 시달리다 짐칸 지붕을 뚫고 탈출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으로 도망친 94명을 찾아 이민당국에 넘겼다. 완전히 도주한 사람까지 합하면 400명 이상이 트레일러를 이용해 이동한 것이다. 이들의 국적은 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에콰도르로 다양했다. 결과적으로 밀입국 알선업체가 돈만 받은채 도로에 ‘고객’을 버리고 사라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섬 인근 해역에서도 밀입국자 5명이 빠져죽었다. 불법 입국 알선회사가 서쪽의 무인도 모나섬에 불법 이민자들을 중도에 강제로 하선시키는 과정에서 5명이 익사한 것이다. 미국측 해안경비대는 밀입국자 보트에서 남녀 66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사고 지점은 도미니카 공화국-푸에르토리코 중간지역 무인도로, 불법 이민자들을 하선시키는데 사용됐다. 중미 니카라과에서는 고속버스가 과속으로 절벽에 추락, 베네수엘라인 10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니카라과 역시 경제난 심화로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애용하는 통과 거점이다. 지난해에는 항공편으로 멕시코에 도착한뒤 사막 국경을 걸어서 넘어갔지만, 2022년부터 멕시코 정부가 베네수엘라 방문객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 중미의 여러 나라를 거쳐 육로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이민세관 단속국(ICE)은 끊임없는 사고에 대해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않고 미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죽는 인명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속을 소홀히 할수 없는 처지라서 우리 기관 별명도 얼음처럼 냉정한 아이스(ice)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미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불법 체류자 숫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현실은 미국의 뒷마당으로 인식되는 중미·남미국가들의 상황은 과거 보다 훨씬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등 옥죄는 경제 현실 탓에 불법 체류자를 바라보는미국인들의 시각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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