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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경제난에 민심 임계점…뉴욕 한복판 카지노 허가까지

by 뉴스버스1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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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봉화식 객원특파원 

 

최악 인플레이션에 허리띠 졸라매는 악전고투

중상위층 살림 악화…중간선거 앞두고 분노 폭발 직전

병원치료 미루고, 소장품 팔고, 저축 없고, 긱잡 뛰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경제 위기가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날로 치솟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절반이 넘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11월8일 ‘수퍼 화요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에 다다르고 있다. 

미 뉴욕 시내 (사진=한국경제TV 유튜브 캡처)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9월 보고서를 통해 “전국 50개주 가정의 56%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재정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49%, 11월 45%보다 7~11%p 급등한 숫자다. 또 가정 소득에 따라 느끼는 어려움을 분석한 결과, 금전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계층은 연 소득 4만8,000~9만달러 사이였다. 역시 지난해 11월~2022년 8월보다 17%p 늘었다. 중상층으로 여겨지는 연간 소득 9만달러 이상 가구조차 같은 기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12%p 높아졌다. 그렇지만 연 소득 4만8,000달러 이하 저소득층 가구는 이 비율이 4%p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소득층은 팬데믹 초기에 영향을 받았지만 중산층과 상당수 상위 소득층도 높은 물가에 넌더리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40여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1년 이상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지출 습관도 ‘가급적 안쓰기’로 바뀌었다. 화장지·음식·차량 유지비 등 필수품만 사고 여행도 삼가며 운전 시간과 저가 브랜드 구입도 자제한다. 외식과 새 옷 구입도 참고 야드세일을 통해 기념품·소장품·귀금속도 팔아치우고 있다. 대신 저축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지출을 줄인 것 외에 우버운전 등 파트타임 긱(gig) 잡을 뛰고 대출을 받거나 병원치료·자동차 점검 수리를 미루는 등 매일 매일 악전고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78%,  2023년에도 주택시장 침체 예상 

또 소비자 대부분이 내년중 부동산 침체를 예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컨수머 어페어스’는 최근 주택소유주와 세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78%가 향후 주택 시장의 하강을 예상했다. 63%는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지길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75%는 ‘주택거래가 한산해지면 그때 집을 살 계획’이라 밝혔다. 이들이 주택 구매 비용으로 저축한 액수는 평균 2만9,504달러에 그쳤다. 눈길을 끈 점은 ‘주택 시장이 급랭해 집을 싸게 사길 원한다’고 응답한 신세대가 많았다는 것. 이들의 주택 구매 평균 저축액은 1만5,601달러였다. 그러나 대다수 응답자는 시장의 급격한 하락보다는 과열 양상이 가라앉는 ‘정상 수준’으로의 복귀를 원했다. 부동산 안정을 원하는 응답자가 침체를 바라는 계층보다 27%p 많았다. 

미국의 주택가. (사진=미 동부 한인방송 KBN 유튜브 캡처)

세입자의 91%는 모기지 이자율 인상이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질까 불안하다고 했으며 71%는 주택 시장 하강이 임대료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구매 심리처럼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기지 분석 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주택구매 여력은 3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간값 주택 구입에서 20%의 다운페이먼트(집을 살때 구매대금에서 현금으로 내는 돈)를 내면 가구 소득의 35% 이상을 매달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5년 36% 이래 최고의 소득 대비 모기지 납부 비율이다. 1월 24.61%보다 몇 달만에 11%포인트 급증했는데, 지난 25년간 평균치는 23.5%였다.

블랙나이트 보고서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5.89%를 기록한 지난주 이후 나온 것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며 바이어들의 구매 의욕과 능력도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집값은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다. 8월 전국 주택 중간값은 43만5,000달러로 한달 사이에 1만4,000달러 떨어졌다. 최근 11년만에 월간 최대 하락치이기도 하다.

뉴욕, 한복판 ‘맨해튼 카지노’로 경제난 타개?  

경제난으로 민주당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이르자 도널드 트럼프 전직 대통령·공화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두달도 채 남지않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주지사의 3분의1을 교체하고 연방 하원 435명을 전원 새로 뽑는 마당에 야당인 공화당은 3개 부문 모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경제 살리기에 다급해진 민주당 측에서는 최대도시이자 민주당의 아성으로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빅 애플’뉴욕시, 그중에서도 한복판 섬인 맨해튼에 카지노 시설을 짓기로 전격 결정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 ‘릴레이티드 컴퍼니’와 세계적 카지노 재벌 ‘윈 리조트’가 카지노 허가를 받기 위해 손잡았다”고 보도했다. 카지노 건설 예정지로 이들 회사가 주목한 곳은 뉴욕시의 마지막 개발구역으로 남은 맨해튼 남서쪽 ‘허드슨 야드’다. 현재 뉴욕시티의 도박 시설은 맨해튼 섬에서 이스트 리버를 다리로 건너는 퀸즈에서 영업 중인 ‘리조트 월드’ 한곳 뿐이다. 그러나 리조트 월드는 슬롯머신 밖에 없고 바카라·포커·블랙잭·텍사스 홀덤·파이 고 등 카드 게임이 불가능해 진정한 의미의 카지노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따라 허드슨 야드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뉴욕시의 명실상부한 첫번째 카지노가 될 전망이다.

카지노 시설이 검토되고 있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남서쪽 '허드슨 야드'  (사진=뉴욕주민 유튜브 캡처)

뉴욕주 의회는 지난 4월 뉴욕시와 인근에 최대 3곳의 카지노를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카지노 2곳이 뉴욕 5개 자치구에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지노 업계는 미국내 최대 도박장이 될 잠재력이 큰 뉴욕시에서 영업 허가를 얻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구단주 스티븐 코언 역시 퀸즈에 위치한 홈구장 시티필드 인근에 카지노를 열기 위해 카지노 재벌 ‘하드 록’과 협상하기로 했다. 시티필드는 퀸즈의 코리아타운이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며 맨해튼 33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의 코리아타운과 더불어 카지노 신설을 통한 한인 경제권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뉴욕시 북부에 자리잡은 용커스 지역의 엠파이어 시티 카지노도 뉴욕시로의 진입을 노리고 있다.

물론 비판여론이 큰 카지노가 뉴욕시에 최종적으로 설립되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는 현실이다. 뉴욕시장은 물론이고 뉴욕주지사·자치구 대표·지역 정치인 등이 추천하는 자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역 주민의 찬성여론은 가장 중요한 변수다. 허드슨 야드가 지역구인 브래드 호일먼 주 상원의원은 “철길지역이던 허드슨 야드에 지역개발을 명문으로 카지노를 설치하는 것이 주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명분은 나무랄데 없지만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난국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각종 정책이 향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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