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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친 상상력과 입 다물수 없는 스펙터클…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by 뉴스버스1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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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상상력과 입 다물수 없는 스펙터클…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 김주희 영화와의 대화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상상과 예상을 모두 날려버린 영화, 액션의 끝은 어디인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 10)는 압도하는 스펙터클만으로도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준 영화다. 

출처: 다음영화

미친 상상력에 압도되어 눈도 뗄 수 없고 입도 다물 수 없었다. 초반에 터진 거대한 폭탄, 두 대의 헬리콥터의 충돌, 무너지는 거대한 댐 아래로 수직으로 운전하는 자동차 등. 이 거대한 규모의 장면들은 ‘이게 말이 돼?’라는 의문 조차도 마비시킨다. 

<분노의 질주 10>은 2편으로 구성되어, 본 편의 서사는 미완이며 촘촘하지 않다. 더불어 악당 단테(제이슨 모모아)의 등장 부분과 도미닉(빈 디젤)에 대한 의존도는 과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 제목에 너무도 충실하다. 2025년에 개봉될 후속편에 대한 기발한 마무리가 지금부터 궁금해진다. 

할 말을 잊게 만든 스펙타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일을 생각해 내길 바란다. 그럼 나는 그 예상을 모조리 날려 버릴 것이다”라고 했다(홍은희, 2013).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이 <분노의 질주 10>에서 연출한 스펙터클이 이 말에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분노의 질주 10>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확실히 충족시켜 주었다. 상상력을 초월하여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제시한다.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영화이기에 통쾌하고 매력적이다. 액션 장르는 액션에 충실해야 한다. 자동차 추격 장면, 격투 장면, 총격 장면 모두 일품이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특히, 초반의 폭탄 폭파 장면과 이를 막는 도미닉의 아이디어는 멋지다. 중반 이후 도미닉이 헬기 두 대를 부딪쳐 망가뜨리기 위해 다른 도로로 뛰어드는 장면도 뛰어났다. 자동차 추격전은 이전에도 등장하지만, 이전과 사뭇 다른 규모에 놀랐다. 제이콥(존 시나) 추격 장면과 그가 죽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와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의 육탄전도 실감 났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전작들에서 이미 육·해·공중전을 선보여,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비행기에서 자동차로 뛰어내리고, 아부다비의 높은 건물에서도 뛰고, 잠수함을 상대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우주까지 갔다.

이번엔 ‘댐’이었다. 댐이 폭발하는 장면은 무시무시했고 위협적이었다. 차로 가능한 것은 거의 다 제시한 것 같았는데,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런 촬영과 제작을 할 수 있는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이 부럽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이상한 악당 단테 vs 아들 구하는 도미닉

<분노의 질주 10>은 마치 새로운 악당 단테와 도미닉을 위한 영화 같다. 단테가 도미닉의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면, 매번 도미닉이 기지와 대담함으로 그들을 구하는 구조다. 그의 팀원들의 활약은 없다. 도미닉과, 도미닉 아들인 조카(리틀 B)를 구하려는 제이콥을 제외하면 활약상은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전작에서 완벽한 적이었던 사이퍼가 협조자로 돌아선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단테의 등장을 위해 영화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로 시작한다. 그 당시 죽은 레이스의 아들임을 부각하고 단테 출현의 당위성을 위한 장치다. 단테는 가족과 돈을 빼앗은 도미닉의 가족을 괴롭힘으로써 그에게 최강의 고통을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느낌이었고, 나중에 에이전시의 변심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이 장면이 소환된다. 이 부분이 오프닝으로서는 약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테는 지금껏 보아온 악당과 다르다(특히 외모).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단계별 사전 준비가 다 되어 있다. 10년을 준비했다곤 하지만, 못하는 것이 없다. 해킹도 하고, 에이전시가 그의 편이고, 댐도 폭파시킨다. 여기서 단테가 그런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러가지 면에서 그의 뒤에 누군가가 있는 눈치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도미닉의 가족을 확장하고 새로운 악당을 끊임없이 투입해 왔다. 그리고 적(홉스, 데카드 쇼)을 친구로 변화시키며, 또 다른 적(사이퍼 등)을 창조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아마도 주요 주인공이었던 브라이언 역의 폴 워커가 살아있었다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분노의 질주 10편 중 5편을 감독했던 저스틴 리 감독이 이 영화의 각본가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전작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감독이자 각본가이다. 또한 크리스 모간과 게리 톰슨이 분노의 질주 4, 5, 7, 8편의 각본을 썼고, 크리스 모간은 분노의 질주 6편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는 저스틴 리 감독과 크리스 모간, 게리 톰슨의 각본에 크게 의존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 모두 <분노의 질주 10: Part 2>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IMDB, 2023). 비록 감독은 루이스 리터리어로 같지만 후속에선 한층 더 달라진 분노의 질주 최종 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평을 써오면서 개연성과 논리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런 점이 부족하더라도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스스로도 놀랐다. 액션 장르의 본질에만 충실해도 관객은 만족한다더니...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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