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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두 남녀의 거꾸로 흐르는 시간- '남은 인생 10년'

by 뉴스버스1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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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의 거꾸로 흐르는 시간- '남은 인생 10년' < 김주희 영화와의 대화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뉴스버스 김주희 영화와의 대화

<남은 인생 10년>은 따뜻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영화다.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여자와 살아 있지만 살기 싫던 남자의 애틋하고 슬픈 사랑을 전한다. 즉, 10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20세 마츠리와 삶을 포기한 카즈토가 만나 서로의 지지대가 된다. 나를 지지하는 누군가의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아도 눈물짓게 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1년에 걸친 촬영으로 일본의 4계절을 청아하게 군더더기 없이 담아내고 있다.

출처: CGV

동명 소설 코사카 루카의 <남은 인생 10년>이 원작이다. 그녀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작고하였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심은경이 주연을 맡았던 <신문기자>(2019)의 각본가이자 감독이기도 하다. 범죄·폭력물에 피로하고 다중 우주에 지치고 시리즈물에 흥미를 잃은 분에게 좋을 듯하다. 

남은 인생 10년의 의미

<러브 스토리>(1970)를 비롯해 예전에도 불치병에 걸린 사랑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겨진 삶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남은 인생이 10년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지 영화는 묻고 있다.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이 기간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돌연사 가능성도 있지만, 마츠리는 따뜻한 가족, 다정한 남자친구, 헌신적인 친구 덕분에 그 10년을 알차고 보람있게 살아낸다. 사실 마츠리(고마츠 나나)도 진단을 받은 후 삶이 지루했다. 그러나,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에게 죽을 생각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기운을 차린다. 마츠리가 카즈토의 삶의 빛이자 목적이 된 순간도 이때부터다.

출처: [주] 엔케이컨텐츠

마츠리는 자신의 병에 대해 가족 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카즈토의 사랑 표현도 여러번 거절한다. 마침내 그가 자신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도 불치병임을 말하지 않는다. 죽음에 다가가는 마츠리와 대조적으로 카즈토는 점점 삶의 의욕을 찾고, 사회에 뿌리를 내린다. 병세가 악화되면서부터 원작자 코사카 루카처럼 <남은 인생 10년> 책을 쓴다. 

마츠리가 원한 것은 평범한 삶이다. 죽지 않고 살아서 직장도 다니고, 카즈토와 결혼도 하고, 자녀도 갖길 원한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그녀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에선 가슴이 아렸다. 삶과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출처: [주] 엔케이컨텐츠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멜로드라마 장르 

멜로드라마 장르에 대한 욕구를 일본영화를 통해 대체로 해소하고 있는 느낌이다. 요즘 한국영화에서는 멜로드라마(멜로/로맨스) 장르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올해 4월에 개봉한 <킬링 로맨스>는 로맨스물이지만 코미디 장르다(흥행에도 실패했다). 

<남은 인생 10년>은 멜로/로맨스 장르다. 지금까지 13만 관객 이상이 관람했다. 작년 11월 개봉한 <오늘 밤, 세상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110만명 이상을 극장으로 인도했다. <러브레터>에 이어 국내 개봉 일본 실사 영화로 관객 수 기준 2위다. 이 작품 역시 멜로/로맨스 장르다. 

출처: [주] 엔케이컨텐츠

6월 30일 기준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일일 박스오피스 10위안에 한국영화는 두 편이다. <범죄도시>와 <귀공자>다. 모두 범죄/액션 장르라 할 수 있다. 송형국 평론가는 1971년부터 발간한 <한국영화연감> 기준으로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00위까지를 전수 분석했다(씨네21 1410호). 그에 따르면, 광의의 개념에서 ‘범죄액션’에 포함되는 영화는 500편 중 28%를 차지한다고 한다. “할리우드나 발리우드와 비교해 한국은 ‘범죄액션 최대 비중 생산국’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고 주장한다(79쪽).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왜 우리나라는 범죄/액션영화를 좋아하는 걸까? 지나친 폭력과 잔인한 범죄, 권력자나 재벌의 악행과 비리 관련 소재 영화가 지나치게 많아서가 아닐까.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은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객이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관객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좁아서일 것이다.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은 이 장르를 다시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울려 퍼지는 노래는 주제가 ‘우루우비토(うるうびと)’이다. 가사 내용은 카즈토의 마츠리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다. 전 세계 사람의 수명을 10분씩 모으거나, 자신의 생명을 반으로 나누어 그녀의 생을 연장하고픈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 이런 사랑을 받는다면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음악과 주제가는 래드윔프스(REDWIMPS)의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음반(OST)을 맡았던 록 그룹이다.  

우리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명작을 또 언제쯤 극장에서 조우 할 수 있을까. 

/ 뉴스버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ncmi@naver.com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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