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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두려움을 이용한 '명량', 두려움을 각인시킨 '한산:용의출현'

by 뉴스버스1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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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명량은 '희생'의 이순신, 한산은 담대하고 담담한 젊은 이순신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과 <명량>의 주요 차별점은 두려움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김한민 감독은 <한산>에서 왜군이 왜 이순신(박해일) 장군을 두려워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명량>에서는 지휘부를 비롯한 수군과 백성들의 왜군에 대한 두려움을 이순신(최민식) 장군이 어떻게 용기로 바꾸어 승리했는지를 잘 묘사했다. 즉, <한산>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해전을 위한 철저한 준비과정, 그리고 학익진과 거북선을 이용한 압도적인 승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명량>은 수적으로 엄청나게 열세인 상황에서 지형(울돌목)을 이용한 전술에 백성들의 도움을 통한 승리를 전시했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러한 차이점은 한산도 대첩과 명량대첩 당시 너무도 달랐던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상황에 기인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의 배역 교체, 이순신 장군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 각 해전에서 사용한 전술의 차이점에 방점을 두면서 각 영화의 특징과 성격을 규정했다. 내년에 개봉 예정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 두 작품과 차별화했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희생과 고뇌의 이순신에서 담대하고 담담한 젊은 이순신으로 

<명량>에선 최민식 배우가 했던 이순신 장군을 <한산>에선 더 젊은 배우 박해일이 연기했다. 한산도 대첩은 1592년 7월이고, 명량대첩은 1597년 9월로 한산도 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더 젊은 나이이기도 하다. 명량대첩을 그린 <명량>에서 최민식을 이순신 장군으로 캐스팅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출처: CJ ENM Movie )

실제로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 전 옥살이로 몸은 성치 않고, 그 와중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셔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여기에 원균의 칠천량 전투 패배로 남은 전선과 수군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선조와 휘하 장수를 설득해 남은 12척의 배로 왜군의 주력 부대와 전쟁을 했다. 거북선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국민의 영웅이 아닌가. 하지만, 최민식 배우의 이런 고통이 고스란히 잘 표현되면서 <명량>의 이순신 장군은 성공하였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땅에 떨어진 사기를 높이고, 널리 퍼진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엄한 군율과 함께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한산>과 달리 <명량>은 이순신 장군과 아들, 이순신 장군과 부하 장수 및 병사, 그리고 백성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예를 들면 백성들이 합심해서 이순신 장군 배를 울돌목에서 끌어낸다.

「난중일기」를 완역한 노승석(2014, 557-558쪽)은 명량해전의 승리 요인을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게 한 탁월한 리더십, 둘째, 지형적 이점을 이용한 전술과 기동력, 셋째, 지역민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한 감화력”이다. 영화 <명량>에서는 이런 승리 요인을 모두 잘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에, 한산도 대첩 전 이순신 장군과 수군의 상황은 명량대첩 이전보다 훨씬 양호했다. 비록 나라는 침략 받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침략을 예상하고 계속 준비를 해왔고, 거북선도 건조한 상태였다. 한산도 해전 전에 이미 왜군을 몇 번 물리쳤고 실전에 거북선도 사용해보았다. <한산>에서 영화 초기에 거북선을 복카이센이라 부르며 겁내는 일본인들은 이미 거북선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한산>에서 이순신(박해일) 장군은 차분히 자신의 계획대로 준비하였다. 물론 주변의 만류와 의심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굳히지 않았다. 지장(智將)답게 견내량에 주둔하고 있던 왜군을 한산도 앞 바다로 유인, 학익진 전술을 이용해 적을 대파했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박해일의 이순신 장군은 나름의 무게감과 근엄함이 있어 좋았다. 별로 말도 없고 불필요한 행동 동작도 없었다. 그러다 필요할 때면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너무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헤어질 결심>의 해준 형사처럼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김한민 감독은 그의 이런 특징을 높이 사서 캐스팅한 것일 수도 있다. 

<명량>은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많은 반면, <한산>은 담대하고 담담한 젊은 이순신의 모습을 통해 시원한 승리를 제시한다. 김한민 감독의 배우 교체는 이런 면에서 성공적이다. 
 
한산, 면면 화려한 조연들이 주요 장수로 등장 

<명량>과 <한산>은 이순신 장군을 제외한 캐스팅에서도 두드러진 차이가 드러난다.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제외하면 주변 장수들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비록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이 강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조진중 배우의 와키자카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산>에선 주요 장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안성기가 어영담을, 손현주가 원균을 맡았다. 오랜만에 만난 안성기 배우는 반가웠고, 손현준의 원균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의 박지환도 낯설지 않다.

특히, 변요한 배우의 와키자카는 적장이지만 무게감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의 비중은 <명량>과 확연히 달랐다. 의상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에게 할당된 분량도 적지 않다. 변요한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에서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이순신 장군에게 쏠려있고, 이야기 전개도 그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한산>은 그렇지 않다. 비록 이순신 장군이 중심에 있지만, 주요 등장인물이 극에 안정감을 더한다. 이순신 장군 관련 개인 서사도 없다. 단지, 김향기 배우의 기생 역할은 웬지 안 어울리고 어색하다.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한산의 학인진과 명량의 일자진 

한산도 대첩은 학인진 진법을 명량대첩은 일자진 진법을 사용해서 승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산>은 학인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명량>에서는 일자진을 그렇게 강조하진 않았다. <한산>은 바다에서의 전투를 항공 촬영을 통해 누구라도 학익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바다 위의 성을 연상케 하는 전술과 화포 공격으로 적을 물리치는 통쾌함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한산>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명량>에서 백병전에 많은 시간을 쏟은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3대의 거북선, 그리고 개량한 거북선의 성능은 왜군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높이와 크기를 줄여 일본의 공격을 피하고, 용 머리의 자유로운 등장은 효과가 위력적이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의 대승을 통해 왜군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두려움과 더 나아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에서는 일자진을 펼쳤다. 적은 수의 전선으로 울돌목의 좁은 수로와 조류의 이점을 살린 최상의 전술이었다. 영화에서는 판옥선에 용머리를 달아 충파를 통해 적을 물리친 것으로 묘사했다. <명량>에서 재현되지 않았지만, 「난중일기」(노승석, 2014)에 따르면 수많은 피난선이 군수품을 지원하였고, 후방에 전선이 많아 보이도록 위장하여 이순신 장군의 작전을 도왔다고 한다.

<한산>을 극장에서 본 이후에 <명량>을 다시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의 참상은 다르지 않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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